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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배가본드 이승기 수지는 대작의 저주를 막을 수 있나?

by 자이미 2019.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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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을 들인 SBS 드라마 <배가본드>가 첫 방송되었다. 좀 더 빠르게 방송이 될 예정이었지만 넷플릭스 사정으로 인해 가을에 방송이 되었다. 첫 회 휘몰아친 액션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마치 영화 <본> 시리즈를 보는 듯한 액션 장면들이 시청자들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

 

액션은 국내 스턴트를 하는 인력들이 출중하다보니 좋은 장면들을 잘 만들어낸다. 할리우드 액션 못지않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 점에서 액션 장면들만 놓고 보면 <배가본드>는 어느 드라마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야기의 힘일 수밖에 없다. 첩보 추리물이라는 점은 얼마나 정교하게 이야기가 구축되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배가본드>는 그런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워 보인다. 익숙한 방식의 이야기 구조는 편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더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는 말들도 많지만, 익숙한 클리셰들이 늘어선 상황들은 몰입을 방해할 뿐이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들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휘몰아친 첫 주 방송은 명확하게 호불호를 가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언제나 작가 딜레마가 문제가 된다.

 

10조가 넘는 국책사업인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둘러싼 로비리스트와 권력 층이 만든 끔찍한 사고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거리를 떠돌며 살던 주인공 차달건(이승기)를 바르게 살도록 이끈 것은 조카였다. 형이 사망하고 형수가 버린 아이를 키우면서 달건의 삶도 달라졌다.

 

조카를 위해 스턴트맨으로 성공하려 노력했다. 그런 삼촌을 따라 열심히 운동한 조카 역시 자랑스럽기만 했다. 그런 그들의 관계를 흔든 것은 꿈만 존재하는 스턴트맨의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었다. 점점 커가는 조카를 뒷바라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삼촌이 꿈을 잃지 않고 스턴트맨으로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택시 운전사가 된 삼촌에게 성질만 났다. 그렇게 모로코로 가게 된 조카와 생일에 맞춰 주려고 운동화를 산 삼촌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태권도 시범단 일원으로 모로코로 향하던 비행기는 원인불명의 이유로 추락하고 말았다.

 

탑승자 전원 사망이라는 뉴스에 경악한 달건은 그렇게 유가족 일원으로 모로코로 향한다. 조카의 죽음에 이상이 있다고 느낀 것은 화장실에서 목격한 한 남성 때문이다. 조카의 마지막 장면이 담긴 영상 속에 문제의 남성이 있었다. 비행기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고 했는데 그 안에 타고 있던 남성이 자신 앞에 있다.

 

모로코 공항에서 시작된 의문의 남성과 추격적은 액션의 재미를 만끽하게 했다. 비행기 사고는 기체 결함이 아닌 테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달건과 국정원 블랙요원이라는 고해리(배수지)의 운명은 그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모로코 대사관 인턴 신분으로 위장한 채 유가족을 맞이 한 해리는 달건과 엮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공항에서 본 남성이 바로 비행기 테러범이라는 주장을 믿지 못한 해리는 자신의 신분마저 달건에게 모두 들통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달건의 의심을 풀어준 것은 해리에게 걸려 온 국정원 국장의 전화 한 통이었다. 둘 사이 의문은 사라지고 작은 유대가 구축되며 상황은 더욱 깊은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달건이 테러라고 외치는 순간 누군가 움직여 그가 가지고 있는 영상을 지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리의 집까지 범인이 찾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이들은 운명은 점점 닳아가기 시작했다. 달건이 준 영상 속 남성의 통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 비행기 테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기장과 나눈 스페인어의 대화 상대는 바로 달건이 봤다는 그 남성이었다. 두 사람이 모의해 테러를 일으켰다는 사실만 명확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해리는 적극적으로 이 사건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거대한 돈의 힘이 개입된 이 사건은 권력마저 집어삼켰다.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배가본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달건은 용병이 되었고, 국정원 블랙요원인 해리는 여전히 의문만 가진 채 저격의 대상이 되어 있다. 거대한 자본의 힘은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무고한 수백 명을 살해했다. 이 끔찍한 사건을 밝히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될 예정이다.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이야기 구조다. 여기에 캐릭터들 역시 익숙함 속에 나열된 수준이다. 결국 주인공인 이승기와 수지가 모든 것을 끌고 가야 하는데, 그들의 대사는 숨이 차다. 액션은 대신해줄 수 있는 존재들이 있지만 연기는 누가 대신할 수는 없다.

 

"여전히 남의 글들을 훔쳐 블로그를 채우며 죄의식이라고 전혀 존재하지 않는 한심한 네이버 블로그 '힘내라 맑은물'의 행태는 경악스럽다. 수많은 이들의 글들을 무단으로 채우며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런 자가 '정의'를 앞세워 개인적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은 황당할 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외모만 볼 수는 없다. 이야기 역시 투박한 방식으로 이미 다양하게 다뤄진 이슈를 새롭지 않게 풀어가고 있다. 수백억 들인 대작이라고 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이미지만 강조된 이야기는 결국 '저주'를 받을 수도 있다. 향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모르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시간이 많을 때 '킬링 타임'용으로 보면 좋을 것 같은 드라마다. 이승기와 수지 팬들이라면 필견의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배가본드>는 그렇게 매력적인 드라마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익숙함 속에 장엄한 대의를 앞세워 액션으로 포장된 이야기는 식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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