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6. 10:22

머니게임 최종회-이성민 오열과 고수 심은경이 품은 작은 희망

대한민국 최대 금융스캔들은 마무리되었지만, 언제나 재발될 수밖에 없는 위험이다. 1997년 IMF가 터진 후 대한민국은 완전히 변했다. IMF 이전과 이후로 바뀐 대한민국은 과연 정상적인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말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신자본주의가 외치는 시장경제는 과연 통제 없는 완벽한 자유를 줘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이들 역시 없을 것이다. 자본이 통제하고 장악한 세상에서 신자본주의의 민낯은 그렇게 세상을 지배하며 온갖 패악만 남기고 있을 뿐이다.

체포된 허재와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너서클이라 자청하는 자들은 당황했지만, 꼬리를 자르고 다시 새로운 대항마를 찾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경쟁력을 키우고 스스로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움직이는 존재라고 확신하며 살아간다.

 

허재가 구속되며 태세 전환은 급격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바하마는 유진과 손절을 선택했고, 그와 손을 잡았던 영&수 로펌도 거리두기에 여념이 없었다. 미진 회계법인의 고문으로 있는 국경민은 조 과장을 찾아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진실이 두려운 자들에게 이 상황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다. 빠르게 손절하고 데미지를 줄이는 것에만 신경 쓰는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권력에만 집착할 뿐이었다. 자본에 종속당한 사회가 보여주는 서글픈 자화상과도 같다.

 

허재가 구속된 후 바하마는 회장 딸 티나가 국내에 사모펀드를 만들어 중국과 한국은 총괄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렇게 금융위와 기재부 출신인 국경민과 나준표를 앞세워 경제관료들을 포섭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모피아들이 여전히 설치고, 그들의 목적은 국가와 국민이 아닌 자신의 안위 외에는 없다는 사실 역시 그저 드라마가 만든 허상이 아닌 진실이다. 박 사무관을 불러내 정보원으로 사용하고 그렇게 제2의 조 과장을 만들려는 그들의 작업에는 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손을 놓은 상황에서도 혜준은 허재가 지시했던 '정인은행 BIS 조작 보고서'를 작성한다. 다른 이들이 비난하고, 어렵게 만난 이헌마저 포기하자는 상황에서도 혜준은 멈추지 않았다. 과거 IMF는 선량한 국민들을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혜준 아버지는 그 직격탄을 맞고 사망했다. IMF로 삶의 터전을 잃고 숨진 수많은 이들 중 하나다. 과연 우리는 IMF 이후 얼마나 변했을까?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은 IMF 사태 이후 변한 것이 없었다. 언제든 외부의 공격에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더욱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허재를 찾아간 혜준은 다시 한 번 물었다. 과연 국가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혜준은 바하마가 유진이라는 꼬리를 자르고 ICSID에 제소하려고 하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허 부총리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게 꼭 어떤 자리에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허재가 할 수 있는 반응은 많지 않았다. 혜준을 보며 시종일관 흔들림이 없다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어떻게 그렇게 단단해질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두려워서요"

 

혜준의 답은 의외였다. 두려워서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던 혜준. 그 어린 나이에 IMF로 집안이 망하고 아버지까지 사망한 상태에서 혜준에게 이는 두려움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단단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허재는 혜준에게 바하마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을 건넸다. 섀넌과 대화를 했던 것을 녹음한 내용이었다. 바하마가 정인은행 BIS 조작에 깊숙하게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내용이었다. 사회적 매장을 감수한 허재의 용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헌의 자리에 새롭게 들어온 국장은 채 교수의 애제자로 시장주의 신봉자였다. 국가의 개입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그가 기재부의 새로운 국장으로 자리하며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을 경험하게 한다. 

이헌과 면회실에서 마주한 허재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채 교수의 잘못을 비판하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언급하는 허재는 비겁했다. 그렇게 다시 돌아가던 허재가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모습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허재가 교도소에서 읽던 책은 채 교수가 읽던 서적이었다.

 

이헌은 사표를 반려하고 다시 돌아왔다. 국장이 아닌 한직 부서로 밀려났지만, 그건 그저 눈속임일 뿐 새로운 부총리의 지시로 중요한 사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이헌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혜준은 달라 보였다. 억지로 술을 마시고 먹는 것만은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했던 혜준이 행복하게 술을 마신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혜준은 기재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혜준을 보는 이헌은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린 IMF를 다 극복했을까? 라는 반문과 같은 질문을 하는 혜준에게 이헌은 희망을 언급했다. 혜준처럼 감히 '저항'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변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감히 저항할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 포용력 있고 당당한 사람.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 그래서 이쁜 사람. 이헌이 규정한 혜준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바람이기도 했다. 겨울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춥다는 이헌에 그래도 눈은 아니라는 혜준.

 

곧 다가올 꽃피는 봄을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은 <머니게임>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유진은 혜준에게서 당신은 온전한 한국사람이라는 말과 함께 '유진 한'이 아니라 '한유진'이라는 이름을 듣고 변했다.

 

다시 바하마의 개가 되려는 유진은 그렇게 스스로 그들이 쳐놓은 덫을 뿌리치고 자신의 길을 찾았다. 세상은 여전히 차갑고 두렵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탱해야 할 경제 관료들은 모피아로 자신들의 이너서클에만 관심이 있다. 드라마가 보여준 희망이 현실에서도 다가올지는 알 수 없지만, <머니게임>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음을 마지막까지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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