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5. 11:14

식벤져스-넘치는 요리 예능 중 돋보이는 이유

하나가 유행하면 질리도록 써먹는다. 방송만이 아니라 유행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이 그렇다. 다양성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 쏠림 현상은 반짝하지만 결과적으로 허무하게 사라지도록 만들고는 한다.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 역시 몇 년 동안 성황이었다.

 

의식주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언제나 환영 받을 수밖에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며 가장 익숙하고 버릴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요리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식벤져스>가 식상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돋보이는 이유는 뭘까? 유명 셰프와 연예인이 나와 식당을 차려 손님을 받는 방식은 여타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다. 하지만 <식벤져스>가 여타 요리 프로그램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식재료다.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식벤져스>에 주목해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그들이 사용하는 식재료들이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는다. 스스로 집에서 해 먹거나, 사 먹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뭔가를 만들면 그 과정에서 무언가는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비용 역시 상당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한다는 설정은 반가운 일이다.

 

이미 해외에서 조금씩 유행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푸드' 운동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다는 점에서도 반갑다. 버려지는 식재료 중 상하지 않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일들은 많아졌다. 일반인들이나 일부 사회 단체의 움직임들도 점점 확산되는 중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식재료를 다듬고 남은 재료들을 모아 식당에서 요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레스토랑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낯선 이 문화를 <식벤져스>는 처음 시도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우후죽순 늘어나고 사라지는 요리 예능과는 큰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유방원, 송훈, 김봉수로 이뤄진 셰프들과 봉태규, 문가영, 문빈 등 연예인이 한 팀이 되어 '제로 식당'을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첫 번째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그들이 찾은 곳은 광장시장이었다. 육회가 많은 이곳에서 나오는 식재료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엄청난 양의 낙지 대가리와 함께 달걀 흰자는 처리가 힘겨울 정도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식재료들이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기 전 이들의 손에 전달되었다. 과연 이렇게 모인 재료들을 가지고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세명의 셰프들 능력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자신이 원하는 혹은 잘하는 음식이 아니라, 버려진 식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셰프들끼리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음식물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는 과정은 그렇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식당에서도 버릴 수밖에 없는 재료들을 가지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니 말이다. 그렇게 가장 먼저 요리를 만든 것은 중식 대가인 유방원이었다.

흰자를 머랭을 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튀긴다. 낙지 대가리를 잘게 썰어 튀긴 후 이를 만두처럼 머랭으로 감싸 튀긴 요리는 의외의 식감으로 모두를 사로잡았다. 지금 당장 내놔도 좋을 정도의 요리는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의 도전은 쉽지 않았고, 다음날 오픈을 앞두고 완성하지 못한 상황까지 나올 정도로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하루 전 버려진 음식을 받고 이를 통해 요리를 완성해서 바로 손님을 받는 과정은 전문 셰프들에게도 결코 쉬울 수 없는 도전이었다.

 

뻔한 요리 예능이 아니다. 형식은 비슷해도 그 안에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음을 <식벤져스>는 잘 보여주고 있다. 식상한 그렇고 그런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들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푸드' 예능은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엄청난 양의 음식 쓰레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못먹어서 죽기보다 너무 잘 먹어 죽는 세상이다. 과소비되는 음식. 그리고 그렇게 파생되는 수많은 음식 쓰레기들에 대한 환기 차원에서도 <식벤져스>는 좋은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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