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8. 13:11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럭키를 어떻게 넘길까?

소심하고 평범했던 회사원이 우연하게 사고를 당한 후 스스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고 착각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한 성인 남성의 성장기와 함께 연쇄살인마를 잡는 과정을 담게 된다. 언뜻 보면 영화 <럭키>와 유사한 흐름을 품고 있다.

 

윤시윤, 정인선, 박성훈이 출연하는 <싸이고패스 다이어리>는 분명 흥미로운 요소들을 품고 있다. 대한증권에 속한 인물과 낙산지구대 경찰이 벌이는 연쇄살인마 추적기를 다루고 있다. 이 상황만 보면 무척이나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코믹함으로 승부하고 있다. 잔인한 연쇄살인은 코믹에 묻혀 희화화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복합장르들이 많으니 말이다. 너무 심각한 일들을 불편해하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하면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육동식(윤시윤)은 공부는 잘했지만 소심하고 부실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 성격이 많은 이들에 의해 이용당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낙산지구대 경장인 심보경(정인선)은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타고난 경찰이다.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경찰일을 그만두었지만, 전설적인 존재였다. 

 

지금은 지구대 순경일 뿐이지만 아버지와 닮은 보경은 은밀하게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살로 위장된 연속된 죽음에 뭔가 있을 것이라는 특유의 '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증권의 사주 아들인 서인우 이사(박성훈)은 보경이 찾고 있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이다. 

 

클리셰로 점철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는 이런 사람이라는 전형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리고 그에 맞서서 싸우는 존재는 소극적이고 한심해 보이는 소시민이다. 여기에 소시민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존재 역시 대단한 지위에 있는 베테랑 형사가 아니다.

 

이 조합이 모여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오래된 형식이지만 감동을 주기는 한다. 물론 이런 감동을 받거나 받지 않는 것은 개개인의 선택이지만 말이다. 보경의 순찰차와 충돌하며 기억을 잃은 동식은 스스로 자신을 사이코패스라 착각하기 시작한다.

 

소심했던 동식이 갑자기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였다는 과거가 생기자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조폭에게 꼼짝도 못 했던 동식은 갑자기 상대를 압도하는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변화다. 인간이란 마음만 먹으면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연이지만 필연이 된 이 사건으로 인해 보경은 동식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처음에는 부채감이 작용했고, 시간이 지나며 사랑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과정들을 품고 있다. 딱 보면 범인인지 알아본다는 보경 아버지가 "착한 사람"이라고 동식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사건 풀이에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냈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스스로 착각 속에 빠져 있는 동식의 변화에 주목하라는 이유가 된다. 그가 어떻게 변하는지 주목하는 것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재미있게 보는 방식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이 연쇄살인마라 착각한 동식은 조금씩 변화 중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용기를 내고, 그렇게 변해가는 그의 주변에는 긍정적인 변화들까지 이어지게 한다. 행운까지 더해지며 점점 대단한 존재로 발전해가는 동식과 위기감을 느끼며 동식에게 집중하게 되는 인우의 대립각은 조금씩 세워지기 시작한다.

영화 <럭키>가 이 드라마와 유사점이 많다. 물론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기억상실로 인해 자신을 착각한 채 살아가는 인물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유사성이 보인다.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럭키>를 떠올리게 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를 수밖에 없지만, 큰틀의 공통점은 그래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제 완벽하게 새로운 뭔가는 나올 수 없는 시대라는 점에서 이 정도 변주는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이후 어떤 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해 재미를 만들어 갈지가 궁금해진다.

 

장르의 특성과 구조가 유사한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보다 독창적인 가치를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색다름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흑과 백을 단순화하고 이를 코믹함으로 채우는 상황들은 결과적으로 부실함을 초례할 수도 있다.

 

균형감과 인간 자체에 대한 성장과 고찰이 담기지 않으면 그렇고 그런 유사 드라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출연자들이 좋아 팬심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CJ 계열사의 최근 드라마의 행보와 유사하게 초반만 그럴듯하게 포장된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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