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5. 10:58

너는 나의 봄 종영-따뜻한 세상을 위한 포근한 위로

한 편의 따뜻한 소설을 읽는 것 같았던 드라마 <너는 나의 봄>이 16회로 종영되었다. 모두를 위한 힐링 드라마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와 희망으로 마지막까지 흐뭇하게 웃게 만들었다. 장르극 형태로 살인사건이 개입되기는 했지만, 이 역시 모두 힐링을 위한 장치일 뿐이었습니다. 

 

15회에서는 마지막 불안함을 치유하는 과정들이 담겼습니다. 미란은 자신의 소중한 딸을 사랑하는 영도가 마음에 들지만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이혼했고, 심장이식 수술로 아프기까지 한 남자가 마냥 좋고 그렇게 사위로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하기도 어려운 게 어머니의 마음이니 말이죠.

가족처럼 지내는 시장 사람들의 농담마저 날카롭게 받아들일 정도로 미란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강릉에 온 다정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죠. 비록 다정 혼자 잘 커서 이렇게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어른이 되었지만, 엄마의 마음은 생색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딸을 가지고 위세 떤다는 식의 과한 허세가 아니라, 이 잘난 딸이 내딸이라고 생색이라도 내고 싶지만, 영도에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엄마 미란은 너무 잘 알고 있죠.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다정과 그런 딸이 안쓰러우면서도 고마운 엄마 미란의 포옹은 그래서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뒤늦게 강릉에 도착한 영도에게도 미란은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자신의 아픈, 그래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까지 끄집어내, 엄마의 마음을 언급하는 미란을 보며 영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보여준 미란의 마음을 누구보다 영도는 알고 있었으니 말이죠.

 

영도를 사위로 받아들인 미란은 아침부터 시장으로 데려갔습니다. 하이에나처럼 다정이 남편감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그들에게 영도를 내던지고 유유히 사라진 미란. 그리고 그런 질문 공세 속에서도 정신과 의사답게 잘 적응하고 넘기는 영도는 이미 그 안에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다정이 등장하자 시장 이모는 돈 오천 원을 영도에게 쥐어주며, 호떡이라도 사 먹으라 하죠. 그들에게 다정은 딸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습니다. 도망치듯 강릉에 와 어렵게 살았던 미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은 어린 다정을 키우다시피 한 실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죠.

 

다 큰 어른에게 돈 오천 원을 주며 맛있는 거 사 먹으라는 행동은 가족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시장 이모들 역시 영도를 사위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되겠죠. 최선을 다해 최대한 오래 다정 곁에 있어 달라는 미란의 말처럼 영도는 시계를 선물했습니다.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영도의 마음이었죠.

 

영도는 경찰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세 아이의 사례를 들어 촉법소년과 관련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세 아이는 다정, 영도, 이안이었습니다. 세 아이는 모두 힘겨운 어린시절이 있었습니다. 다정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신발을 벗어주었죠. 

 

폭력 남편에게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으로 막아낸 모정이었습니다. 영도의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문제의 교회에 맡겼습니다. 하지만 이안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아이를 팔아 돈을 갈취하려는 아버지로 인해 버려진 이안은 그렇게 일그러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뜻한 위로를 받은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는 결국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영도의 말은 이 드라마의 핵심이기도 했다. 이안 역시 다정과 영도를 만나며 자신이 신념처럼 생각하고 살아왔던 그 모든 것이 옳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고 형사를 찾아 직접 모든 것을 밝혔으니 말이다. 열여덟 시절 살인을 교사한 것은 사망한 정민이 아니라 자신이라 고백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끝내버리고 싶은 심정이 가득한 이안은 고통스러운 악몽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는 짧은 시간의 헤어짐도 견딜수 없게 만든다. 4박 5일 연수를 떠나는 다정을 두고 영도는 영원히 헤어지는 것처럼 힘겨워하는 모습은 연애를 시작한 이들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는 것이 최선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도 하다. 

 

이정범 형사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아플 수밖에 없다. 고 형사로서는 범인을 잡지 못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안의 고백으로 진범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묘지를 찾은 고 형사만이 아니라 영도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존재일 수밖에 없다.

 

영도에게 심장을 준 이가 바로 이 형사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이란 뭐 하나로 규정할 수가 없다. 살인범에 의해 이 형사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영도에게 심장이 이식될 일은 없었다. 그렇게 타인의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이 기묘함이 인간들의 삶을 규정한다. 

 

 

은하와 태정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다정이 우연하게 알게 되었다. 다정의 집에 은하의 휴대폰이 있었고, 가져다주려던 상황에 태정의 전화를 무심코 받은 다정은 둘이 사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 상황이 영 이상하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다정과 은하 집안은 가족처럼 지냈다. 그런 상황에서 은하와 태정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가족끼리 연애한다는 느낌이라 당황스럽다. 그것도 모자라 다정이 영도와 함께 묘한 감정을 느꼈던 창고에서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까지 받은 다정은 가족끼리 이러면 안 되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99 빌딩 보수공사로 인해 강제 휴가를 얻게 된 다정과 영도는 둘만의 여행을 떠났다. 펜션을 잡고 엄마 화상 전화에 다정은 당황해 혼자 있는 척 하지만 미란은 엄마답게 천리안이다. 다른 사람 없이 영도와 단둘이 여행 왔냐는 엄마는 언제나 딸들의 사정을 다 안다.

 

한가한 마을 작은 슈퍼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사고, 다정이 그렇게 좋아하는 귤까지 선물 받은 그들은 서로를 연결시켜준 인형까지 뽑으며 한껏 행복해질 수 있었다. 너무나 평범한 그 일상의 모든 것들이 사실은 가장 행복한 일임을 우린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영도는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위로와 감사,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당부했다. 밤늦게 일을 하다 조는 아르바이트생을 본 다정은 꿀차를 사서 선물한다. 자신도 경험했던 그 힘겨움에 대한 공감이었다.

술에 만취한 남자가 편의점에 들어와 소주를 사가며 잔돈도 필요 없다 한다. 그런 만취한 남자에게 아르바이트생은 자신이 받은 꿀차를 건네며 걱정을 해줬다. 지나가던 아주머니와 부딪쳐 돈을 흘린 그 만취자에게 돈을 건네주는 아주머니. 그들의 모습에 움직이지 못하는 차량 속 연인은 바쁘지 않다며 상황 자체를 기다려준다.

 

돈은 이제 필요 없다며 아주머니에게 건네고 어딘가로 향하는 만취자. 그런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집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 그리고 열린 길을 따라 진행하는 차량. 그런 그들 뒤에 그 만취자는 다리 위에 섰다.

 

지독한 삶을 끝내고자 하는 결심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이가 있었다. 영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던 연인은 그저 관심만으로도 극단적 선택을 멈출 수 있다며, 만취자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따뜻한 간섭은 결국 그 남자의 결정을 무산시켰다. 

 

별것 없어 보이는 그 작은 위로와 관심은 세상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이를 막아 세운 것은 그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관심이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팬데믹 시대, 이 드라마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나는 너의 봄이 되어줄 수 있을까? 혹은 너는 나의 봄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이런 행복한 고민들을 해보게 해 준 <너는 나의 봄>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드라마였다. 자극적인 이슈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밋밋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힐링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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