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7. 13:09

정해인 앞세운 KBS 2 파격적 예능 실험, 비슷하거나 다르거나

KBS2 TV가 파격적인 편성을 내놨다. 화요일 저녁 시간대를 연이어 예능으로 채웠다. 월화 드라마를 폐지한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예능이었다. 드라마보다는 예능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KBS의 선택은 나쁘지 않다. 소비자인 시청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점에서 문제는 없다.

 

<식탁의 기사>,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이 화요일에 편성된 예능이다. 의외의 파격적인 편성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처럼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드라마 시간대인 매일 밤 10시에 예능이 편성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이 변화의 선봉은 MBC였다. 드라마 제작 비용에 비해 수익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드라마 소비는 급격하게 줄었다. TV 매체를 통해 시청을 해야 광고 수익을 통해 회수가 가능한데 그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런 점에서 지상파에서 드라마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일일드라마도 폐지한다는 이야기들도 나오는 것을 보면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OTT가 세상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개별 방송사가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대결 구도 속에서 국적을 넘어서는 넷플릭스라는 공룡은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자다.

 

넷플릭스도 모자라 디즈니 플러스가 세상에 존재를 알렸다. 2020년에는 국내에서도 디즈니 플러스를 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대부분은 이 두 개의 OTT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자랑하는 이들에 대항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자본으로 이들을 인수하지 않는 한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들과 대항해서 비등한 경쟁이라도 할 수 있는 OTT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 OTT에도 밀리는 상황에서 지상파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결국 가장 기본이 될 수밖에 없는 콘텐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쉽게 소비되는 예능은 그래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식탁의 기사>(2회 편성 파일럿)는 택시 기사를 통해 맛집을 찾고, 그곳의 음식 중 하나를 간편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담는다. 김수미, 허재, 유민상, 정호영을 앞세워 그냥 방송만 해도 본다는 '먹방'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흥미롭다. 

 

<신상출시 편스토랑>과 자매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연예인이 나와  실제 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는 <식탁의 기사>는 초반 시청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어 보인다.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제작 단계부터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변주했다고 밝혔다. 8회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정해인'에 방점이 찍혔다. 그를 위한 방송이자, 그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여행 프로그램들과 크게 다른 것은 그 역시 '정해인'이다.  

 

정해인과 친구들이 함께 걷는 여행을 할 뉴욕이라는 도시. 그 도시에 대한 동경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지도 궁금해진다. 여행객들에게는 고역일 수밖에 없는 뉴욕을 선택한 정해인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것은 분명 흥미롭기는 하다.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은 경제 정보를 자연스럽게 풀어간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하다. 하지만 이를 보는 순간 많은 이들은 <영수증을 부탁해>를 떠올렸을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영수증만 앞세운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동일한 행태이니 말이다. 

매주 한 명의 게스트를 모시고 그들의 소비 행태를 파악하고 절제할 수 있는 방식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시청자의 질문을 접수해 해법을 찾아주는 과정 역시 <영수증을 부탁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KBS에서 방송되었다는 점에서 문제는 없다.

 

전통적인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던 드라마들이 사라지고, 예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변화. 이는 더욱 강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예능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니 말이다.

 

수없이 만들어지는 예능 속에서 제대로 된 보물을 찾아내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남들의 삶을 이야기로 듣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재미를 담아 체험하거나 재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모든 드라마가 <동백꽃 필 무렵>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드라마 제작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늘어난 드라마 제작사들은 이제 케이블과 OTT를 통해 소비처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 돌파구로 예능을 선택하고 있다. 손쉬운 선택은 그만큼 큰 가치로 다가오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 이를 통해 색다른 가치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KBS2 TV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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