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 13:19

씨름의 희열-기술 씨름 앞세운 KBS가 KBS를 했다

KBS가 그들 다운 기획을 했다. 이제는 잊혀 가던 '씨름'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씨름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은 '씨름 부흥'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다. 한때 최고의 스포츠로 각광받았던 시절도 존재했었다. 

 

수많은 씨름 스타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그 어떤 스타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씨름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이제는 텅 빈 운동장에서 그들 만의 리그만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만의 스포츠인 씨름이 새롭게 각광을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씨름의 꽃은 백두장사들이 펼치는 진검 승부였다. 거대한 체구를 가진 선수들이 가지는 모래판 위에서 펼치는 씨름은 흥미롭다. 물론 그 모든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는 없었다. 거대한 체구만을 앞세운 씨름이 자리를 잡으며 팬들이 떠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구를 앞세워 힘 씨름만 하는 이들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모래판에 서서 그저 버티기만 하면 되는 이런 씨름을 사랑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비대한 몸만 앞세운 씨름을 결과적으로 씨름을 몰락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었다. 이런 씨름이 새롭게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유튜브 시절 젊은 층들이 우연하게 본 경량급 선수들의 기술 씨름은 '씨름'이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찾게 만들었다. 탄탄한 몸으로 만들어내는 신기로운 기술은 모든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에 조각 같은 몸매에 얼굴까지 받쳐주는 상황에서 씨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실제 씨름장에 젊은 여성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콘서트 장에서나 볼법한 대포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그리고 손팻말까지 직접 만들어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문화가 다른 곳도 아닌 씨름장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다.

 

이런 시점에 <씨름의 희열>은 시의적절했다. 조금씩 시작된 씨름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량급인 '태백'과 '금강' 장사 최고수 16명이 모여 최종 승자를 가리는 이 기획은 탁월하다. 우리 고유의 전통 씨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시작되는 시점 '씨름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체급에 대한 기획은 중요하다.

 

씨름을 몰락하게 만든 힘 씨름이 아니라 8, 90kg 체중의 선수들이 벌이는 화려한 기술 씨름은 팬들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량급 최고의 선수 16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일시적 행사가 아니라 정규 편성되어 지속된다면 그 면면들도 바뀌며 하나의 역사가 다시 만들어질 것이다. 

 

화려한 기술 씨름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들 최고수 선수들 사이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다. 기술들에 능통하고 언제든 그런 기술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실력이 종잇장 한 장 차이인 이들에게서는 쉽게 나오지 못하니 말이다. 실력 차가 조금 나면 말 그대로 화려한 기술들은 쉽게 나온다.

 

모두가 원하는 화려한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지만 그 긴장감 넘치는 대결은 명확했다. 첫 미션으로 라이벌 대결이 펼쳐지며 자신들의 자존심을 건 승부는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자세 싸움이 제일 중요한 씨름에서 완벽한 몸을 가진 이들이 치열하게 샅바 싸움을 하는 모습만으로도 긴장감은 극대화되었다. 

 

모래를 흩날리며 승부를 펼치는 이들을 모습을 다양한 카메라로 담고, 익숙하지 않은 씨름 용어들을 설명해주는 과정은 좋았다. 그렇게 씨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잘 담겼으니 말이다. 사실 이번 승부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씨름이 제대로 알려지고 다시 과거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이니 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1억이라는 엄청난 상금이 걸린 대회라는 점에서 선수들에게는 승패도 중요하다. 중량급 선수들에게만 몰린 거액의 상금이 경량급 선수들에게도 주어진다는 점에서 KBS의 기획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10kg이라는 체중 차를 줄이기 위해 80~90kg 사이에 몸무게를 맞춘 태백과 금강 최고수 선수들.

 

경량급 씨름 최고의 선수 16명이 만들어가는 <씨름의 희열>은 아주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씨름 부흥'이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씨름장에 젊은 관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 KBS는 진정한 의미의 KBS다운 일을 했다.

 

대한민국 고유의 전통 씨름이 잊혀진 유물이 아닌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으로 다시 자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과거 화려했던 기술 씨름을 통해 모두에게 환희를 안겨주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씨름의 희열> 첫 회는 충분히 매력적인 씨름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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