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7. 10:42

왜 D.P에 열광하는가?

넷플릭스에서 제작하고 방송 중인 한국 드라마 <D.P>가 연일 화제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더 큰 반향을 불러올 정도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사실 이 영화가 호평을 받는 것이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과 그대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인들의 경찰인 헌병들 중 탈영병들을 잡는 부서인 D.P를 다룬 이 드라마는 사실 쉽지 않다. 첫 회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일이 속출한다. 지독할 정도로 어둡고 폭력적인 상황들은 차라리 포기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군대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군대 이야기는 곧 청춘들의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 역시 흥미롭기는 하다. 청춘들의 고뇌와 분노, 그리고 성장통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D.P>는 지독한 청춘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알바를 하면서 온갖 갑질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입대를 했다. 뭐하나 제대로 되지 않은 일상의 삶에서 군대는 하나의 도피처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군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아니 더욱 집요하고 악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갑질에 분노했지만, 군에서 벌어지는 상관의 갑질은 피하기도 어렵다. 사회에서 갑질은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나오며 마무리될 수는 있다. 당장 이직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존재할 수 있지만,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저항해 싸우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군대는 다르다. 아무리 갑질을 해도 이를 회피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모든 군대가 드라마 속 상황과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수십만의 군인들 모두가 악마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상황들이라는 점에서 당연하게도 수많은 사례들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떤 상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군생활이 편할 수도 있고, 지독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를 중재하고 균형을 맞춰줄 간부들은 이에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지 않는 대신, 병장이나 상병등에게 폭력을 앞세운 갑질은 눈감는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군은 필수지 선택일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의지와 판단과 상관없이 무조건 정해진 나이가 되면 군복무를 해야 한다. 일장일단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휴전국에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무라는 것이 문제의 시작일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시스템 자체의 갑질을 공고화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물론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군에 가지 않는 자들의 대다수가 국회의원과 그들 가족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를 회피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징집되어 일정기간 동안 사회와 격리된 채 군사 훈련을 받으며 복무를 해야 한다.

 

이 정해진 틀 속에서 공정이 정당함으로 자리하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오랜 세월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불합리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갑질이 현재에도 유효하도록 만드는 그 군대 문화는 단순히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 중심사회에서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사회는 무슨 의미일까? 이는 당연히 군대에서 경험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에 뿌리를 내리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는 군대의 불합리한 문화가 그대로 사회에서도 적용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회사 문화는 군대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명하복은 당연하고, 군대에서의 경험치가 곧 회사에 적응하기 쉽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거대한 군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들에게 군대 문화가 빠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이 드라마는 이 잘못된 부조리한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간 이들을 붙잡는 이들의 시각을 통해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물론 탈영병 전부가 이 부조리에 반항하고 분노한 이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일 것이다. 다른 이유로 탈영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드라마의 특성상 탈영병들이 이 구조적 문제에 반항하는 이들로 그려질 수밖에 없다.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니 말이다.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군대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학대가 아니다.

 

군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경직된 문화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젊은 청춘들에게 통과의례가 되고 있는 군을 통해 청춘들의 고뇌에 대해 심도 깊게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완성되지 못한 그래서 불안한 청춘들에게 그 과정들을 해쳐나가고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청춘들의 불안과 공포를 군대를 연결해 풀어갔다는 사실이 이 드라마가 위대한 이유다.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해외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 군 입대가 의무인 국가는 많지 않다. 그렇다는 점에서 군을 다루는 이 드라마가 색다른 체험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들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보여주기 싫은 문제들까지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하고 방송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넷플릭스에서 제작하고 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제작도 방영도 힘들었을 것이다. 군내부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방해는 다양한 형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한편씩 공개하지 않고 6회 전편을 공개한 것 역시 부차적인 논란을 사전에 막는 역할도 했다.

 

넷플릭스는 <D.P>로 인해 많은 신뢰를 얻어나가고 있다. 국내의 부조리를 넷플릭스를 통해 만들고 공개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에 충성하는 이유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아시아에 편성된 제작비의 절반을 쏟아붓는 한국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넷플릭스에게 <D.P>는 고마운 선물일 것이다. 

 

정해인의 드라마라는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보다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게 된 이들은 그동안 외면했던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군대는 그저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고, 그 안에서 벌어진 수많은 부조리에 대해 술자리에서 그들만의 대화로 이어져 소외되거나 외면하고 싶었던 여성들에게도 군대 문화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군부 독재 정권이 존재했던 나라다. 1980년대 말까지 군부 독재는 대한민국을 지배했다. 오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나라는 근대 들어 수많은 위기에 처했다. 속국이나 다름없었던 일본의 침략을 받았고, 그게 끝나자 남과 북의 전쟁은 우리에게 군대문화를 남겼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정치적인 이득으로 치환한 독재자들. 그리고 여전히 남겨져 있는 독재의 후예들이 점점 줄어들기는 하지만 일정 비율의 지지도를 기반으로 생존해 있다는 사실도 끔찍한 일이다. <D.P>를 통해 본

군대 문화는 이런 흐름이 만들어낸 적폐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PTSD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소수의 피해 경험자들만이 아니다. 여전히 북과 휴전중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대선이 다가오니 문 대통령이 간첩들이 만들어준 결과라는 헛소리로 국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건드리는 정치꾼들의 모사는 씁쓸하기만 하다.

 

전쟁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나라. 여기에 종전도 아닌 휴전국이라는 현실적 문제는 군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감추기에 급급하도록 만들었다. 시대는 변화고 있다. 더딘 변화가 아쉬울 수는 있지만,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수많은 국민들의 힘은 그렇게 군대 문화 역시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많은 이들이 <D.P>에 열광하는 것은 군대 간 정해인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 그 안에 담고 있는 청춘 잔혹사에 공감하고, 그렇게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분노가 이 드라마에 쏠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노와 변화의 상징인 청춘들에게 이 드라마가 던지는 화두는 중요하니 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군 문화의 변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당장 내년부터 D.P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게 사라진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이는 없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변화들이 결국 거대한 적폐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변화는 시작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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