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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갬성캠핑 1회-남해에서 보낸 감성 충만 캠핑의 재미

by 자이미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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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 떠나는 여행의 재미는 뭘까? 다양할 것이다. 남자들만 다니는 여행은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그게 정말 남자들의 여행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문화가 되는 경향들도 생기고는 한다.

 

억지 게임이나 규칙들도 필요 없다. 그저 여행을 가는데 굳이 게임을 하고 자극과 고통을 수반해야만 밥을 먹는 고행도 존재하지 않는다. 재미를 핑계 삼아 온갖 기행을 하는 여행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여행이 더 환영받는 시대 '감성'을 앞세운 캠핑은 그래서 반갑다.

박나래를 시작으로 안영미, 박소담, 솔라, 손나은으로 이어진 캠퍼들의 첫 여행지는 남해였다. 국내에서 스위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그들은 첫 모임부터 시끌벅적했다. 매회 테마를 정하고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변별성도 갖췄다.

 

한국의 스위스를 방문한다며 드레스코드도 맞춘 이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 행복해 보였다. 스스로 '투머치'라고 했던 박나래는 다른 멤버들이 가져온 짐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이 싸들고 왔다. 캠핑 장비와 음식으로 무장한 박나래로 인해 고생도 하지만 그만큼 진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행복이다.

 

제작진이 준비한 캠핑카를 몰고 등장한 이는 박소담이었다. 유일하게 캠핑카를 운전할 수 있는 박소담은 그만큼 중요한 존재다. 모두 모여 어렵게 짐을 싣고 떠난 남해는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보이는 비경은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양떼목장을 찾은 이들을 맞이한 것은 양떼들만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첫 게스트인 송승헌이 함께였다. 여자들만의 여행에 첫 초대된 게스트인 송승헌의 활약은 어뚱함에 있었다. '아재 개그'를 쏟아내는 송승헌에게 정색하는 안영미까지 그들의 첫 만남은 설렘과 당황으로 점철되었다.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첫끼를 해결한 그들의 첫 정박지는 바다와 산이 함께 어우러진 창선면 고사리언덕이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캠핑을 가는 이들이 느끼는 행복은 바로 장소가 주는 가치이기도 하다.

 

다 좋은데 문제는 노동력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욱 스스로도 과하다 할 정도로 많은 장비를 가져온 박나래로 인해 2시간에 걸쳐 여섯 명이 캠핑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은 첫 여행부터 닥친 고난이었다. 매번 그런 고생을 할 것인지, 조금씩 덜어내는 여행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완벽하게 갖춘 갬성 캠핑장에서 식사 준비가 이어졌고, 이 역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과정은 결코 쉬워 보일 수 없었다. 각자 주어진 일에 충실한 과정이었지만, 과연 이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그들 스스로도 자문할 일이었다.

어렵게 모든 것을 마치고 맞이한 그들의 캠핑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스위스를 생각하게 할 메뉴들과 함께 남해 특산물이 함께 하는 저녁은 그들 모두에게 풍성함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이야기에 젖어들며 자연스러워지는 시간들이 어쩌면 캠핑의 백미였을지도 모르겠다.

 

의도적인 감성인지, 자연스러운 것인지 여부는 출연한 이들만이 알 것이다. 눈물을 쏟아내는 이들의 감성이 자연스러웠기를 바라는 것은 이들의 여정이 이제 시작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과 분위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릴 수는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시청자들에게 역효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첫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 이제 막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쳐나가야 할 부분들이 많아 보였을 뿐이다. 뭔가 미션이 주어지거나 하지 않아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알아서 모든 것들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연진들의 부담 역시 컸을 수도 있다.

 

<갬성캠핑>이다보니 '갬성'에 방점을 찍은 박나래의 과한 준비는 오히려 문제로 다가왔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소진하다 보니 모든 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이다. 노동을 위해 캠핑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반가울 수는 없다.

 

여유를 찾고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 삭제된 채 힘겹게 뭔가를 준비하는 과정만 가득한 첫 캠핑은 시청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말이다. 홀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박나래의 모습도 짠하지만 자초한 일이라 아쉽기도 했다.

 

이런 과함은 캠핑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덜어내질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으로 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역시 이들이 해야 할 과제로 다가왔다. 그리고 송승헌이 출연하는 것이야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의외로 '아재개그'에 심취한 그의 모습이 엉뚱해서 새롭게 다가오는 측면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제작진이다. 굳이 첫 회부터 남자 게스트를 초대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노는언니>에서도 굳이 남자 MC들을 초대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첫 회 남자 게스트를 초대한 것은 매 여행마다 게스트를 초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변화를 주겠다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이들이 모두 걷돌게 만들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멤버들이 보다 친해질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데 게스트로 인해 그 과정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영원히 존재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너무 과한 준비와 뜬금없어 보이는 게스트 초대로 인해 <갬성캠핑>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어떤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특별히 이 프로그램을 찾아봐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은 아쉬움이다. 이는 제작진들이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예능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들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듯하다. 한때 활성화되는 듯했던 여성 예능이 사라졌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조금씩 다시 만들어지는 여성 예능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작진들의 부단한 노력들이 요구된다. 무난해서 특징이 없었던 첫 방송이 보약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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