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0. 11:31

홍천기 14회-곽시양 폭주와 신의 개입으로 살아난 조성화, 결말은?

하람의 몸에 들어있던 마왕을 꺼내는 봉인식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서로 다른 목적과 욕망을 가진 자들이 모인 상황에서 하나의 결론에 이를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각각의 욕망에 빠진 자들의 봉인식은 예고된 파멸이기도 했다.

 

마왕을 자신의 몸에 받아 세상을 지배하려는 주향과 아버지인 성조의 뜻을 받아 어용에 다시 봉인하려는 양명, 그런 이들에게 가족을 빼앗겨야 했던 하람은 봉인식을 통해 이 모두를 파멸로 이끌려는 생각이 현장에서 충돌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어느 하나 제대로 될 수 없는 상황은 당연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신령한 힘을 확인한 어용마저 마왕의 힘에 못 이겨 찢어져버린 상황에서 결국 남겨진 것은 천기와 하람이었다.

 

갑작스럽게 순정의 화신이 되어 오직 하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존재가 된 천기는 하람마에게 자신을 내세우며 잠재우려는 노력을 한다. 절대 반지인 옥가락지가 없는 천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게 마왕에 의해 눈을 빼앗기려는 순간 하람마를 잠재운 것은 양명이었다.

 

세자로 책봉될 예정인 양명은 그렇게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음에도 마왕을 잡기 위해 국무당이 전한 참사검을 휘둘렀다. 상대가 죽으면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차기 왕이 될 양명이 그런 무모함을 보여야 하나 할 정도로 말이다.

 

양명의 행동으로 마왕 봉인식은 끝나고 말았다. 마왕을 받아들이려던 주향은 어떻게든 하람의 몸 속 마왕을 꺼내야 했다. 하람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기에 그는 서둘러 그를 확보하려 했지만, 일월성으로 뭉친 이들이 현장을 습격하며 탈출 가능성이 생겼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천기를 태우고 현장을 떠나는 하람을 향해 주향은 화살을 쐈고 정확한 괘적을 그렸지만, 신이 개입했다. 삼신할망이 절대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호령은 개입해 주향이 쏜 화살을 막아버렸다.

 

삼신할망은 마왕 봉인식에 개입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것은 하람이 현장에서 죽을 수도 있는 운명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전지전능한 신이기에 가능한 가정이다. 이런 삼신할망의 지시를 어기고 호령이 개입해 하람을 살렸다. 이런 행위가 결론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궁금해지게 한다.

 

선대 왕의 위패가 묘셔진 전각으로 숨은 하람과 천기는 그렇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양명은 달랐다. 주향은 마왕 봉인식이 실패한 이유를 들어 양명을 유배 보냈다. 성조가 쓰러진 후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향은 모든 권력을 쥔 존재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적여라는 말이 이 드라마에 쓰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작가의 생각 자체가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드라마 제목과 전혀 다른 남성에 의존적인 여자 주인공으로 인해 <홍천기>는 기괴한 모습으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홍콩 자본을 받아 만들어서 그런지, 혹은 감독이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어왔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국내 드라마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신파까지 꺼내 들며 억지 눈물을 만들어내려 노력하는 과정은 민망함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신이 등장하고 역사 논란으로 인해 명칭들을 모두 바꿔가며 비난을 피하려 노력하기는 했지만, 근간에 흐르는 시대착오적 발상은 극 후반부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며 씁쓸함을 주고 있다.

 

하람이 천기를 데리고 도피한 모습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는 매향이었다. 하람에 대한 다른 마음을 품었는지 정확하게 드러내지 않지만 태도와 행동은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찮아 보이는 천기에 빠져있는 일월성에 대한 분노도 한몫했을 수도 있다.

 

일월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왕족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복수 때문이다. 면면의 이력들이 나오지 않아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 없지만, 선왕이 마왕의 힘을 빌어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왔을 것이란 추측은 너무 당연하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선왕이 왕위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의 후손일 것이라는 추측은 당연해진다. 하람 아버지가 마왕 봉인을 한 이후 당한 것과 비슷한 이유로 말이다. 복수의 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여자를 데리고 온 하람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겠으나 여적여의 모습으로 다시 논란을 부추기는 방식은 과연 그게 정답일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향으로 인해 아버지를 찾으러 저잣거리로 나섰다 주향에게 잡힌 천기는 다시 한 번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뭐든 하겠다는 그 마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의 흐름이 여자인 주인공 천기가 위험을 만들어내고, 남자 주인공인 하람이 수습하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천기 아버지를 구할 작전을 짰던 하람은 둘 모두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하람을 모시던 호위무사인 무영이 사망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놔야 했다. 이것도 모자라 도주하는 과정에서 천기 아버지는 주향에 쏜 독화살을 맞고 사망했다.

 

어용을 절대 그리지 말라는 당부를 내놓고 사망한 아버지의 죽음에 서럽게 우는 착하고 효심이 가득한 딸의 마음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조건 하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천기가 탓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했는데 왜 아버지가 죽도록 했냐는 식이다. 

 

주향은 마왕을 자신에게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거칠것이 없다. 천기 아버지를 저잣거리에 소문을 내며 돌아다녀 찾아오도록 꾸미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것도 모자라 백유화단을 강제로 닫고, 천기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들을 처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모작공을 키우는 곳이고, 이를 통해 모작공이 어용을 그리는 희대의 사건을 벌인 죄가 크다며 처형을 하겠다는 주향은 이 모든 것이 양명이 꾸민 짓이라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했다. 천기를 끌어내고, 이와 함께 양명을 처단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권력을 빼앗기 위해서는 수많은 피를 묻혀야 하는 처지라면 뭐든 못할까? 주향이 그렇듯 수많은 권력자들은 그렇게 피와 분노를 밑에 깔고 왕위에 올랐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수는 다시 한번 신의 영역으로 옮겨졌다.

 

천기의 아버지가 죽으며 하람의 돌감옥에 함께 수감된 것으로 보였던 백발노인의 혼이 빠져나와 깨어날 가능성이 없는 성조에게 향했다. 그렇게 깨어나라는 백발노인의 손짓에 성조는 언제 아팠냐는 듯 하람 앞에 등장했다.

 

막히는 부분은 신이 개입하고, 그렇게 다시 성조가 전면에 나서며 주향을 처단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어가는 <홍천기>는 전형적인 용두사미다. 이 정도 드라마에 제법 높은 시청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울 정도다. 물론 초반과 중반까지 흐름을 보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천기 캐릭터가 무너지며 균형감도 사라졌다.

 

억지 주장과 신의 개입과 선택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단계로 넘어서며 <홍천기>는 그저 마무리를 위한 마무리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선과 악이 존재하고, 권선징악을 통해 뭔가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용두사미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후반으로 넘어가며 풀어놓은 이야기를 정리하기 버거워 보이는 작가와 감독이 어떤 미봉책으로 남은 두 번의 이야기를 채울지 궁금해진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성조가 주향을 벌주는 장면이 나오고 마왕이 잠자고 있던 하람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에서 결말은 잘 드러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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