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3. 13:31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 박봉식에서 안산까지 49%의 힘

올림픽은 끝났다. 물론 페럴림픽이 조만간 시작되지만, 현재와 같은 관심은 이어이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일본은 자신들이 할 일을 끝냈다고 선언하는 상황에서 과연 페럴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큐 인사이트>는 흥미로운 주제로 다가왔다.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는 여성 운동선수를 다뤘다. 왜 여성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남녀평등이라는 화두는 이제 더는 화제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적인 주제로 실천해 나가야 할 상황이 되었다. 

김연경, 박세리, 지소연, 남현희, 김온아, 정유인 등 여섯 명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을 통해 우리시대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개인의 영광만이 아니라, 한국 여성 스포츠의 역사로 담아내고 풀어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대한민국 배구의 상징이 된 김연경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엄청난 근육으로 여자 마동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정유인의 이야기까지 풀어내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김연경이 어떻게 최고의 선수가 되었는지, 그런 성취 드라마도 흥미로웠지만 그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영향력이었다.

 

김연경은 시끄러운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저 웃고 넘기거나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과 달리, 김연경은 배구협회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듯 싸우는 일들도 많았다. 해외 진출을 하면서도 소속팀, 연맹 등과 마찰을 빚으며 어렵게 해외 진출을 이루기도 했다. 

 

김연경은 당대 최고의 선수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은 기록으로 이미 증명이 되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다는 사실은 대단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김연경 선수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난은 상상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남자 배구는 남자 농구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여자 배구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남자 배구가 끝나고 여자 배구가 편성되는 방식으로 그저 어쩔 수 없이 구색 맞추기처럼 여자 스포츠도 함께 한다는 식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는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4강에 올랐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4강 신화를 쐈다. 남자 배구와 비교해보면 비교 자체가 안될 정도로 여자 배구는 대단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태극기를 단 여성들의 성취는 남성들의 것보다 화려하고 위대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왜 여성 스포츠 스타들은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이는 남성 위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런 간극을 단기간에 채워내고 넘어서기는 어려운 일이다.

 

여자 골프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에서는 남자보다 여자 골프 대회가 더 많고, 상금도 크다. 외국 기자들은 이런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여자 골프의 경쟁력이 최소한 국내에서도 남자를 이기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소연 선수 역시 개척자로 불릴 수 있는 존재다. 만 15세에 국가대표가 되었고, 골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FIFA 주관하는 대회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첫 메달을 따낸 존재이기도 하다. U-20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U-17 월드컵에서는 우승도 한 한국 여자축구다.

문제는 이런 기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와 협회의 지원이 이어졌다면, 현재 대한민국 여자 축구는 세계적인 수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시아권에서도 우승권과는 멀어진 상태다. 중국과 일본, 심지어 북한에게도 밀리는 전력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하다.

 

지소연은 WSL에 첫 진출한 선수이기도 하다. 첼시의 여성팀인 첼시 위민에 진출했지만, 그가 간 첼시 위민팀은 첼시 남성 팀과는 차이가 너무 컸다. TV로만 보던 첼시 홈구장은 입단을 위한 사진 촬영용이었다. 여성 팀 구장은 허름하고 인조 잔디였다. 훈련도 일주일에 세 번일 정도로 열악했다고 한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여자 축구에 대해 이런 식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지소민이 첼시 위민에 합류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5년 지소연은 MVP를 차지하는 등 첼시의 전설이 되었다. 단순히 개인의 성취만이 아니라, 여성 축구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그렇게 선수단 자체가 변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지소연은 위대하다.

 

박세리가 만약 당시 US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한국 여성 골프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척박한 환경에서 20살 박세리는 미국에 진출해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국내에 박세리 키즈들이 늘어나며, 현재 전 세계 골프계를 평정한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성기를 만들 수 있었다.

 

 

축구는 남녀 임금차가 10내나 난다. 골프 역시 6배 정도의 차이다. 배구의 샐러리 캡은 대외적 성적과 상관없이 남자들을 위해서만 열려있다. 그럼에도 테니스는 남녀 상금이 동일하다. 이는 전설인 빌리 진이 이를 언급하고 바꿨기에 가능한 성취였다.

 

미국 여자 축구의 전설인 메건 라피노는 월드컵 우승을 하고 남녀 임금 문제를 언급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현장에서 관중들은 '이퀄 페이 Equal Pay'가 올려 퍼졌다. 왜 동일한 일을 하는데 임금은 차이가 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몸을 이용한 노동이 전부인 시대에 남녀의 차이가 극명한 것은 당연했다. 노동력의 차이가 만든 결과이니 말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가고 있고, 힘으로 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 임금에 대한 요구는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너무 당연하다.

 

스포츠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 전반의 남녀의 문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금메달을 따고 세계적인 스타가 나와도 왜 여성 지도자는 소수일까? 이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권력의 문제가 개입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성다움을 강요하는 행위는 많이 줄었지만, 여자니까 여성답게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강요하는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안산 선수가 짧은 머리에 여자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이 한심한 무리가 소수이지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끔찍하니 말이다. 

 

이런 소수의 극단적이고 한심한 존재도 문제지만 제 1야당의 당대표 대변인이 이런 소수의 극단적 주장이 옳다며, 안산 선수가 빌미를 제공했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현실은 끔찍하다. 아직 갈길이 멀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1948년 런던 올림픽 투원반에 나선 박봉식 선수.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올림픽 출전자다. 이후 수많은 여성들이 올림픽에 나섰고,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하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3관왕을 이룬 이도 여성 궁사인 안산이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에 맞춰 격렬한 논쟁도 벌어지며, 조금씩 옳은 방향과 방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125년 올림픽 역사상 출전 선수의 성비가 비슷해졌다. 여성 선수가 49% 출전했다는 것은 단순히 올림픽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너무 명확하다. 

 

역사는 투쟁한 이의 몫이다. 숨죽이고 외면하면 변하지 않는다. 올바르지 못한 일들을 바로잡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 능력은 남녀 구분해서 따질 수 없다. 자신이 이룬 성취만큼 그에 합당한 임금을 받는 것에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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