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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그 해 우리는 최종회-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by 자이미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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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는 욕심도 없고 목표도, 장래 희망도 없어 보였다. 부모가 너무 부자라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살았던 것일까? 부모의 넘치는 사랑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는 부모님은 꼴찌를 해도 나무라지 않았다.

 

웅이가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내 것이 아닌 빌린 인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거리에 내버려진 웅이는 행운처럼 찾아온 지금의 부모님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것이 아닌 빌려온 삶이었다.

내 것이 아닌 남의 인생이란 생각에 웅이는 욕심내지 않는 삶에 집중했다. 밝고 붙임성 많은 부모와 달리, 웅이는 소심했다. 그런 그는 자신이 부모님과 다르다는 생각도 했다.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환경이 아닌 유전자 탓이 크다는 이야기에 섬찟 놀랄 정도였다.

 

웅이는 연수에게 함께 유학 가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철저하게 내 것이 아닌 인생을 살았던 웅이는 처음으로 용기 내서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고민했던 제안을 연수에게 했다. 연수에게는 갑작스럽게 두 개의 제안을 받고 선택해야만 했다.

 

장 팀장은 파리 본사로 함께 가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다. 지금 회사와 비교도 안 되는 높은 연봉에 많은 기회가 보장된 선택지다. 방 대표 역시 좋은 기회이니 잡으라는 말도 한다. 할머니는 혼자 있어도 좋으니 네가 하고 싶은 것 다하라고 하는 상황에서 연수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엔제이는 웅이를 찾았다. 그림 그리기를 잠시 쉬고 유학 가겠다는 웅이의 그림 몇 점을 더 사며 자신이 이 그림들이 좋은 이유를 언급했다. 자신의 감정선들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안정된 모든 복합적인 사안들이 그림 안에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혼자 유학 가는 줄 알았지만 연수가 함께 간다는 이야기에 엔제이는 놀랐다. 자기 인생보다 웅이의 인생을 선택한 것이니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웅이도 생각이 깊어졌다. 자신을 위해 연수의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웅은 박 피디에게 엄마 이야기를 전했다. 웅이에게 속내를 털어낸 후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을 찍어달라는 말에 화를 내는 지웅에게 박 피디는 엄마가 아닌 너를 위해서라고 한다. 어차피 갈 사람에게 그 다큐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남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게 박 피디의 말이었다.

 

자신은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사진 한 장이 없어 당황했다고 한다. 어렵게 찾은 사진이라고는 단체사진 속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전부였다며, 그거라도 있으니 가끔 보며 회상한다는 박 피디의 말은 지웅에게도 용기가 되었다.

 

밥 먹는 웅이 모습을 사랑 가득하게 바라보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웅이. 참 사랑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라며 웃는 엄마의 모습에 웅이는 문뜩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엄마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엄마 아들 해줘서 고마워"

 

웅이 자체를 사랑해준 엄마의 말은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 닮지 못할까, 실망시킬까 두려웠다는 웅이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혹시 자신을 버린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고, 그런 모습만 닮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두려움이 어린 시절부터 웅이를 지배한 공포였다.

 

그런 웅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엄마는 "맘 편히 잤으면 좋겠어"라는 말로 아들을 위로했다. 뭔가를 원하지 않고 무한으로 베풀 수 있는 마음이 아니면 불가능한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웅이 스스로도 이야기를 했지만 웅이는 행운아다.

웅이와 연수는 솔이 가게에서 만났다. 그리고 연수는 함께 유학가지 않겠다고 했다. 연수는 이 제안을 받고 과연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되뇔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연수는 한 번도 혼자인 적은 없었다. 어려운 시기에도 언제나 솔이 옆에 있어 외롭지 않게 해 줬다. 그리고 학교 선배이자 현재 회사의 대표 역시 자신을 믿고 큰 힘이 돼준 존재였다. 지독하게 힘든 시절 자신에게 계약금을 선금으로 주면서까지 함께 일하자 제안했던 고마운 존재였다.

 

내 인생 별거 없다 생각했는데 꽤 있었다며,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 것은 내 자신이라는 생각을 한 연수는 웅이에게 내 인생이 처음으로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좀 더 지금을 돌아보며 살고 싶다는 말에 웅이도 내가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것이 필요할까 생각했다고 한다.

 

웅이 역시 지금이 가장 선명해진 시점이라 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웅이에게 연수는 "다녀와, 그래도 우린 괜찮아"라고 힘을 줬고, 웅이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변하지 마, 꼭 다시 돌아올게. 나 좀 꼭 기다려줘"라는 말로 잠시 이별을 선택했다. 둘 모두 이별에 대한 불안을 이겨낸 엄청난 용기였다. 

 

지웅은 병원에 있는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자신의 인생이 이대로 끝나는 것이 억울하다 했다. 끝까지 엄마 생각만 한다는 아들에게, 그저 적당히 안쓰러워하는 정도의 거리만 두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힘겹게 꺼낸 말은 내 불행이 혹시라도 아들에게 옮길까 두려웠다고 한다.

 

엄마도 처음인 시절은 존재한다. 그때는 아들이 자신의 인생에 발목 잡는 존재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아들의 인생마저 막는 것이 자신이 아닐까 두렵기도 한 엄마였다. 그런 엄마에게 "엄마가 힘들었다고 나한테 그래도 되는 거 아니잖아"라는 말로 섭섭함을 토로했다. 어린아이였던 지웅의 분노이기도 했다.

 

서로의 감정을 처음으로 솔직하게 털어놓은 후 지웅은 다큐를 찍는 사람이 아닌 출연자가 되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릭 엄마와 추억을 말하며 행복해했다. 한 달에 한 번 시장에서 엄마와 함께 떡볶이집에 간 추억이 지웅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엔제이는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고백했고, 웅이와 연수는 유학 가기 전까지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들이 유학 가는 것이 싫어 삐지기도 했던 아빠에게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며 공항으로 가는 날 웅이가 찾은 곳은 공사장이었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은 웅이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내 인생을 따라다니던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필요했고, 웅이는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 최선이라 정의했다. 그렇게 유학을 떠난 웅이와 연수는 매일 연락하며 사랑을 확인했다.

 

장거리 연애의 핵심은 연락이라며 열심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사랑은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하루 종일 연락되지 않던 웅이가 전화를 하더니 못하고 온 말이 있다며 "사랑해"라고 한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이다. 그런 말은 직접 만나서 해야 한다는 말에 뒤돌아보라는 웅이는 그렇게 연수 앞에 서 있었다.

2년이 지난 후 웅이 부모님의 기부 사실을 다른 이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기부하는 곳을 가는 채란과 지웅의 관계도 조금은 여유가 보였다. 그렇게 이동하는 차 안에서 채란은 지웅에게 고백했다. 자신과 닮았다는 말에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란다. 그런 고백을 듣고 웃는 지웅의 모습도 행복해 보였다.

 

평생 불면증에 시달렸던 웅이는 이제는 너무 많이 자서 탈이다. 엄마 아빠를 도와 기부한 책을 옮기는 자리엔 당연히 연수도 함께 였다. 서로 책들을 정리하며 처음 만난 순간들을 이야기하던 중 웅이가 조용해 자리를 옮겨 보고 있던 책을 바라본 연수는 놀랐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시점이 '초 여름이 좋아'란 책 안에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수가 입학생 대표로 나서 연설을 하고 들어오던 시점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한 그 순간을 그린 것이었다. 그리고 웅이는 청혼했고, 이들은 부부가 되어 지웅의 요구로 다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었다. 부부로서 연수와 웅이 삶을 다루는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질 정도다.

 

따뜻한 드라마다. 버려진 아이들의 성장기를 흥미롭게 다뤘다는 점에서도 참 따뜻했다. 개개인의 캐릭터들을 섬세하게 그리며 그들의 변화와 사랑을 정교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냈다는 점에서도 이 드라마는 충분한 가치를 다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사랑과 짝사랑, 이별과 아픔을 섬세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표현한 <그 해 우리는>는 우리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그 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렇게 소중하게 간직할 추억 하나 정도 가지고 살고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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