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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inet 묵은 기억들

힘을 내요 미스터리-웃음 속에 묵직함 담았던 미스터 리의 삶

by 자이미 2019.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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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쩡해서 외모만 보면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우락부락한 몸매에 조각 같은 얼굴. 그런 그가 반죽을 하고 있으면 수많은 여성들은 그를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다. 단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을 때나 가능한 반응이라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다.

 

동생 가게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며 일을 돕는 철수(차승원)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칼국수 집에서 밀가루가 몸에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철수는 외모 멀쩡한 바보였다. 철수의 하루는 동생 영수(박해준)의 집에서 일을 하고 김 씨(안길강)가 운영하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단순한 삶을 살아가는 철수는 어느 날 길을 물어보는 여성과 만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원 위치를 묻던 희자(김혜옥)의 차에 딴 철수는 정말 납치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공원과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하던 차는 병원에 도착했다. 자신도 모르게 온갖 검사를 받은 철수는 한 아이와 만나게 되었다.

 

머리를 짧게 깍은 샛별(엄채영)은 과자를 먹고 있었고, 그런 과자가 탐이 났던 것은 맛있을 듯해서였다. 그 단순함이었지만, 아이는 쉽게 알아본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과 형이 사라진 것을 알고 급하게 찾아온 영수와 철수를 납치해 병원까지 온 희자는 병원 로비에서 만나게 된다.

 

"샛별아 인사해 아빠다"

 

샛별이 할머니인 희자는 아버지라고 소개를 하고, 영수는 희자를 보자마자 화를 냈다. 그 어색한 상황에서 샛별은 철수가 아버지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기에 영수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샛별이 아빠는 영수가 아닌 바보 철수였다. 희자가 뜬금없이 철수를 납치하듯 병원으로 데려온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

 

골수이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백혈병 환자인 샛별이를 구하기 위해 희자는 아이 아빠인 철수를 데려온 것이다. 결혼 때부터 맘에 들지 않았던 철수였다. 하지만 손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하는 할머니 희자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의 만남은 우연처럼 이어졌지만 필연이었다.

 

끌리듯 다시 병원으로 간 철수는 샛별이가 탈출하는 모습을 보고 뒤쫓기 시작했다. 병원을 나서면 안 되는 샛별이와 그 아이가 먹던 과자가 생각나 동생 지갑을 들고 병원까지 온 철수. 그렇게 그들은 대구로 떠나고 있었다. 대구에 가서 이승엽 선수 사인볼을 받아야 한다는 샛별이로 인해 철수도 동행자가 되었다.

 

희자는 샛별이가 병원에서 사라진 사실을 알고 놀랐고, 영수 역시 형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던 그들은 카드 결제 내역을 보며 형과 샛별이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대구였다.

 

 

샛별이는 자신처럼 아픈 친구를 위해 직접 나섰다. 그들에게 생일은 다른 이들과 다르다. 그 생일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중증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를 위해 이승엽 사인볼을 가져다주려는 샛별이의 마음은 참 아름다웠다. 대구에 간다고 이승엽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에 가자마자 동네 깡패에게 속아 돈과 카드까지 날린 철수와 샛별이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경찰서까지 갈 수밖에 없게 된 그 모든 과정들이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오직 카드 내역만 보며 추적하는 영수와 희자. 철수가 대구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 씨는 전화를 걸어 찾으라 요구한다.

 

헬스장 주인인 김 씨는 알고보면 대구를 꽉 잡은 조폭 두목이었다. 그의 명령에 조폭들도 철수를 찾는 상황이 되었다. 대구에서 벌어진 이승엽 찾기와 철수와 샛별 찾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하도였다. 카드를 가지고 도망치던 조폭을 더는 쫒지 못한 곳이 바로 지하도였다. 

<럭키>로 대박을 쳤던 이계백 감독의 신작이다. 유해진의 절친인 차승원이 출연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유사하다. <힘을내요 미스터리>가 특별했던 것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피해자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결코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되는 그 참혹한 현장에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수많은 사연들을 품고 사망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고통이다. 이 영화는 이를 효과적으로 매력적으로 잘 뽑아냈다.

 

코미디 정도로만 생각하고 보던 관객들은 중반을 넘어서며 분위기에 압도된다. 지하도에서 멈춘 철수의 모습을 보면서 의문을 품은 관객들은 참사의 실체와 다시 마주하며 함께 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유족들을 위한 작은 치유의 인사와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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