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8. 07:46

지붕 뚫고 하이킥 70회, 인나 광수 그들이 밝힌 88만원 세대 생존법

항상 주변인으로만 머물던 인나와 광수가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70회에서 88만원 세대라고 불리우는 젊은 세대의 비애를 재미있으면서도 짠하게 담아주었습니다. 쌀한톨 남지 않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굴욕적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밥을 지으려보니 쌀이 없습니다. 광수도 수중에 돈 한푼 남아있지 않지요. 인나도 현금은 모두 떨어지고 광수 만난다고 카드도 빼앗긴 신세입니다. 주변에도 더이상 돈빌릴 사람도 없습니다. 함께 사는 정음이나 줄리엔의 밥상에 끼어드는 것도 이젠 민망하기만 합니다.

그런 그들이 찾은 곳은 마트 시식 코너였지요. 신애가 서울에 와서 가장 행복하게 생각했던 곳이 마트내 시식 코너였지요. 모든 것들을 무료로 먹을 수있는 시식 코너는 신애에게 천국과도 같았듯 인나와 광수에게도 오아시스나 다름없는 곳이였습니다.

만두 시식을 기다리는 인나에게 마트 사은품 담당 실장인 '사은풍'이 다가와 친근함을 보입니다. 사은품이 건내준 만두로 광수에게 만두국을 끓여준 인나는 복잡합니다. 오랫만의 풍족함에 기뻐하는 광수와는 달리 왠지 모를 찝찝함에 불편하기만 한 인나입니다.

그런 인나와 사은품의 인연은 계속 되어지지요. 마트에 들른 인나와 다시 만난 실장은 대뜸 사은품이라며 쌀을 건냅니다. 그리고 다음 사은품이 나오면 챙겨주겠다면 전화번호를 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쌀을 가지고 온 집에선 공짜로 쌀을 얻어왔다며 귀염둥이로 대접받지만 여전히 인나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지요.

우연히 인나의 휴대폰에 도착한 문자를 보게된 광수는 비로서 인나가 가져온 물건들이 모두 사은풍이라는 사람이 건낸것임을 알게 되지요. 광수는 직감적으로 그 남자가 인나에게 딴 마음을 품고 있음을 알고 이를 지적하지만 인나 역시 모르는게 아니었지요. 먹을 것도 없는데 돈마저 떨어진 상황에서 그나마 그렇게 연명할 수있음에 안도하는 인나와 쥐뿔도 없으면서도 큰소리를 치는 광수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옵니다.

속상해 포장마차에서 잔술을 마시던 광수는 자신의 수중에 달랑 천원이 있는 걸 알곤 "돈없는 놈은 취하지도 못하는 구나"라며 신세를 한탄합니다. 그런 광수와 달리 방안에서 자책을 하던 인나에게 걸려온 사은풍의 전화에 다시는 전화도 문자도 하지 말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러나 인나가 도저히 거부할 수없는 제안을 사은품은 건내지요. 한달치 사은품 몽땅 챙겨준다며 작은 부탁하나 들어달라고 합니다. "장조림 두박스, 라면 두박스, 참치 통조림 한박스, 쌀 두포대" 이걸 다 줄테니 놀이공원에 같이 가달라는 애절한 부탁이었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광수는 "나같은 꾸질꾸질한 놈 만나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내며 부둥켜 앉고 울고 맙니다. 감성이 아닌 이성적으로 사은풍의 부탁을 들어주자는 인나. 그렇게 인나는 사은품을 위해 사은풍과 하룻동안의 놀이공원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레 한가득 사은품을 실고 들어온 인나에게 "고생했다며" 뜨거운 포옹을 하는 광수에겐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이라는게 있었습니다. 밥은 어쩔 수없이 먹지만 그에게서 받아온 반찬은 먹지 않는게 그가 할 수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광수의 말에서 그의 처지와 비애를 느낄 수있었지요.

광수와 인나는 88만원 세대가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부르는 44만원 세대도 아닙니다. 그들은 가수 지망생이라고는 하지만 백수와 다름없는 존재들입니다. 우리나라 시인의 평균 연봉이 30만원, 소설가는 100만원이라고도 하지요. 그것도 등단한 이들을 조사해 얻어낸 평균이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꿈이있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삼아 살아가고 있는 광수와 인나는 꿈을 쫓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삶을 택한다면 굶는 일은 없겠지만 쉽게 꿈을 포기할 수없는 것도 인간의 욕망이기도 하지요.

재미있게 표현된 이번 에피소드에서 인나와 광수 그리고 사은풍의 관계는 데미 무어가 주연한 1993년도 작 <은밀한 유혹>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잘못된 투자로 망해버린 부부가 카지노에서 마지막 대박을 노리지만 실패하고 실의에 빠집니다. 그런 그들에게 멋진 재력가가 100만 달러를 줄테니 아내를 하루밤만 빌려달라고 제안을 합니다. 참 닮아있지요.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멋지게 패러디한 제작진의 센스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을 듯 합니다. 청년 실업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 하고 실업대란은 여전하며, 명퇴를 강요하는 기업문화는 좀 더 타이트한 조직 관리에 모든 것을 내걸고 있습니다. 고용없는 성장은 앞으로 더욱 일반화되어갈 예정이고 꿈을 버린 현실마저도 전혀 녹록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쩌면 우리도 그들에게서 삶을 배워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의 가치를 꿈과  그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인나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비록 현재의 삶이 비루하기는 하지만 많은이들이 돈을 쫓아 사랑을 버리는 현세태에 물질이 아닌 사랑을 택하는 인나의 모습을 보니 광수가 무척이나 부럽기만 합니다.

인나는 그나마 매력적이기라도 했는데 거울을 보면 결코 저에게 그런 제안이 들어올것 같지 않으니 한 숨만 더 늘어갑니다. "돈이 없으니 왜그렇게 먹고 싶은 것이 많은지 배고파 죽겠다"는 광수의 이야기를 동감해본 이들이라면 이번 에피소드가 더없이 특별하게 다가왔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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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25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12.18 09: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쩐지 눈물나던걸요. 없는 사람은 술도 맘대로 취하지 못하는 구나.........할때...

    잘 보고 가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01 신고 address edit & del

      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추운 계절인데...감정을 소비하는데도 돈이드는 세상이니 참 그렇죠.^^;;

  2. 뚱이 2009.12.18 09:55 address edit & del reply

    광수가 포장마차에서" 돈없는놈은 취하지도 못하는구나 "라고 말하잖아요
    대사가 정확히 생각이나지 않는데 아마 맞을거같아요
    저 그때 참 맘이 아파오더군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02 신고 address edit & del

      무전취식이 아니라면 요즘세상 술마시고 취하기도 힘들지요. 참 짠하게 다가오던걸요^^;;

  3. 싸이먼 2009.12.18 10:06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참 잘 쓰셨군요..모처럼 공감이 가는 글을 읽었습니다.

  4. 디글러 2009.12.18 10:52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꽝수를 보니 참 애잔하더군요...
    참. 극중 김한석씨의 배역명은 '사은풍'씨였어요~ ^^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06 신고 address edit & del

      광수의 캐릭터가 극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편이죠. 그런 광수와 인나를 이번에 잘 다룬거 같아요. 아..사은품이 아니라 풍이였군요.^^ 지적 감사합니다.수정하겠습니다.^^;;

  5. 공감 2009.12.18 12:34 address edit & del reply

    인나 에피소드 보면서 영화 <은밀한 유혹>과 <베사메무쵸>가 떠올랐었는데...
    지붕뚫고 하이킥 정말 재밌어요.
    캐릭터들도 자리 잡았고, 에피소드들도 재밌고, 웃길 때 웃기고, 감동적일 땐 감동도 주고...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지만 또 다른 시작을 위해서 막을 내리는 날도 오겠죠?
    (내가 왜 벌써부터 쓸데없는 걱정을 하나...ㅋ)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08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죠. 그런 다양한 대중문화들을 들여와 자기화하면서 좀 더 자신들 이야기 전달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걸 보면 제작진들의 노고가 참 즐겁게 다가오는거 같아요.^^

      저도 벌써부터 끝나면 최소 1,2년은 김병욱표 시트콤은 보기힘들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6. 좋은글감사합니다 2009.12.18 13:49 address edit & del reply

    분석도 잘해주시고 하이킥도 열심히 시청하시는거 같네요 ^^
    대본상으로 김한석씨가 출연한 실장의 이름은 사은풍 입니다..은풍...인것이지요 ^^
    댓글보시면 수정 하시면더 좋을거 같아서 댓글 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09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지붕킥은 열심히 보는 편이지요. 워낙 김병욱 팬이기도 하구요.^^ 지적 감사드리고 수정하겠습니다.^^;;

  7. Favicon of http://www.hyongo.com/ BlogIcon 포도봉봉 2009.12.18 16:04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저도 어제 보면서 데미무어 은밀한 유혹 생각났었는데...지붕뚫고 하이킥의 풍자는 정말 대박인 거 같아요. 막 웃긴데 그러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자이미님~ 글 너무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13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죠. 풍자가 멋진 시트콤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상승되는거 같아요. 가볍게 보면서도 그안에 담긴 굵은 가시가 항상 가슴을 찌르니 결코 그냥 지나칠 수없는 관심을 요구하는 시트콤이 아닐 수없습니다.^^;;

  8. 완소건우 2009.12.18 16:56 address edit & del reply

    하이킥 볼 때 생각없이 보면서 웃고 즐겼는데 이런 리뷰보니 찡~하네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을 시작한 제 모습을 보며 광수와 인나가 부럽네요...
    꿈을 위해 어려워도 개의치 않음이.. 그런 열정이.. ㅠㅡㅜ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14 신고 address edit & del

      지금 사정상 다른 일을 하시더라도 꿈을 버릴 이유는 없을 듯 합니다. 비율의 문제일뿐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을 버리면 영혼없는 삶을 살아야하는 건데...참 사는게 건조해질 수밖에는 없겠지요. 완소건우님 화이팅입니다.^^;;

  9. 가난한 사람 2009.12.18 17:02 address edit & del reply

    슬픈현실이네요!!! 우리학교 26세 원어민은 학교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할일 없어서 한국에 왔는데 연봉이 4000만원 정도 되는것 같던데요ㅉㅉ 원룸에, 가전제품에, 방학때 비행기표까지 교육청에서 제공하고ㅉㅉㅉ참 방과후 수업하면 월150만원정도 더 받는다던데 그럼 연봉이6000만원은 넘는 건가!-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17 신고 address edit & del

      영어에 극단적인 환대를 하는 나라이니 가능한 현상이지요. 그나라에서 무엇을 했건 영어만 할 수있으면 황제처럼 살 수있는 나라가 되어간다는게 끔찍할 뿐입니다.

      영혼을 살찌우는 문학가들이 한달 월급도 안되는 연봉을 받으며 살아가야하는 나라에서 문화컨텐츠의 선진화 CT를 논한들 무엇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많은 이들이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철학이 부재한 나라가 되어버렸다고들 하지요. 그거 말고도 그리 쉽게 설명할 수있는건 없는거 같아요. 씁쓸한 현실이지요.^^;;

  10. 순대 2009.12.18 17:32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 있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거하나 광수하고 인나 둘이 같이 사는거에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18 19:18 신고 address edit & del

      자주 놀러오는 관계라고 제작진들이 밝혔어요. 너무 자주와서 자옥에게 타박을 듣기도 하니깐요. 동거는 아니라고 하지요.^^;;

  11. Favicon of http://ㄴ어리ㅓㅣㄴ.com BlogIcon 넌누구냐 2009.12.18 20:33 address edit & del reply

    광수와 인나는 직업이 멀까 미스테리야

  12. Harriet 2009.12.20 01:31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88만원 세대 라는 블로그 글 제목만 보고, 무슨글인지 호기심에 직접 인터넷에서 70회를 보았습니다. 구구절절 동감입니다. 추천을 100번 할수있따면 100번도 넘게 해드리고싶네요^^ 너무 슬프기도하고.. 마치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것같기도 하고,,ㅋㅋ 미래의 꿈을 위해 현재를 담보로 살아간다..너무 슬프게 와닿는 말입니다. 또 돈이 없을때 더 먹고싶은게 많다 는 말도 완전공감이구요 ㅋㅋ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12.20 06:25 신고 address edit & del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있는 에피소드였던거 같아요. 그만큼 제작진들이 고민을 많이했다는 것을 알 수있게 해준셈이지요.

      참 따뜻하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지붕킥'인거 같아요^^;;

  13. ok 2010.01.02 16:50 address edit & del reply

    70화 보고 영화제목 몰라서 찾고있었는데 어쩜 ! 정말 잘 찾고 갑니다~감사 ^^ 은밀한 유혹 이었네요 !! 제겐 오아시스같은 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1.03 06:35 신고 address edit & del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