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4. 13:21

옷소매 붉은 끝동 2회-고뿔귀신이 붙은 이준호와 반성문에 빠진 이세영

범이 한성에 내려왔다. 무려 12명이나 해친 이 무시무시한 짐승을 잡기 위해 세손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신출귀몰한 호랑이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병사까지 해칠 정도로 악랄한 호랑이로 인해 골치가 아픈 것은 세손 이산 밖에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공주들과 글을 쓰는 모임에 늦어 숲길을 해치고 달리던 덕임은 나뭇가지를 밟고 미끄러져 세손에 안길 수밖에 없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렇게 안기자마자 균형을 잃고 연못에 빠져버린 세손과 덕임의 재회는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궁녀가 세손을 연못에 빠트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치도곤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당시의 문화다. 세손을 구한답시고 움직이며 더 세손을 위험에 빠트리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이 상황에 호위무사인 태호가 나서려 하지만, 우선 뛰어들어 세손을 구해야 하는데 물에 들어간다고 옷부터 벗으려는 산의 호위무사는 이후에도 웃음 코드로 자주 등장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은 그 상황은 결국 운명처럼 만날 수밖에 없는 이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일로 인해 반성문을 써야 하는 덕임은 그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공주들과 자리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라는 명을 받았다는 말에 공주들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했다.

 

학문에 조예가 깊고 언제나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산은 지독할 정도로 집요하다. 반성문은 상대를 탈탈 털겠다는 의미라는 것을 공주들은 잘 알고 있었고, 안타깝게도 덕임은 몰랐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그저 생각시중에는 최고인 자신의 글솜씨를 믿었던 것이다.

 

공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워지는 특혜가 아니다. 그런 자리에 부족한 복연과 영희에게 함께 하게 한 덕임의 행동에 경희는 불만이었다. 필사 능력도 떨어져 항상 감수를 해줘야 하는 탓에 번거롭기만 하니 말이다.

 

궁에서 나갈 수 없는 운명의 궁녀의 삶을 살며 함께 하는 동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만 봐도 좋다는 덕임은 그런 아이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덕임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관의 딸로 엄청난 재산을 가진 경희 역시 까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하다.

 

세손을 노리는 자객들이 등장해 쪽지를 보내고 사라졌다. 이런 일들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산이나 호위무사들의 걱정은 클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궁중 암투가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세손을 제거하고 자신의 꼭두각시가 될 자를 앉히려는 무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산이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이어갈 뿐이다. 영조에게 계속해 도성에 나타나 백성들을 노리는 호랑이를 잡아야 한다고 상소를 올리고 있지만, 아직 어명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어명을 받고 직접 나서고 싶지만, 할바마마인 영조는 세손이 더 귀할 뿐이다.

 

덕임은 동궁 서고를 지키는 궁녀로 일하고 있다. 필사를 하고 책을 관리하는 것은 덕임의 성격에도 잘맞는다. 하지만 공부를 직접 배우지 않고 알아서 해야 하는 궁녀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너편에서 세손이 수업을 받는 것을 들으며 필사를 하는 덕임은 그 자체가 행복했다.

 

지난밤 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산은 동궁 서고에서 자신이 공부하는 서책을 필사하는 모습을 보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닷냥으로 누가 시켰냐고 묻지만 산의 얼굴을 모르는 덕임은 황당하게 다가왔다. 연못에 빠지는 상황에 얼굴을 잠깐 보기는 했지만 기억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궁녀들이 함부로 세손이나 왕을 볼 수도 없는 세상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세손의 사람에게 겨우 닷냥으로 매수하려 한다며 화를 내고 서고에서 쫓아내는 덕임은 그 상대가 세손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들의 재회는 악연으로 점철되고 있는 중이다.

 

제조상궁은 덕임을 불러 더 어려운 책을 필사하라 지시한다. 다른 이들이라면 제조상궁의 지시를 함부로 거부할 수가 없다. 하지만 덕임은 달랐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니 말이다. 그런 덕임에게 귀한 패물을 건네는 제조상궁은 그런 덕임이 좋았다.

 

고분고분하지 않고, 소신을 드러내며 용기 있고 머리까지 뛰어난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적이 아닌 자신의 사람이 되면 큰 이득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제조상궁의 귀한 패물을 받은 덕임은 고된 일이 되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문제는 서고에서 세손과 마주하며 문제가 벌어졌을 뿐이다.

 

생각시가 가질 수 없는 귀한 패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궁녀들이란 믿을 수 없다는 세손은 그렇게 다투다 "정 5품 상궁까지 될 수 있는 몸"이라는 덕임의 말에 과거 그 어린 생각시를 떠올렸다.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아이에 대한 기억이 덕임과 연결시키려 했지만 아직은 명확하지 않았다.

 

세손의 등에 소금을 뿌리고, 이에 반항하는 모습에 얼굴에까지 소금을 뿌리는 덕임으로 인해 세손이 분개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세손은 덕임에게 제출하라는 반성문으로 반격을 가했으니 말이다. 덕임은 완벽하다고 생각한 반성문은 처음부터 빨간 붓글씨로 퇴짜를 받았다.

 

반성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쓰는 덕임에게 집요하게 지적하며 반복적으로 반성문 지옥에 빠트린 세손에 대해 눈물까지 쏟아내는 덕임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덕임과 친해진 산은 반성문을 쓰는 기본을 알려주지만 그것으로 까칠한 세손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서고를 자주 찾았고, 덕임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만들었던 찰호갑사를 찾는 데 성공했다. 과거 짐승들을 잡았던 기록들을 표기한 중요한 자료였다. 백성들을 괴롭히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준비하던 세손은 궁녀들의 축제를 보게 되며 신기해했다.

 

영조의 배려로 궁녀들에게 1년에 한번 그들만의 축제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여 축제 준비를 하는 와중에서 전기수로 나선 덕임이 책을 읽어주는 장면에서 산이는 과거 기억으로 괴로워했다. "나를 죽이기 위해 태어난 아이"라는 대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영조가 손자인 산이를 사도세자에게서 분리하려 하자 분노한 그는 아들에게 물건을 던져 머리에서 피가 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어머니가 급하게 내보내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지만, 이미 광분한 사도세자는 아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고 외쳤다. 그 말이 겹치며 산이를 불편하게 했다.

덕임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그만두라 하지만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산의 말을 들을 덕임이 아니다. 반성문으로 반복적으로 세손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는 덕임으로 인해 호위무사는 세손이 고뿔 귀신이 붙은 것 같다며 우려했다.

 

호위무사가 느끼는 그 감정은 고뿔이 아닌 사랑임을 몰랐다는 것이 문제다. 책 읽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며 오히려 궁녀들의 축제에서 자신이 책을 읽어줄 것이라 이야기하자, 세손의 명으로 덕임은 축제날 홀로 번을 서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홀로 서고에서 번을 서는 덕임을 찾아온 산은 궁녀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간청했다. 그 이유는 호랑이가 다시 사람을 공격하고 궁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축제로 모두가 모인 상황에서 호랑이가 나타나면 큰 변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들의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덕임이 책을 읽어주기 원하는 것이 산의 마음이었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옷소매 붉은 끝동>은 궁녀들의 삶을 더욱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궁녀들의 축제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던 이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궁녀라는 점을 십분발휘해 궁녀들의 삶에 보다 많은 시선을 가져간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가치는 충분하다.

 

악연으로 재회했지만, 그렇게 만나게 된 세손인 산과 덕임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손을 제거하려는 무리들과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산, 그리고 궁녀인 덕임을 사랑하는 그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여기에 주체적인 여성상을 잘 보여주는 덕임의 활약은 앞으로 더욱 큰 기대를 하게 한다. 

 

[글이 마음에 들면 공감과 구독하기를 눌러주세요]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