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3. 12:51

옷소매 붉은 끝동 1회-제목의 서글픔이 어떤 결과를 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정조 이야기가 다시 등장했다. 사극에서도 가장 많이 다루는 인물 중 하나가 정조라는 점에서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설로 이야기를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상상의 산물이니 말이다.

 

첫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사또를 찾아온 귀신 이야기로 놀라움을 선사했는데 이는 생각시인 어린 덕임이 같은 생각시들에게 '장화홍련뎐'을 읽어주는 과정이었다. 전기수 노릇을 하며 아이들에게 돈을 받는 덕임은 그렇게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워낙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덕임은 그렇게 제법 솔솔한 돈벌이를 하고 있었는데, 조제상궁 조씨(박지영)의 등장으로 이 모든 것이 힘겨워지게 되었다. 친구 생가시들과 혼나는 와중에 조제상궁은 외국에서 어렵게 가져왔다며 상자 안에 거짓말하는 이를 무는 짐승이 있다며 손을 넣어보라 한다.

 

다른 생각시들은 겁이 나 제대로 손도 넣어보지 못했지만 덕임이는 달랐다. 덕임이 손에만 먹이 묻은 것은 그만 그 안에 뭔가를 잡았다는 의미다. 제조상궁이 이런 실험을 한 이유는 목적이 있었다. 영빈의 죽음으로 인해 조문을 다녀오라는 지시를 내리기 위함이었다.

 

영조의 아내였던 궁녀 출신의 영빈은 그들이 이룰 수 있는 최고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그럼에도 영빈의 죽음을 국상으로 애도할 수 없는 것은 귀족 신분이 아닌 궁녀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나 조문을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제조상궁은 겁 없고 영특한 이를 생각시를 뽑아 보낸 것이었다.

 

백 냥 모으기를 위해 궁인들에게 금지된 전기수를 했다는 이유로 영빈 조문을 가게 된 덕임은 출발은 좋았지만 결코 쉬운 행보는 아니었다. 낯설고 어두우며 산길까지 등장하는 그 여정은 어린 생각시가 아무리 용기가 있어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린 세손인 산이는 영특하다. 영조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세손은 모든 부분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세손을 보며 할아버지인 영조는 만족스러웠다. 아들을 뒤주에 가둬야만 했던 아비였던 영조는 그렇게 손주에게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다.

 

할머니의 사망 소식에 산은 조문을 가고 싶다고 했다. 아니 세손으로 임명된 후부터 영빈을 찾는 것을 금지했었다. 그 이유는 영빈이 귀족 출신이 아닌 궁녀였기 때문이다. 법도가 그렇다니 왕인 영조라고 해도 이를 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영조의 어머니 역시 궁녀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큰 트라우마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수없는 공격을 당했던 영조로서는 손자만은 그런 공격을 받지 않기를 바랐다. 영빈이 총애하고 사랑했던 손자, 그리고 손자가 사랑했던 할머니였지만 마지막 가는 길까지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산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를 그렇게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어린 산은 인형을 세워 밤새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꾸미고 몰래 영빈 조문을 감행했다. 어린 산이 홀로 그곳으로 가는 것은 덕임이 가는 것만큼이라 힘겹고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태어나자마자 수많은 이들의 보호를 받고 살아왔던 산이 늦은 밤 홀로 험한 길을 나서야 하는 것은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귀신이라도 나올까 힘겨워하던 산이 앞에 등장한 덕임이로 인해 기겁을 했지만, 길동무가 생겼다는 사실은 반가웠다. 

산이 세손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영빈 조문을 간 덕임은 어렵게 안으로 들어선 후 그가 세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곱게 모셔진 영빈 앞에 서럽게 울며 안타까워하는 어린 세손의 모습에 덕임은 할머니가 반겨주셨을 것이라 하죠.

 

오는 길에 등불이 하나도 꺼지지 않은 것은 손자가 오는 것을 반겼다는 증거라며 세손인 산의 아쉬움을 채워줬다. 하지만 뜬금없이 영조의 행차에 어쩔 줄 모르는 산을 위기에서 구한 것도 덕임이었다. 남자가 올 수 없는 곳에 세손이 오는 것도 문제지만, 영조가 금지한 행동을 한 것은 큰 일이니 말이다.

 

영조는 어린 생각시인 덕임을 보며 딸을 닮았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어린 생각시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영빈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하는 모습, 그리고 이 드라마의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가 드러났다. 궁녀의 옷소매 끝이 붉은 이유는 그들 모두 왕의 것이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지독하게 슬픈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법도가 그랬으니 당연해 보이지만, 현재의 시점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글씨를 잘 쓰고 싶다는 소망을 보인 덕임에게 영조는 영빈이 직접 지은 책인 여범을 선물로 줬다. 그리고 덕임에게 영빈과 같은 운명이 오지 않으란 법이 없다는 덕담까지 안겼다. 

 

세손을 모시는 생각시들은 세손이 잘못되면 모두 출궁조치 당한다. 궁녀들의 운명은 나이 들면 떠나야 한다. 하지만 궁에서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승은을 입어 후궁이 되는 것이라 했다. 가장 높은 정이품 궁녀의 마지막처럼 말이다.

 

제조상궁은 그렇게 덕임이 영빈처럼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런 과정에서 궁에서 절대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인 '사기'가 등장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세손이 그 책을 잃었다는 사실이 흘러나와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운명처럼 새벽에 우연하게 이 사실을 듣게 된 덕임은 자신이 궁밖으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사기'가 금서가 된 이유는 책 안에 "너의 어미는 계집종이다"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읽다 걸리는 이는 참수를 당한다는 점에서 세손이라고 달라질 수는 없다. 동궁 서고에 있는 사기를 폐기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덕임은 세손을 살리는 일을 해냈다. 글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덕임은 그 단어를 기억하고 있었고, 위기 상황에서 해당 문구를 찢어 버렸다.

영조는 폐세손시키겠다며 분노했지만 사기에 해당 부위가 찢긴 것을 보고 환호했다. 남의 눈이 있어 자신이 뱉은 말을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들에 이어 사랑하는 손자까지 자신의 손으로 내쳐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 세손이 읽었다는 사기에 문제의 부분이 찢겨 있었다는 것은 세손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의 용포를 가져와 어린 세손을 감싸는 모습에서 영조가 얼마나 정조가 되는 산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잘 드러난다.

 

너무 옳기만 해도 안된다며 거짓말도 상황에 따라서는 해야 한다는 영조의 가르침은 영특한 산은 금세 터득했다. 자신이 찢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 위기는 결국 산의 위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산의 곁을 지키는 홍덕로는 그 부분을 찢은 생각시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산이 자신을 향해 고맙다는 말에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이 된 덕임은 영조가 선물한 영빈의 책 속에 찢은 서기 책 일부를 간직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다시 책읽어 주기를 하기 위해 지름길로 가던 덕임은 미끄러지며 산이와 재회하게 되었다. 운명처럼 다시 만난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될까? 그리고 수많은 적들과 싸워야 하는 운명의 세손이 이 사랑을 마지막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첫 회부터 흥미로웠던 <옷소매 붉은 끝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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