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4. 10:50

악의 꽃 최종화-이준기와 문채원 성장을 보여준 매력적인 드라마

아내를 구하기 위해 백희성의 총에 맞은 현수는 기억을 잃었다. 자신이 살아왔던 15년의 기억이 사라졌다. 백희성의 차에 치인 직후부터 이후 기억은 모두 사라졌다. 지독하게 힘겨웠던 시절의 기억만 남긴 채 현수는 지원과 행복했던 시간들은 모두 잃고 말았다. 

 

한 달이 넘게 병원에 누워있던 현수는 15년 전 백희성의 차에 치인 후 병원에 실려왔다고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병실을 나온 그는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지원을 봤다. 그의 목에 걸린 형사증을 보고 기겁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15년 전 기억에서 멈춘 현수로서는 경찰은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가려는 그를 기다린 것은 기자들이었다. 연주시 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쓰기 위한 기자들은 병원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렇게 현수는 세상에 다시 알려졌다. 

 

지원과 사건이 종료된 후 만난 현수는 그를 몰라봤다.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해수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가경리 이장을 살해한 해수에 대한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았지만 옳은 길을 걸어야 했다.

 

현수의 오해는 풀렸다. 그는 억울한 피해자였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인신매매범을 잡았고, 연쇄살인마도 잡았다. 그렇게 현수에 대한 지지가 컸지만, 14년 동안 아내를 속였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호불호가 나뉘듯 찬사와 비판이 오가는 상황에서 현수는 누나 사건의 증인으로 섰다. 이장이 해수의 칼에 찔려 사망한 직후 현장에 도착했던 그는 누나 대신 범죄자가 되려 했다. 그 모든 정황들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해수의 죄가 작아질 수는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최 형사였다. 동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던 그는 다시 진술서를 확인했다. 한통속인 동네 사람들의 말들 속에서 진실을 찾아낸 최 형사는 이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다.

 

이장이 도민석의 돈을 빼내기 위해 궂을 벌였고, 무당에게 전달할 돈을 빼돌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도민석의 재산을 모두 빼돌리기 위해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현수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해수까지 성폭행하려 했다.

이장은 조카를 시켜서 현수를 몰아붙였고, 그렇게 그들의 모략은 성공했다. 대학 등록금이 절실했던 조카는 삼촌의 말을 들었고, 그렇게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드는 현수의 진심(?)은 결국 법정에서 증언을 하도록 만들었다.

 

해수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었고,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도 참작되어 무죄를 선고받았다. 남매는 과거의 사건과 완전히 결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현수와 지원이었다. 지원은 여전히 현수를 사랑한다. 현수 역시 지원을 사랑하지만 애써 외면하려 한다.

 

사라진 기억들 속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것은 모두 부정적인 것들이다. 18년 만에 만난 누나와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거짓말로 지원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떠오른다. 그리고 지원을 이용했다고 무진에게 했던 이야기들도 떠오른다.

부정적 생각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현수는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현수는 그렇게 멀어지려 했다. 누구보다 힘겨운 삶을 살았던 현수의 삶을 이해하는 지원 역시 그를 위해 이별을 선택했다.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 편안하게 살아보지 못했던 남자. 그 남자의 삶에서 자유와 행복을 원했던 지원은 그렇게 그를 응원하고 싶었다. 멀어지려 해도 멀어지기 어려운 것이 그들이다. 현수는 지원과 함께 했던 장소들을 찾게 되고 그렇게 그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찾았다.

 

비가 오던 날 처마 밑에서 첫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하던 지원의 모습. 그렇게 지원의 모습에 반해서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했던 자신의 기억들은 어렵게 되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집을 내놓은 자신의 공방을 찾은 현수는 그곳에서 지원과 재회했다.

 

현수를 잊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려 했던 지원. 그런 지원에게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현수. 그렇게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 했던 딸 은하를 위해 유치원을 간 현수는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아빠"하고 달려오는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가족에 대한 갈증과 애정이 동시에 터진 현수가 감격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자신이 이렇게 소중한 가족을 놓으려 했다는 사실을 자책할 정도로 말이다. 감동 그 이상의 가치로 다가온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현수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

 

<악의 꽃>은 16부를 마지막으로 종영되었다. 완벽한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한 드라마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준기의 명연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빛났다. 그를 다시 한번 각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왔다.

문채원 역시 그간의 아쉬움들을 이 드라마를 통해 만회할 수 있었다. 지리멸렬했던 작품들로 인해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던 문채원의 <악의 꽃>을 통해 성장했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가장 악조건 속에 등장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김지훈의 변신은 신의 한 수였다.

 

그동안 김지훈의 연기에서 볼 수 없었던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는 그의 연기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줬다. 극 후반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게 만든 김지훈이 없었다면 <악의 꽃>은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김철규 피디의 연출도 좋았다.

 

무엇보다 유정희 작가의 필력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했다. 꼼꼼함이 돋보였던 유 작가의 글은 다음 작품에서 더욱 만개할 것으로 기대되니 말이다. 연쇄살인마의 멜로 드라마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흥미롭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말이다.

 

널뛰듯 걸작과 졸작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악의 꽃>은 많은 이들에게 오랜 시간 기억에 남겨둘 수 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비록 시청률이라는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그 모든 편견을 넘어 시청했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았을 작품이 바로 <악의 꽃>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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