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8. 10:12

올드-특별한 해변에서의 하루,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M 나이트 샤말란이란 인도 출신 성공한 영화감독의 신작인 <올드>는 흥미로운 요소를 갖추고 있다. 샤말란 감독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영화들을 보면 이 작품이 어떤 장르를 지향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199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식스센스>로 일약 스타 감독이 되었던 샤말란의 자기 복제화는 점점 심화되는 느낌이다.

 

영화 <올드>는 신비로운 상황이 펼쳐지는 특정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설정은 마무리 역시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다는 무한한 자유를 준다. 영화 속 공간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고, 그런 공간이 만들어질 가능성 역시 제로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 작품이 큰 성공을 거뒀다. 제작비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그동안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 <싸인>, <빌리지>, <23 아이덴티티>, <글래스>에 이어 여섯 번째로 오프닝과 동시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올드>가 가지고 있는 설정은 분명 흥미롭다. 특별한 공간에 갇힌 인간들에게 30분은 1년이 된다. 그 공간은 우주처럼 지구와는 다른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있지만 나오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분명 비상구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폐쇄된 공간이다.

 

가족 단위로 멋진 곳으로 여행을 온 그들에게 은밀하게 다가온 지배인은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특별하게 가이와 프란체스카 가족만 특별한 해변으로 초대한다고 한다. 이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지배인이 제공한 차에 올라타니, 그들 가족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끄는대로 향한 곳은 거대한 바위들로 둘러싸인 기묘한 곳이었다. 입구를 지나 보이는 해변은 지배인의 말처럼 특별한 공간이었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 근심 모두 버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했다.

 

가이와 프란체스카는 이혼을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이었다.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은 또래 아이와 어울리며 특별한 해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함을 감지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프란체스카는 아들 트렌트가 수영복 바지가 답답하다는 말을 들은 순간이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무슨 말을 할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던 중 나체의 여성 사체를 발견하고부터다.

 

바닷가에서 왜 젊은 여성의 사체가 발견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함께 온 이들도 아니라는 점에서 기괴하다. 미드 사이드 세단이라는 건장한 체구의 남성은 이 여성이 갑자기 바다로 나갔다는 말만 한다. 이 알 수 없는 상황을 더욱 당황스럽게 한 것은 아이들의 성장이었다.

 

프란체스카가 아들 트렌트를 보며 당황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여섯 살 아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11살 이상이었다. 딸 매덕스 역시 11살이었는데 16살 이상으로 보인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설명이 안 된다. 해변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외과의사라는 찰스 가족이라고 다르지 않다. 딸 카라 역시 훌쩍 자랐고, 찰스의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호흡에 문제가 생기며 사망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죽자 찰스는 변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찰스는 위험한 의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프란체스카의 종양을 치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미쳐 미드 사이드 세단의 얼굴에 칼로 상처를 낸 찰스의 행동에 모두 당황했지만, 신기하게도 그 상처는 쉽게 사라졌다.

 

작은 종양으로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게 커지기 시작한 종양은 거대한 크기로 변하고 있었다.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긴급 수술에 들어가지만 배를 가르면 금방 피부가 아문다.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들이 가른 배를 잡고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기괴한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종양 제거를 한 후 프란체스카는 몸도 마음도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해변에서 그들이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행복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이들은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성인들의 노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어린아이들의 성장은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점점 깨닫기 시작한다. 무슨 원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공간이 노화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그 공간을 빠져나가려 시도해 보지만 모두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 채 다시 해변에 나뒹굴 뿐이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임신하고 출산까지 한 카라는 아이가 사망하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 공간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빠르게 노화시키지만, 새로운 생명은 살 수 없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과 비슷하게 동굴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에도 절차가 필요하다. 아주 느리게 이동해서 빠져나가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탈출하는데만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모두를 극심한 공포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올드>는 분명 흥미로운 소재다. 알 수 없는 공간에 갇힌 인간들은 그곳에서 보내는 30분이 다른 공간의 1년과 동일하다. 하루 만에 그들은 아이가 어른이 되고, 사망하게 된다는 의미다. 빠져나오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사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설정은 당연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인간의 삶 전부를 짧은 시간 안에 조망하며 그 가치와 부질없음을 이야기하는 상황들은 분명 흥미롭다. 이런 설정이 주는 흥미로움과 철학적 재미는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설정이 영화의 완성도와 가치를 보증할 수는 없다. 

 

신비로운 공간을 알게 된 자들이 제약사를 만들고 이런 실험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얻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시사성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는 충분히 흥행 요소로 작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답게 그들 만의 마무리는 딱 미국 영화다.

 

하루 동안 삶을 관조하고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은 무리다. 그 설정이 주는 흥미로운 만큼 철학적 화두를 던지고 풀어가기에는 너무 어설픈 느낌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존재하지만 이를 풀어내고, 결국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쉬움과 헛헛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할리우드 영화의 한계다.

 

시작은 화려하고 대단함으로 다가오지만, 그 화려함에 치여 이야기는 빈약해진다. 그리고 마무리는 어떻게 되든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올드>를 보며 초반에 가지는 흥미로움은 쉽게 상쇄된다. 

 

누구라도 한 번은 해봤을 고민을 한정된 공간을 통해 잘 해석했다. 하지만 샤말란식 미스터리도 이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정형화되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을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전개와 결말로 국내 왕화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샤말란이 보여준 인간의 삶은 매력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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