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1. 10:53

케이트-일본 영화와 자본의 한계 명확하게 보여줬다

넷플릭스 재팬에서 제작한 영화 <케이트>는 현재 일본 영화계의 한계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듯하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기까지 했던 일본 영화는 사라졌다. 물론 여전히 몇몇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극소수에 그치고 영향력 역시 미미하다.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최고의 감독들이 모두 일본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고 자란 인물들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추종하는 집단들이 할리우드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 흔적들이 여전히 남겨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는 힘이 일본 영화계에 존재할까? 거의 존재하지 않다고 보인다. 넷플릭스 재팬에서는 일본 만화의 실사화에 집착하고 있지만, 그 역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일본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감독이라 부를 수 있지만, 그는 한국에 와서 한국 배우들과 영화 제작을 한다.

 

<케이트>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했다. 세드릭 니콜라스 트로얀이 감독을 맡았다. 2016년 작품인 <헌츠맨:윈터스 워>의 감독이기도 하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주인공인 킬러 케이트 역할을 맡고, 우디 해럴슨이 배릭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할리우드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일본 배경 영화라는 의미다. 여기에 일본에서 유명한 배우들인 쿠니무라 준과 아사노 타다노부가 야쿠자로 등장한다. 여기에 타다노부의 동성 연인으로 미야비가 등장하고, 케이트와 함께 움직이는 야쿠자 두목의 조카인 아니 역으로 캐나다-일본 혼혈인 미쿠 마티뉴가 출연한다.

 

오사카와 도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킬러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칙칙함이 그대로 담긴다. 화려하고 깨끗하다고 홍보하는 일본 입장에서 보자면 바로 삭제하고 싶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일본 대표 상품이 겨우 야쿠자에 어둡고 칙칙한 대도시의 뒷골목 정도이니 말이다.

 

어린 시절 배릭에 의해 킬러로 키워진 케이트는 능숙한 존재다. 배릭에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의미다.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일본에 온 케이트와 배릭은 7년의 준비기간을 이야기하며 오사카로 향했다.

 

그리고 허름해 보이는 창고지대에서 저격을 준비하던 케이트는 놀랐다. 절대 어린아이는 해칠 수 없고, 그 앞에서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었다. 그럼에도 조직에서는 고급 차량에서 딸과 함께 내린 한 남자를 저격하라 지시한다.

 

7년 동안 이 날을 준비했다. 그런 점에서 힘겹게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소녀는 피투성이가 된 채 사망한 아버지를 안고 울고 있었다. 그리고 고급 차량에 탄 한 남성은 내리지도 않은 채 현장을 벗어났다. 케이트가 저격한 것인 키지마 조직 보스의 동생 켄타로였다. 

 

아이 앞에서 저격을 했다는 이유로 케이트는 조직을 떠날 생각을 했다. 직접 배릭에게 이제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꺼냈다. 그런 케이트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침대를 찾았고,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게 케이트는 자신이 급성 방사능 노출을 당했고, 하루밖에 살 수 없다는 의사의 소견까지 들었다. 폴로늄 204에 노출되어 온몸이 엉망이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케이트는 누가 이 짓을 했는지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잠자리를 한 남자를 통해 수면제인줄 알고 먹였다는 증언을 얻어냈다. 그리고 추적을 하니 키지마 조직이 존재한다. 자신에게 방사능에 노출되도록 한 카즈오라는 자를 찾아 제거했지만, 여전히 야쿠자 두목인 키지마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일본의 전형적인 다다미 방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액션이 <케이트>가 내세우는 최고의 재미다. 얼마나 잔인한 장면을 연출하고 보여줄까 고민한 흔적들이 영화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키지마를 잡기 위해 조카인 아니를 인질 삼아 그들과 접촉을 시도한다.

 

키지마와 유일하게 연락이 되는 2인자인 렌지를 찾아야만 결국 최종 보스를 만날 수 있는 여정이다. 천방지축인 아니와 뜻하지 않고 한 팀이 될 수밖에 없게 된 케이트는 그렇게 잔인한 액션으로 적들을 섬멸하며 조금씩 최종 보스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영화는 그렇게 액션을 위한 액션 정도로 이어진다. 마치 이소룡 영화인 <사망유희>와 유사한 측면을 띠고 있기도 하다. 1층에서 최종보스가 있는 꼭대기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적들과 만나 무찌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루밖에 살 수 없는 킬러의 복수극이라는 설정은 흥미롭다. 시간이 갈수록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거대한 적과 맞서 싸우고, 진실까지 캐내야 한다는 설정이 주는 쫄깃함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설정에도 불구하고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밋밋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과 작가, 주연 배우들이 모두 외국인들이다. 야쿠자로 등장할 뿐이다. 그나마 <곡성>에도 출연했던 쿠니무라 준이 존재감을 보여줄 뿐 다른 배우들은 그저 양념처럼 등장할 뿐이었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느낌도 버릴 수 없는 영화였다.

일본풍 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좋았을 듯하다. 암울하고 망하기 직전의 분위기가 일본의 거대 대표 도시인 오사카와 동경을 상징한다. 언뜻 보면 동남아의 허름한 도시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케이트>에서 보인 일본이라는 도시는 죽음 직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케이트>라는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다. 잔인한 액션과 여전히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야쿠자라는 조직, 일본을 상징할 수 있는 것이 그게 전부인듯 그려진 <케이트>는 몰락해가는 일본의 현재를 의도적으로 담아내려 노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전이라고 설정된 상황들은 영화를 많이 보신 이들에게는 중반을 넘어서기도 전에 적이 누구인지 손쉽게 추론해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식상한 내러티브를 갖춘 영화라는 의미다. 액션이라도 화끈하면 좋았겠지만, 딱히 액션 하나를 보기 위해 선택할 영화도 아닌 수준이다.

 

킬링타임용 일본 배경 액션 영화 <케이트>는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에 투입한 제작비의 50%를 한국에 집중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었다. 현재 아시아에서 한국을 능가하는 수준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지역이 없음은 넷플릭스의 제작이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새로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호기심으로 다가설 이유도 찾기 어려운 일본 영화의 현실은 더욱 암울해지기만 한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자국에서만 소비될 수준의 영화는 그렇게 메몰되어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일본 애니메이션이 버티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강력한 힘도 아니다. 일본 대중문화의 몰락은 그들이 생산하는 작품들을 통해 잘 증명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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