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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나의 해방일지 종영-추앙으로 시작해 환대로 마무리된 그들의 해방은 완성되었나?

by 자이미 202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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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해방일지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행복을 찾기 위한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타인의 행복을 좇기보다 자신의 호흡과 보폭에 맞는 행복을 찾는 이들의 해방은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해방을 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박해영 작가는 더욱 시니컬해진 느낌입니다. '나의 아저씨'도 지독하게 외로웠지만, '나의 해방일지'는 그런 외로움을 넘어서 초월에 가까운 시니컬이 가득했습니다. 염 씨 삼남매 아버지인 제호가 자신의 생일에 찾아온 아이들에게 한 이야기는 그런 시대상을 잘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힘이 없지만 너희들은 자신보다 낫다며, 혼자 살 수 있다면 혼자 살아도 된다고 합니다. 이는 차가운 겨울 기정이 짧게 머리를 자르고 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가족을 건사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가 사망한 후 가족이 자신을 건사해왔음을 깨달은 후 제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가부장적인 그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삶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체는 많은 것들을 강요하고는 합니다. 연애를 하면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 낳고 부모 모시고 잘 사는 모습이 당연하듯 보여주기 바쁜 상황에서 제호가 던진 이 한 마디는 박해영 작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추앙'이라는 단어는 초반 등장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이탈을 이끌었습니다. 뜬금없어 보이는 이 단어가 낯설었기 때문이지만, 이제 많은 이들은 추앙하고 싶어합니다. 그 대상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추앙이라는 단어가 품는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드라마는 '추앙'으로 시작해 '환대'로 마무리했습니다. 

 

태훈은 기정의 헤어스타일 변화가 당혹스러웠습니다. 전에 임신이 아님을 알고 다행이라고 했던 말의 여파라는 것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죠. 기정은 태훈과 만난 자리에서 왜 사랑이 자신을 작아지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합니다. 헤어지는 생각만 하면 팔이 저린다며, 절대 그건 못하겠다고 합니다.

 

태훈에게도 트라우마는 존재합니다. 딸 유림을 사랑하고 특별하다 생각하지만 아장아장 걷는 아이만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그 아이의 30년 후 어떤 고통을 겪으며 살지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태훈은 자신은 어떻게든 견뎠지만 그 아이 삶이 고통스러워 "다행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태어났으니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기정은 자신이 남자하겠다고 합니다. 가족 중에 홀로 남자인 태훈이 짊어진 무게를 나누겠다는 기정은 그래서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합니다. 기정은 사랑하는 태훈과 사는 방법을 정했습니다. 친구처럼 그렇게 든든하게 함께 가자는 의지 말이죠.

 

술에 취해 자신이 좋아한다는 계란빵을 건네고 떠난 태훈. 나뭇가지가 뭔가 물어도 자기 마음이라 하더니, 문 앞에 떨어진 장미꽃은 바로 간장종지에 담겼습니다. 머리 받는 여자가 되겠다던 기정은 그렇게 태훈이 건넨 잘린 장미꽃을 받은 여자가 되었습니다. 온전하고 완벽한 삶을 꿈꿨지만, 이런 상황도 받아들이겠다는 기정은 그런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창희에게도 인생에서 몇 번 오지 않는 대박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전국 2천 개 매장에 깔릴 군고구마가 굽는 기계를 납품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그날 완벽하게 준비해 약속시간보다 먼저 출발한 창희는 병원을 먼저 들렸습니다.

 

현아의 전 남자 친구이자 형이 된 현수를 만나기 위함이었습니다. 언제나 있던 현아는 없고, 지독한 냄새는 현수가 곧 죽음과 마주할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현아도 현수의 어머니도 연락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죽음을 앞둔 현수를 괴롭게 한다 생각하는 창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임종을 자신이 맞이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병원에 들르지 않고 매장으로 갔다면 소위 대박을 치며 큰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까지 임종을 자신이 했던 운명처럼, 이번에는 현수의 임종도 자신이 하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빚을 안긴 이 선택에도 창희는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그 깨달음은 아버지 생신으로 집을 찾아 만난 친구들과 대화에서도 잘 드러났죠.

이제 온전하게 280만 원을 벌면 내가 쓸 수 있다는 창희는 이 금액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와 관련해 혀끝까지 올라온 말을 집어삼키는 순간 자신이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깨닫게 해 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창희도 성장 중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선자리가 나오자마자, 피부과로 모셔가고 그렇게 결혼시켰는데, 자신의 빚으로 새어머니가 후회하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 빚을 갚았다고 합니다. 

 

새어머니는 기정에게도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했습니다. 눈이 내리는 창밖을 함께 보며 남편과 앉아 있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수줍어하는 새어머니 모습이 기정의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두환에게 창희가 들려준 영화 '리턴 투 파라다이스'는 관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세 남자의 이야기는 창희를 통해 흥미롭게 전개되었습니다. 그곳에 남았던 친구는 마리화나로 인해 사형수가 되었고, 함께 했던 세 친구가 형을 나누면 살 수 있다는 말에 정의로운 척했던 친구는 그곳 환경을 보고 돌아가버렸습니다.

 

오히려 하지 않겠다던 친구가 법정에 서고 수감되지만, 언론의 개입으로 말레이시아의 형법을 비판하며, 사형은 집행되게 되었죠. 교도소 중앙에서 형이 집행되자 벌벌 떠는 친구에게 "나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그 10분, 아니 5분이 창희를 흔들었습니다. 창희의 세계관을 만든 결정적인 가치였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인연으로 그렇게 만나고 선택의 순간들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합니다. 창희는 그렇게 친구를 위해 수감되어, 마지막 임종을 보는 쉐리프와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창희가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현아의 전 남자 친구 임종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 시간에 병원을 찾지 않았다면, 혹은 현아가 그곳에 있었거나 그의 어머니가 그래도 마지막 가는 아들을 보기 위해 찾았다면 창희의 인생은 바뀔 수도 있었겠죠. 그런 그가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더니, 수업을 받기 위해 찾은 그곳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들어가게 된 원하지 않은 곳은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 모인 곳이었습니다.

 

운명처럼 자신이 또 그곳에 앉아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창희는 알고 있었습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운명은 그렇게 창희에게 임종을 보는 직업을 던져줬습니다. 원망이 깊을 수도 있을 현아와 아무렇지도 않게 재회하고, 그렇게 서로의 관계를 이어가는 이들에게 추앙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자경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매일 자신을 찾아오는 과거의 사람들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들이 머리를 가득 채워 술이 아니면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자신의 잘못도 상대의 잘못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쌓인 업보는 현재의 자경을 무너지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경에게 억지로 변하게 하려고 하거나, 술을 마시지 못하게 막지 않은 채 미정은 자신도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할 때부터 화가 난다고 합니다. 자기 돈을 떼어먹은 놈이나 바람피우고 자신을 회사에서 쫓아낸 자들을 생각하면, 일어나자마자 분노하게 된다고 하죠. 이런 공감이 결국 자경을 변하게 만드는 이유이자 힘이 되었습니다.

미정은 그 자들이 형편없는 놈이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힘이 없는 거라고 하죠. 누군가 형편없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나를 세웠기 때문이죠. 이런 식의 복수는 결국 자신도 망가트릴 수밖에 없음을 자경에게도 이야기해준 셈입니다.

 

자신을 지독하게 찾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도록 만든 선배 현진은 노름할 자금이 필요해서였습니다. 노름에 미쳐 가게 돈을 빼돌리는 현진을 회장은 제외시키라 합니다. 몰락할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지만, 노름빚을 받으러 온 빚쟁이 깡패들에 맞서 제압한 자경의 배신하고 현금을 들고 도주한 현진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자경은 집에 있던 현금을 가방에 담아 나서죠. 그리고 미정만 보면 행복해지는 자경과 그런 그를 보며, 미정은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웃으며 '환대'하라 합니다. 미정 역시 자신이 증오했던 정찬혁을 찬양해줬습니다.

 

ATM기 앞에서 성추행범이 될 수도 있었던 정찬영을 구해준 것은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를 넘어서기 위함이었습니다. 자경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어떤지 확인한 미정은 그렇게 해방을 통해 행복을 찾기 위해 원수 같은 정찬영을 구했습니다. 

 

자경이 현금을 챙기고 집을 나선 것은 도주하기 위함이 아니라, 현진이 가지고 도주한 금액을 채워 넣기 위함이었죠. 자신이 환대해주겠다며 꿈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미정에게서 배운 추앙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을 나선 자경을 맞이한 것은 엘리베이터를 잡아두기 위한 어린 소녀의 까치발이었습니다. 

미정이 알려줬던 그 짧은 7초의 행복을 충전한 자경은 흐뭇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나오던 자경은 동전이 도로로 굴러가는 것을 보고 따라갑니다. 하수구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오백 원 동전은 절묘하게 뚜껑에 걸쳐있었습니다.

 

미정과 함께 뛰어가며 마주했던 새들을 보는 것처럼, 오백원 앞면의 새의 비상을 보며 자경은 다짐했습니다. 술을 노숙자에게 건네고, 미정이 알려준 것처럼 조금씩 그렇게 이겨내며 살아내겠다고 말이죠. 미정은 사랑밖에 생각나지 않아, 사랑만 이야기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두 사람의 환한 미소와 기정과 창희의 미래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박상민 부장은 고민 끝에 '해방클럽'을 다시 하자 제안합니다. 그리고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과거 멤버들은 모두 동의하며 이번에는 끝까지 가자 합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나만의 '해방일지'를 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서 해방되는 것. 그건 가장 중요하지만 힘겨운 일이기만 합니다. 그만큼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짓누르는 그 무엇에서 해방되는 과정과 누군가를 추앙하는 행위는 동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대'를 꺼내 완성한 '나의 해방일지'는 그 자체로 완벽한 삶의 안내서였습니다. 

 

박해영 작가의 완벽한 이야기와 김석윤 피디의 감각적인 연출도 돋보였습니다.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 천호진, 이기우, 전혜진만이 아니라 출연한 모두가 인생작 연기를 했다는 점에서도 이 드라마가 던지는 가치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태어났으니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사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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