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6. 09:01

PD수첩-CJ와 가짜 오디션 청춘의 꿈 빼앗은 사기 사건

이미 많이 알려졌듯 엠넷에서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실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오디션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이를 잃어버리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진다. 신뢰와 믿음이 없는 경쟁은 경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취업 비리와 이번 사건은 닮아있다.

 

단순한 실수는 이곳에 존재할 수 없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조작된 오디션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조작된 사기극이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명칭은 많은 이들을 흔들었다.

내가 직접 선택한 연습생이 스타가 되도록 돕는 방식에 많은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성장 스토리, 육성 게임처럼 집중하고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이 생긴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CJ의 오디션은 바로 그 시청자들의 욕망을 자극해 성공했다.

 

CJ ENM은 거대한 공룡과 같은 곳이다. 문화 콘텐츠 개발, 홍보, 관리, 유통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극장 사업과 케이블 채널 등 대중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그곳에서 이런 식의 조작극이 있었다면 참가한 연습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연습생들이 소속된 기획사와 제작 주체인 CJ 측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사기를 준비했다면 이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아직 수사 중이라는 점에서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시청자들이 직접 추적하고 <PD수첩>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게 보인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었지만, 이를 증언하려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용기를 내는 순간 더는 꿈을 키울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촘촘하게 엮인 이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억울해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암묵적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침묵을 깬 이는 <아이돌학교>에도 출연했던 이해인은 아버지와 함께 공개적으로 문제를 언급했다. 이해인은 인터뷰를 통해 처음부터 조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예선에 나왔던 일반인 참가자 3,000명은 들러리였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대단한 오디션처럼 꾸며졌지만, 방송에 나오는 연습생 41명 중 이 쇼에 참가한 이는 없다고 했다.

 

이해인의 경우 다른 오디션에도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제작진에 의해 3,000명 중 하나가 되었지만, 최종적으로 선발된 다른 연습생은 이미 내정되었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아이돌학교>만이 아니라 <프로듀서 101> 등 엠넷이 자랑하는 오디션 전반의 공통된 문제라는 의미다. 

 

이해인이 폭로한 제작 환경 역시 최악이었다. 방송에 나온 핑크색 내무반은 공사한 지 얼마 안 돼서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지만 환기 시설도 없었다고 한다. 피부가 예민한 이들은 피부병이 날 정도였다는 것이다. 다른 출연자들 역시 생리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을지 알 수 있을 듯하다.

 

극단적으로 창문을 깨고 탈출한 아이들도 있을 정도였다니 상상 그 이상의 충격적인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촬영 역시 새벽 시간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SNS 방송의 경우 제작진들이 카메라 뒤에 서서 금지어 목록을 들고 입단속을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작, 탈락, 감금' 등 실제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을 통제했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이해인은 최종 선택에서 버림을 받았다. 이 상황에서 CJ측은 이해인을 달래기 위해 계약서를 내밀었고, 1년 안에 데뷔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이 약속 자체도 거짓이었다. 1년 후 계약해지를 요구했을 뿐 CJ측은 처음부터 이해인을 데뷔시킬 생각이 없었다. 오디션 자체가 통째로 조작되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참가자의 입을 막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충격적인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오디션을 이끈 수장 안준영 피디는 <프로듀서X101> 시작을 알리며 '빌보드'를 언급했다. 엄청난 성공사례가 있기에 빌보드 1위도 꿈까지는 아닌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PD픽'이라고 불리는 방송 분량 차별은 심각한 수준으로 모든 것을 왜곡시켰다.

 

'국민 프로듀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작진이 만든 영상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다. 특정인이 많이 노출되면 상위권에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청자는 그저 돈 벌어주는 충성스러운 존재일 뿐이었다. 안 피디가 제작한 오디션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의심되는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수준은 투표 조작이다. 이를 책임지는 피디는 현장에 있어야 하지만 다른 곳에서 집계된 숫자만 제작진들에게 사진을 찍어 전달했다고 한다. 실제 투표 상황을 알 수 있는 해당 피디가 이런 식의 작업을 해왔다는 것은 충분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투표 숫자를 보면 조작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수치라는 점에서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실제다. 거대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을 데뷔시키는 오디션이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철저하게 조작된 오디션에 오직 가수가 되기 위해 뛰어든 수많은 이들만 희생양이 된 셈이다. 

 

취업 비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길게는 10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며 마지막 도전을 한 이들도 많다. 그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은 공정하게 대중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꿈을 담보 삼아 이용한 제작진과 기획사들의 행태는 범죄다. 

 

CJ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연루된 기획사들 역시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수많은 피해자들과 이를 입증할 증거까지 존재하는 오디션 사기극. 누구를 위한 오디션이었는가? 청춘의 꿈을 악용한 거대한 사기극의 실체는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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