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1. 10:23

심야 괴담회는 왜 성공하지 못할까?

생활 속 귀신 체험담을 이야기하는 <심야 괴담회>가 큰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파일럿 방송을 통해 가능성을 봤고, 그렇게 정규 편성되었지만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런 방송이 있는지 모르는 이들도 많을 정도다.

 

목요일 저녁 10시 30분에 방송되는 편성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될 듯하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자, 지역 방송이 그 시간을 대처하고 그렇게 <심야 괴담회>는 수도권 중심의 로컬 방송으로 전락했다.

고정 패널들과 초대 손님을 모시고, 일반인들이 직접 경험한 귀신 이야기를 출연진이 읽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집에서 시청하는 어둑시니들이 각각의 에피소드에 대한 평가를 하고, 1등들이 최종 경쟁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송의 핵심은 얼마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귀신 이야기를 찾아내느냐다. 사실 귀신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귀신을 믿는 이들도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신 자체를 믿지 않으니 말이다.

 

시대가 변하며 귀신에 대한 소구도 사라져가고 있다. 귀신보다 더 무섭고 강력한 슈퍼히어로들이 존재하고, 살아있는 시체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귀신은 구시대 유물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예능 방송에서 소개하는 귀신 이야기는 무서움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재미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매주 3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이는 꾸준하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귀신 이야기들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분기별 방송이 아니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처럼 귀신 이야기들이 소위 잘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귀신보다 좀비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대에 귀신 이야기는 그만큼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처럼 귀신 이야기를 꾸준하게 소비하고 실제 믿는 나라가 아닌 이상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시대착오적인 예능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 수 있다.

 

최대 3%, 평균 1%의 시청률은 그런 한계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많다. 귀신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도 성행 중이다. 최근 종영된 <대박부동산> 역시 귀신과 퇴마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청률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 귀신 이야기가 먹히지 않는단 이야기가 아니란 의미가 되겠다. 이는 결국 이 프로그램의 편성과 진행 과정의 아쉬움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정규 편성되며 김구라를 메인 MC로 선택했다. 그것부터 문제다.

 

제작진은 귀신을 믿지 않고 퉁명스러운 김구라를 통해 극과 극의 대비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으로 다가온다. 진행 역시 긴장감을 극대화시켜야 할 부분에서 맥을 끊는 방식으로 득 보다 실이 크다.

 

전반적으로 모두가 몰입하고 이야기에 집중해서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선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붕 뜨는 기분이고, 좀처럼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맥을 끊고 뚱한 표정에 이상한 리액션까지 더해지며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만든다는 사실은 아쉽게 다가온다.

 

텔러가 되는 이들의 이야기 전달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차별성을 위해 재현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차라리 <심야괴담회> 파일럿에서 언급했던 과거의 방송처럼 재현 드라마로 꾸렸다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전문 텔러가 아닌 이상 그들이 전달해주는 이야기는 한계가 명확하다. 유튜브에서 이런 유사한 형식을 취하는 이들도 많다. 사건사고를 다루는 채널의 경우 인기도 높다. 자극적인 사건들이 넘쳐나고, 그렇게 소개되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은 관심을 갖는다.

 

<심야 괴담회>는 유튜브 방식을 일정 부분 도입한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방송사가 가진 정보와 자본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다 풍성하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에도 그런 매력이 이 방송에는 보이지 않는다.

 

재현하는 장면들이 조금씩 늘어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재현 드라마처럼 몰입도를 높이는 수준은 아니다. 전문 텔러가 아니라는 점에서 전달하는 방식과 표현력에서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제보되는 이야기는 실생활에서 실제 체험자가 경험한 내용이다.

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는 제작진의 몫이다. 하지만 텔러들의 이야기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여기에 뚱한 MC의 성의 없는 진행은 이 프로그램을 더욱 재미없게 만든다. 이런 귀신 이야기 믿을 필요 없다는 식의 진행이라면 누가 이런 프로그램을 보나. 내부 안에 적을 만들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프로그램으로 만든 제작진의 문제는 MBC 전체의 문제로 다가온다.

 

곽재식과 심용한이 과학과 역사 전문가로 소개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 역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들을 왜 선택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0일 방송 분에 곽재식과 심용한은 왜 나왔는지 알 수 없게 했다. 마치 리액션을 위한 방청객같은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제대로 된 리액션도 보여주지 못했으니, 최소한으로 초대된 방청객의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파일럿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정규 편성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정착하며 귀신 이야기를 흥미없는 전문서적 읽는 방송처럼 만들었다. 충분히 매력적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소재와 방식을 활용하며 다채롭게 풀어가는 환경은 중요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심야 괴담회>는 지속되어야 한다. 다만, 지금의 방식과 사람이 아니라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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