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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캠핑클럽 4회-핑클 여행은 왜 갈수록 사랑스러워질까?

by 자이미 2019.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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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결성된 핑클이 다시 뭉쳤다. 21살 이전의 나이에게는 공감대 조차 존재할 수 없는 과거의 걸그룹이다. 엄마와 아빠들이 좋아했던 걸그룹이 다시 방송에 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한다. 그 공감에는 나이 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와 아들이 아빠와 딸이 함께 핑클의 여행을 보면서 서로의 감성을 공유하는 일도 흥미롭다. 과거의 아이돌과 현재의 아이돌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각자가 느낄 수밖에 없는 세월의 벽을 조금씩 허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다르지만 같은 감성을 품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는 그 순간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경주 황리단 길을 찾은 핑클 멤버들은 교련복으로 갈아 있고 추억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버지 세대에서나 공감할 수 있는 교련복은 군사 정권의 잔재이기도 하다. 고등학생들도 군사 훈련을 하던 시절이 존재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런 시대가 너무 먼 과거가 아니라는 점도 흥미롭다.

 

친구들의 사진을 찍기에 바쁜 주현으로 인해 경주에서 행복한 시간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35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친구들끼리 함께 하는 추억 여행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함께 다양한 체험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여행이다.

 

캠핑차에 도착하니 편안함을 느끼는 그들에게 집은 바로 그곳이었다. 며칠 동안 잠을 잘 못잔 효리는 처음으로 텐트를 쳤고, 입맛을 돋우는 비빔면으로 하나가 된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불편했던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다름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다투는 일은 너무 흔하다.

 

시간이 흘러 당시 자신들의 행동이 무엇인지 다시 깨닫게 되는 그 과정 모두가 시간의 힘이다. 다시 만난 친구들이 그렇게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캠핑클럽>이 추구하는 가치일 것이다. 단순히 핑클 만의 이야기가 아닌 어느 누구라도 가능한 추억을 소환하고 현재와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있는 모두의 여행이다.

 

'화랑의 언덕'에서 해돋이를 보고 싶다는 효리와 진은 새벽 5시에 일어나 함께 그 멋진 풍경을 공유했다. 완벽한 해돋이에 감동한 그들은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의 반을 함께 했지만 그래서 더 많은 아쉬움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사이였던 핑클이었다.

 

효리의 속마음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진이의 모습과 후회와 아쉬움을 공유하는 그들은 이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해체 후에도 셋만 어울렸던 그들을 보며 효리는 자신을 되돌아봤다고 한다. 셋만 친한 그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근본적 질문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숨기지 않고 솔직한 효리의 성격과 다른 셋은 달랐다. 해체 후에도 효리는 말 그대로 당대 최고의 가수로 승승장구하며 서로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 그저 익숙함이 가져온 이별 속 거리만 존재할 뿐이었다. 

 

솔직하게 자신들의 속마음을 툭툭 던져 놓을 수 있는 것은 여행의 힘이다. 이런 여행이 아니라면 속마음을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효리와 진이는 사적으로 따로 만나 본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용기 내 서로의 집을 찾아보겠다는 말도 할 정도로 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핑클 공연'에 대한 기대감보다 더욱 큰 가치로 다가왔다. 

 

아이돌로 시작한 이들의 인생은 어떤 의미일까? 유리는 솔직하게 자신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내놨다. 어린 시절부터 걸그룹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삶은 '자기'라는 가치가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뭔가 스스로 생각하고 개척하는 삶이 아니라 주어진 가치를 쫓는 삶이었다는 것이다.

 

유명 스타였다는 이유로 오직 '욕먹지 않을 정도'의 행동으로 살아왔다는 유리에게는 자신만의 뭔가가 없다고 했다. 유리가 최근 부쩍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양한 일들을 해보려는 노력들도 어쩌면 이런 '자아 찾기'의 과정이 아닐까? 실제 대한민국의 청춘들 모두 비슷한 고민일 듯하다.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해서 유명 대학에 입학하고, 다시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이나 전문직을 갖는 것이 공통의 가치다. 그 외에는 실패한 인생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유리의 고백은 더욱 큰 감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이지만 나가 존재하지 않는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은 그래서 모두에게도 필요하다.

다음 정박지로 향하는 캠핑카 안에서 효리가 꺼낸 친한 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들은 각자 주변의 이별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과 이별하는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 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준비 과정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주현은 최근 동생의 꿈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공 차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주현의 남동생 이야기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사망한 아버지. 그래서 어린 시절 아빠의 기억이 없는 아이는 큰 아픔이었다. 아빠와 함께 공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 아이가 키웠던 꿈은 내가 아빠가 되어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것이었다.

 

바닷가에 정박한 핑클. 그 소소한 일상과 같은 그들의 여정은 그들만 힐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통해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캠핑클럽>은 갈수록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들의 솔직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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