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5. 10:45

지옥-종교와 권력, 인간이 사는 곳이 곧 지옥이다

영화 <부산행>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 발표되자마자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2위로 밀어내고, 한국 시리즈가 넷플릭스 전 세계 1,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작품 모두 사회적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연상호 감독이 웹툰으로 크게 성공시켰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려와 함께 기대가 공존했던 <지옥>은 첫 6개 에피소드가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세상에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 <지옥>이 만들어낸 기묘한 현상은 지금껏 듣도보도 못했던 일이다. 거대한 근육질로 보이는 형상들이 갑자기 나타나 인간을 잔인하게 폭행하고, 불을 내뿜어 순식간에 불에 완전히 탄 사체로 만들어 버린다.

 

천사라고 불리는 얼굴만 거대한 것이 어느 날 등장해 사망 날짜와 시간을 고지한다. 이후 정확하게 그 시간이 되면 집행자 셋이 등장해 잔인한 폭행 후 태워버리고 사라진다. 죽음을 앞둔 남성은 시내 한복판의 커피숍에서 집행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 곁에서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도 컸을 듯 보였다. 하지만 정확하게 예고한 시간이 되자 거대한 집행자 셋은 등장했고, 도주하던 그 남성을 추격해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르고, 영혼을 빼앗아가듯 불에 태운 채 사라져 버렸다.

 

집행자들은 남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 새진리회라는 이상한 집단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이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지적했던 정진수(유아인)가 설파한 내용이 실제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행자들이 도심에 등장하고 실제 그 일을 행하는 것을 보고, 직접 찍은 이들까지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정진수가 이끄는 새 진리회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했다. 새진리회를 맹목적으로 따르며 온갖 악행은 다 저지르는 화살촉까지 함께 하며 이 사건은 더욱 크게 회자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집중하는 사이 이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민혜진 변호사(김현주)는 기괴한 이유로 찾아온 한 여성과 마주하게 된다. 노점상을 하던 박정자(김신록)는 두 아이를 키우며 행복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아이들이 잠도 자지 않고 엄마 생일을 축하해준다. 비록 가난하지만 정자는 행복했다.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자마자 이들 앞에 등장한 것은 천사의 지옥행 고지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박정자는 민 변호사를 찾았다. 그가 민 변호사를 찾은 이유는 새진리회에서 지옥행 시연을 하면 거액을 준다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죽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거액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고 있던 민 변호사는 불편했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도 모호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 경찰도 주목하는 것은 당연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상한 사건이었다. 진경훈은 그렇게 사건에 투입되어 수사를 해보지만 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더욱 내밀한 개인정보까지 흘러들어 가 화살촉에서 이를 공개하며 수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다. 

박정자 지옥행 고지를 화살촉은 실명까지 언급하며 가족 모두를 공개하는 모습 속에 개인 미디어가 일상이 된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상으로 접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화살촉이라는 극우 집단들의 광기 역시 우리 사회를 좀먹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6부작인 <지옥>은 3회씩 나눠서 이야기를 전개했다. 1부격인 3부까지 인트로의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지옥에서 온 사자인 집행자들에 의해 지옥행 고지를 받은 이들이 사망하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리고 박정자가 시연을 하며 모든 것들은 뒤바뀌기 시작했다. 기존 질서가 무너진 사회에 대한 고찰은 3회까지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새진리회와 소도 변호사, 그리고 시연하는 지옥행 고지자, 형사로 연결되는 이야기를 통해 <지옥>이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지 잘 보여주었다. 화살촉이라는 파생된 범죄 집단까지 더해지며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어갔다.

 

더욱 충격적으로 새진리회를 만들고 이끌었던 정진수 역시 지옥행 고지를 어린 시절 받았고 진경훈 형사 앞에서 집행자들의 공격을 받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이 상황을 찍어 공개했다면 새진리회는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진경훈은 딸 희정이 엄마를 죽인 범인을 정진수의 도움을 받아 복수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정진수의 죽음으로 많은 이들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존재인 희정과 그의 아버지인 경훈까지 사라진 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의 이야기가 4회부터 펼쳐진다. 정진수가 자신의 자리를 목사에게 넘기며 민 변호사를 제거해 달라 요청했다는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목사는 새진리회의 수장이 되었다.

 

교회가 주는 사회적 병폐는 4회부터 등장한 새진리회가 잘 보여주었다. 화살촉을 이용하고 권력의 중심에 선 이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권력화에 도움이 되는 부분들을 극대화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죄인들을 벌하는 하늘의 사자라 외치는 그 집행자들은 원칙이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려줄 사건이 터졌다.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에게 지옥행 고지를 했기 때문이다. 원죄가 없는 갓난아이가 죽어야 한다는 것은 새진리회가 주장하던 모든 논리를 무너트리게 하는 이유가 된다. 이는 전반부 박정자의 지옥행 시연으로 의미를 부여받은 것과 정확하게 상충되는 상황이다.

 

새진리회에 부정적이었던 방송국 피디인 영재는 자신의 아이가 지옥행 고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방송국 선배가 지옥행 고지를 받고, 도박꾼으로 위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옥행 고지를 받는 것은 사회적 낙인이 되어 유가족까지 손가락질을 받는 사회에서 선배가 소도의 손을 잡은 것은 자신의 죽음보다 남겨질 가족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소도를 이끄는 인물이 민 변호사라는 사실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새진리회와 화살촉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아닌가 했던 민 변호사가 상처를 안고 다시 복귀했다는 것은 극이 어떻게 흘러갈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자신의 아이가 지옥행 고지를 받자 엄마인 소현은 자신이 잘못해서 아이가 벌을 받는다며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민 변호사는 영재에게 갓난아이 지옥행을 생중계하자는 제안을 했다. 물론 이로 인해 새진리회와 뭐가 다르냐는 공격을 받았지만, 새진리회가 박정자 지옥행을 중계하며 막강한 힘을 얻었듯, 갓난아이의 지옥행을 중계해 맹신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자명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화살촉이었지만 지옥행 고지를 받고 달라졌다는 이동욱의 집에 피신한 이들의 이야기와 아이를 구하기 위한 영재와 소현의 노력들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신파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대목이었지만, 이는 분명한 상징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드러난 사실과 이를 왜곡한 언론으로 인해 진실이 무엇인지 추적하기보다 맹신하던 사람들이 제대로 사고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믿음에 대한 배신은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사례들이다.

 

단순하게 언론은 곧 믿음을 기반으로 구축되지만, 그 기반 자체가 무너지면 모두 사기나 다름없다. 그런 거짓투성이 정보들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언론의 행태는 범죄일 뿐이다. 언론이 나서 가짜 뉴스를 만들고 소수의 집단을 위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우리가 겪는 실제이기도 하다.

 

종교 역시 신의 이름으로 인간들을 현혹해 소수의 사람들이 교회 권력과 막대한 부를 착취하는 구조로 정착되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에 대한 비토는 <지옥>에서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이비 종교와 정교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총체적 부패는 과연 그들에게 신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6회 사망했던 박정자가 돌아오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흐르게 된다. 현재의 흐름으로 보면 최소한 6회 분량의 3, 4회 시리즈가 나와야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을 정도다. 박정자의 부활은 많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정말 지옥인지 알 수 없지만 기괴한 생명체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던 인물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는 특정 종교의 부활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 이를 풀어갈지도 궁금해진다. 죄지은 여인이 신이 보낸 사자에 의해 지옥에 끌려갔는데 다시 부활했다? 어쩌면 <지옥>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박정자 부활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옥>은 수많은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시리즈다. 단순하게 넘길 수 없는 수많은 주제들을 언급하고 이를 비틀며 시청자들에게 이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복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답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고찰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충분한 가치를 품고 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특징들 중 하나인 현실 비판은 단순히 우리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공감대가 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각 나라의 특징과 문화가 다르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현대 사회는 보다 밀접한 관계들을 구축하며 공통의 문제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의 대중문화들이 놓친 이 사회적 문제를 우리 대중문화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담고 있다. <기생충>에 이어 <오징어 게임>도 그랬고, <지옥>에서도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시즌2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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