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0. 11:27

마우스 종영-사패 잡는 사패, 이승기만 남겨진 이야기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마우스>가 무려 20회로 마무리되었다. 다른 미니 시리즈와 달리, 20회까지 갈 필요가 있었나 할 정도로 길었다. 여기에 두 차례나 스페셜 방송까지 더해지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승기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화제성을 모으기는 어려웠을 듯하다. 잔인함이 가득하고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 설명만 가득한 전개는 극적인 흐름으로 이끌지 못했다. 중구난방처럼 늘어놓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설명을 하는 과정으로 반복되는 이야기는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진다.

누구나 손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로 나왔다. 이승기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살인을 해왔다. 그리고 이를 조정하고 부추긴 것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자신이 추진하고자 했던,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세상에 태어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살인마를 만들고, 그렇게 그들이 연쇄살인을 벌이도록 만들었다는 설명 자체가 황당하기는 하다.

 

비서실장은 자신을 죽이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자신이 죽임을 당하게 되면 보다 명확하게 의지가 표명되어 법안이 만들어지고 통과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수술로 성요한의 선한 마음을 받은 바름은 이를 거절한다.

 

뇌수술을 통해 선과 악이 공존하게 되었다는 설정 속에서 펼쳐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전개 자체가 이상하지는 않다. 그리고 자신에게 복수를 하려는 봉이에게 자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 역시 당연함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주제가 무너지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바름의 자수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사형 선고를 받고 자신의 아버지가 갇혀 있는 교도소로 수감된 그가 선택한 마지막 일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한서준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자수를 생각하는 순간부터 바름의 선택은 하나였다. 자신이 끊어야 할 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교도소에서 한서준을 제거한 바름. 그리고 그런 바름을 면회간 고무치에게 심적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한때는 의형제까지 맺자고 했던 자가 자신의 형을 잔인하게 죽였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절대 용납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바름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면회실로 온 바름의 눈에는 자신이 있었다. 무치가 서준을 면회 같을때 눈빛을 보며 절대 살인할 수 없다고 했던 말을 곱씹어 바름이 바로 자신과 같은 눈을 한 선한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뇌수술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바름의 죽음은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평생을 부정했던 십자가 앞에서 어린 자신을 안아주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죽어가는 바름의 모습은 작가가 그토록 외쳤던 주제의식이기도 했다.

 

'사이코패스 유전자 태아 강제 낙태 법안'이 신상 형사의 아버지에 의해 발의되어 통과되었다는 식의 이야기 흐름은 기이했다. 과거 자신이 반대했던 법안을 국회의원에 다시 뽑히며 발의하는 과정도 이상하고, 이를 당연하게 여긴 작가의 시각이 불안하다.

 

모든 산모의 유전자를 검사해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으면 낙태를 시켜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지가 이 짧은 결정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논쟁거리도 존재하지 않은 채 오직 이 결정을 위해 달려왔다는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에 더욱 놀랍기만 하다.

 

사이코패스와 천재 사이는 없다. 수없이 많은 사이코패스들은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살인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하고, 태어나는 것까지 막아야 한다는 최란 작가의 주장은 그래서 섬뜩함으로 다가올 뿐이다.

 

국가가 모든 국민을 통제해서라도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기괴한 사고를 드라마에 투과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최란 작가는 위험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사이코패스=살인마'라는 인식을 품고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인물도 담았지만, 법안 통과로 자신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섬뜩하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엉망이었다. 물론 이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열성적으로 본 팬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일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절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드마라다. 앞서 이야기를 했듯, 일본 드라마 스타일로 사건을 빠르게 전개시키고 수습하기 위해 설명에 집중하는 방식은 최악이다.

 

자연스러운 상황들과 함께 극 전개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명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는 방식은 진부하고 작가 편의주의적 사고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촘촘한 얼개를 엮어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 드라마에 이승기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과 같은 평가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언론에서는 찬사를 보내지만, 정말 이 드라마가 찬사를 받을 정도인지 여부는 이승기를 배제하고 보면 보다 명료해진다.

 

이승기의 존재 유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드라마라면 이는 좋은 드라마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승기의 원맨쇼와 같은 드라마였다. 그리고 이승기가 처음으로 악역도 해보는 등 한 드라마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그의 연기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고정된 역할이 아니라 다양한 연기를 한다는 것은 배우로서는 너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승기에게 사이코패스 연기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를 통해 배우 이승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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