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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가족입니다 최종화-아는 건 별로 없는 가족들이 전하는 위로와 행복

by 자이미 2020.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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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인지 물었던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16회로 마무리되었다. 엄마 진숙이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 이들 가족의 대서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물론 그게 마지막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겠지만 말이다.

 

아버지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는 행복하지는 않았다. 진숙이 대뜸 "가족이 뭐니?"라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은희를 시작으로 은주와 지우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는 진숙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나가라고 외치던 상식의 행동은 그동안 자식들이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진숙은 지우를 내보내지는 않겠다고 했다. 자신이 쫓겨나봐서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임신한 채 상식과 결혼한 진숙은 그렇게 가족에게 버려졌다. 그리고 가족들은 모두 이민 가버렸다. 상식과 마찬가지로 가족 하나 없는 신세가 된 진숙이 겪었어야 할 고통이 얼마나 큰지 경험하지 못한 이는 알 수 없다.

 

가족은 그렇게 한바탕 소동극처럼 휘몰아친 뒤 다시 하나가 된다. 끊어내려해도 끊어낼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의 아픔과 고통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저 1박 2일 여행을 갔다 오면, 혹은 자식들이 조금 잘해주면 풀릴 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은희와 찬혁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건 오랜 친구였기 때문이다. 15년이 넘게 친구로 지내왔던 그들은 그래서 쉽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건네지 못했다. 많은 이들에게 쉽게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이에게는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했던 그들이다.

 

울컥하듯 "사랑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고 얼굴만 빨개지는 은희와 그런 모습을 보며 즉각 알아차리는 찬혁. 정반대의 상황 속에서도 은희는 그 변화를 읽는다. 그리고 그 변화가 사랑임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실제 사랑하니 말이다.

 

그들에게는 특별했던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은희는 숨이 찬 상태에서 "사랑한다"고 외쳤다. 바보처럼 정작 해야 할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 은희에게 반지를 보여주는 찬혁도 이 날을 기다렸다. 추억이 가득한 덕수궁 돌담길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키스를 나누는 그들은 행복했다.

 

은주에게 유 소장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자신을 너무 잘아는 하지만 자신과 다르지만 닮고 싶은 이 남자가 자꾸 걸린다. 이제는 전남편이 된 태형을 찾아갈 정도로 안정을 찾은 은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 보건소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태형의 모습은 은주에게는 낯설기만 했다.

화려하고 도외적인 모습만 각인되었던 태형이었지만, 그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짜 자신을 찾게 된 태형도 여유로웠다. 여전히 은주를 자기라 부르고, 처제와 처남, 어머니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태형은 자신도 놀랐다.

 

쉽게 변하지 않는 말투는 우리가 가족이었다는 흔적이다. 그 흔적들은 세월이 지나 사라지기도 하겠지만, 어떤 것은 영원히 함께 가기도 한다. 연인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된 은주와 유 소장은 그렇게 막역한 사이가 되어갔다.

 

은주는 친부를 찾았다. 대단한 뭔가를 기대하고 만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의 뿌리는 존재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친부를 한 번은 만나야 했다. 그렇게 미술관을 운영하는 친부를 찾은 은주는 건조함 속에 임무를 마치듯 정리를 했다.

 

은주의 성격은 친부에게 물려 받은 것은 분명했다. 딸이라고 해도 함께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면 무의미하다며 가족 몰래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내미는 그림을 거절하며 나서는 은주는 웃었다. 숙제를 마치듯 그렇게 은주는 친부를 만난 후 조금씩 달라졌다.

 

웃음이란 찾아볼 수도 없었던 은주가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고, 농담도 던진다. 친부가 아닌 상식을 닮아가는 은주는 그렇게 진정한 가족과 함께했다. 엄마 진숙은 훌쩍 떠났다. 가족 모두가 동의한 그 여행은 긴 세월 힘겨웠던 엄마에게 주워진 첫 번째 보상이자 자유였다.

 

상식은 오피스텔에서 생활하지만 집을 자주 찾는다. 자식들 몰래 아내와 영상 통화를 하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멋진 풍경을 담고 전한다. 그렇게 그들은 30여 년이 지나서야 진짜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났던 엄마 진숙이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집 문 앞에서 가족들을 맞이하는 진숙은 그대로였다. 그런 가족들을 위해 하와이안 셔츠를 선물하는 진숙과 뜬금없는 셔츠에 당황하지만 마치 단체복처럼 입고 하나가 되어 있는 이들은 가족이었다.

 

살뜰하게 영식과 그 아들, 그리고 진숙은 아직 모르는 은희의 남자 찬혁까지 챙기는 모습은 그래서 살갑다. 아이들보다 남편 상식이 더 우선인 진숙은 편안하다. 자신이 갔던 곳들을 설명하고, 막내까지 추렴을 하는 그 모습은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가족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 상식과 진숙은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방에 올리고, 바쁜 아이들은 형식적인 답변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은주는 바쁘다며 이 마저도 무시하지만 말이다. 가족 여행을 제안하는 상식에 답변하지 못하는 아이들.

 

자기들끼리 만든 단체방에서 아버지 제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과 달리, 진숙은 부부 단체방에서 상식에게 "우리 둘이 가요"라는 말로 함께 한다. 그렇게 그들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유연하게 서로를 챙기고, 아끼며 사랑한다.

가족에게도 각자의 비밀은 존재한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놔야만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이해하는 것은 가족이기에 가능하다.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은 가족의 특권이기도 하다. 

 

오해하고 미워하는 시간들도 많았지만, 이를 이겨내고 진심을 확인하는 순간 그 사람이 다시 보인다. 가족이라는 가치가 흐릿해지는 현대 사회에 이 드라마는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 모두 다른 시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족을 어느 하나로 단정해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가족은 더욱 의미가 없어졌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한번이라도 되묻고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충분했다.

 

완벽했던 이야기와 연기, 그리고 연출까지 그 모든 것 하나 아쉬운 것이 없었다. 마지막 엔딩 크래딧에 함께 했던 가족과 같은 이들의 모습들이 함께 올라가는 장면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존재함을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언제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록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 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했다. 대단할 것 없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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