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5. 07:23

잘 만든 영화같았던 KIA vs.SK 결승전과 문제 투성이인 한국야구

오늘 2시 잠실에서 치뤄진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7차전은 야구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멋진 승부였습니다. 풍성한 기록들과 함께 잦은 문제점들까지 양산해준 '2009 대한민국 프로야구'를 마감하는 마지막 승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그들의 대결은 야구팬들을 행복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극적인 끝내기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으로 나왔었던 야구 영화의 고전인 <내츄럴>을 보면, 결정적인 홈런이 라이트를 깨트리며 불꽃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비록 9회말 1사에서 터진 나지완의 큼지막한 홈런이 라이트를 부수며 화려한 불꽃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잘만든 영화 한편의 마무리와도 같았습니다.

선취점은 크레이지 모드를 보이고 있는 SK 박정권의 투런 홈런이었습니다. 잘치기는 했지만 거센 바람의 영향으로 파울이 아닌 홈런이 되어버린 이 한방으로, 기아의 V10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더욱 기세를 올리며 6회초까지 5-1의 리드를 잡아갑니다. 

아마도 이때까지만 보면 완벽한 SK의 한국시리즈 3연패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을 듯 합니다. 그러나 6회말 터진 나지완의 투런 홈런은 승부의 추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잘던지던 글로버에 이어 나온 이승호의 5구째 볼을 힘차게 휘둘러, 중간팬스를 넘기는 기막힌 홈런을 터트려 숨죽인 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7회말 카도쿠라를 상대로 터진 안치홍의 홈런과 김원섭의 2루타는 두 팀의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며 급격하게 KIA쪽으로 승운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9회말 1사를 잡은 상황에서 SK 최강 마무리 채병용을 상대로 만들어낸, 극적인 홈런은 야구의 재미를 만끽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2-2에서 몸쪽 높게 제구된 볼을 그대로 노려친 나지완의 이 한방은, 2009년 기아와 에스케이가 만들어낸 영화같았던 한국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나리오는 없었을 듯 합니다.  

광주 첫 2연전은 기아의 승리, 인천 2연전은 에스케이의 승리, 그리고 잠실에서 개최된 마지막 3경기중 두경기를 나눠가진 그들의 경기는 정말 누군가가 정교하게 써놓은 시나리오와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잘짜여진 시나리오같은 승부는 마지막까지 극적인 재미를 이끌어내며 화려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풍성하고 재미있었지만 문제도 많았다

2009 프로야구는 역대 최고 관중들을 불러모으며 많은 성과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즌전 치뤄진 WBC에서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선전은 그대로 페넌트 레이스에 구름 관중으로 이어져 야구 전성시대를 예고했습니다.

새로운 전통의 강호가 된 에스케이의 여전한 파워와 서울팀의 명암을 확연하게 느끼게 해준 두산과 엘지. WBC를 통해 가장 커다란 유탄을 맞고 쓰러진 한화,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게 마든 삼성. 작년에 이어 가을 잔치에 초대를 받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롯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히어로즈. 12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갈망해오던 기아의 선전등은 올 시즌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가을 잔치에 참여한 팀들도 아쉽게 고배를 마신 팀들에게도 올 한해는 많은 것들을 가질 수있었던 2009년으로 기록되어질 듯 합니다.

WBC의 선전과 여론을 등에 업고 추진된 돔구장 건설은, 이제 몇년안에는 일상의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올 듯 합니다. 그러나 돔구장보다 더욱 시급한 지역의 구장 재건축 혹은 신규 구장 건설은 내년에도 기약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돔구장보다 쓰러져가는 지역 구장 살리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봅니다.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구장에 임시방편으로 지탱한 대구구장의 아찔함이나, 퇴물에 가까운 광주구장등은 명가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허름함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대기업들의 팻 비지니스로 유지되는 프로야구가 환호하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있는 방법은, 일본의 라쿠텐같은 팀이 보여주는 철저한 상업성일 것입니다. 에스케이 구장은 현재 대한민국 야구장중 최고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에스케이라는 기업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야구에 보이는 비지니스 마인드는 무척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메이저 리그급 구장의 신축과 그에 걸맞는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 개발을 통한 가능성은 다른 구단들도 철저하게 밴치마킹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더불어 지자체장들도 그저 선심성 발언이나 정치를 위한 제스츄어가 아닌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지역민들을 위한 용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업에서도 그저 광고용으로 혹은 기업총수의 애정만으로 이끌어간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하나의 비지니스모델로 발전시키는 묘안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꾸준하게 인기 스포츠로 남을 수있기 위해서는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뿐 아니라 제반 시스템의 정비가 절실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모든것들을 총괄하는 KBO역시 그저 대기업 눈치보기에서 벗어난 대한민국 프로야구, 나아가 야구계 전체의 발전 모델을 장기적으로 세워야만 할 것입니다.


이제 모든 잔치는 끝이났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팀이 새로운 강자로 우뚝설지 아무도 알 수없습니다. 얼마나 겨울을 잘나느냐에 따라 2010년 프로야구는 새로운 판도를 보여줄 것입니다. 한편의 잘만들어진 영화와 같았던 2009 프로야구가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있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체계적인 시스템의 정비가 절실합니다.


- 이데일리, 뉴시스 사진인용

유익하셨나요? 구독클릭 부탁합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방송연예드라마스토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Trackback 0 Comment 8
  1. Favicon of https://block27.tistory.com BlogIcon 벽돌 2009.10.25 11: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나도 잘쓰신 글입니다. 한 수 배워갑니다. 저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0.26 06:33 신고 address edit & del

      과찬을 넘어서는 칭찬이십니다. 벽돌님 글들 재미있던데요.^^

      행복한 일주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2. Favicon of http://kempwin@naver.com BlogIcon 개인적으론 2009.10.25 12:19 address edit & del reply

    한국축구는 2002 월드컵으로 대박이 났었지만, 결국 그 분위기를 살리지못하고 텅텅빈 축구장만 연출하고있죠. 그 이유가 여러가지겠지만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특성처럼 잘됫을떄 당장 돈뽑아먹을 생각만하지말고 제발 발전적인 생각좀 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디자이너던, 일반인 아이디어던 맘편하게(?)입을수 있는 모자,잠바를 mlb처럼 만들었으면 좋겠더군요. 우리나라 야구팀 모자를 쓰면 그회사 직원처럼 변해서 ㅡㅡ;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0.26 06:34 신고 address edit & del

      장기적인 프랜을 가지고 다양한 측면에서 자립할 수있는 방법들을 강구하는게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한국 프로야구인 듯 합니다.

      이번 한 주도 행복하시길 바래요^^;;

  3. 마케팅 능력의 부재 2009.10.25 13:32 address edit & del reply

    하드웨어에서 부족한 부분은 아마도 마케팅능력이 부재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지난 뉴스후에서의 보도도 있었지만, 아무리 야구선수단의 능력이 뛰어나고 팬들의 열정이 뛰어난데도, 야구연맹이나 구장운영측에서 그리고 해당 지자체에서 그 모든 플러스 요인들을 말아드시는(?) 출중한 능력(!) 덕분인지 경기관람객수로 보면 분명 흑자인데, 항상 적자로 허덕이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지면, 아쉬움을 넘어 화딱지가 납니다.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것이고, 라쿠텐의 경우처럼 최대한 팬에게 서비스하는 플랜을 짜서 운영권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거죠. 지자체에서 이번의 시리즈의 붐을 이용해서 반짝장사, 반짝행정을 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비판과 저항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정치적인 색깔을 완전히 없애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정치인들의 태생적인 습관이니 어찌 완전히 고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리도 정치적 생명 줄에 연연한다면, 제발이지 머리 좀 쓰라고 권하고 싶군요. 당신들이 사는 길은 지금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투자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요.

    특히 광주시장 당신은 꼭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글에다가 화풀이 한 것 같아서 송구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쾅!!!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0.26 06:36 신고 address edit & del

      지역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지자체장들이 제법있지요. 모든 시스템들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프로야구의 발전은 없을 겁니다.

      정치력도 잘 쓰면 유용하고 의미있지만 자신의 파워로만 사용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참 쓰레기같은 능력이 아닐 수없지요.

      철저한 반성과 발전을 위한 모색만이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가져올거라 믿습니다.

      이번 한주도 행복한 날들 되시기 바래요^^;;

  4. terry 2009.10.25 13:59 address edit & del reply

    흠... 2002년대 야구 본사람이라면 ... 그때가 더 전율이 저렸던걸 알수있죠...
    내 인생에서 이 경기가 5위안에 들었다면.. 2002년 한국시리즈 삼성과 엘지 전은 진짜 드라마...
    그때의 전율에 비하면 ... 아 그때 다시 한번 보고 싶네...
    진짜 영화로 만들면 대박일것 같은 경기 한국시리즈 2002 ...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0.26 07:03 신고 address edit & del

      개인적으로 어느 시절 야구가 더욱 절정이였냐가 중요한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는 이번 시즌 경기보다는 선동렬이 활동하던 시절의 경기들이 내인생의 야구로 남겨져 있기도 하지요.

      모든걸 떠나 그들이 보여준 잔인할 정도로 긴박했던 승부들은 테리님의 말씀처럼 영화로 만들면 대박일 정도입니다.

      이번 한주도 행복하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