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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그냥 사랑하는 사이 13회-그 일이 없었다면 모두 행복했을 사람들

by 자이미 2018.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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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쇼핑몰 붕괴 사고에 연루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숨진 이들도 힘겹게 살아남은 이들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겪었던 가족들 모두 지독한 내상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도 모두가 진짜 가해자는 아니다. 그렇게 남겨진 이들은 지독한 트라우마에 삶을 지배 당한 채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그 일이 없었다면;
사고만 없었다면 모두가 행복했을 사람들, 그런 상상 만으로도 애틋해지는 사람들



깊은 내상을 입은 상처는 쉽게 치료 되지 않는다. 보이는 상처는 아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상처는 지독할 정도로 오랜 시간 트라우마로 남겨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에스몰 붕괴 사고는 그렇게 수많은 이들을 지독한 고통으로 내몰았다. 피해자 가족들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역시 남은 것은 상처 뿐이다. 


문수 어머니 윤옥은 붕괴되었던 에스몰 사고 지점을 10년 만에 찾았다. 지우려 노력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던 그곳에서 윤옥은 딸 문수를 봤다. 그렇게 싫은 장소에 아니길 바랐던 남자와 다정한 모습을 본 엄마의 마음은 복잡하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문수 방에서 찾은 '추모비 동의서'를 가지고 남편인 동철에게 가서 따지며 분노하지만 그 모든 자기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었다. 세상 어느 부모다 자식 잃고 마음 편한 사람 없다는 동철은 윤옥과 다른 방법으로 그 지독한 시간들을 버텨내고 있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자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있을 뿐이다. 에스몰 설계자였던 주원의 아버지는 동철의 분노를 그대로 받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상처는 주원에게 그대로 남겨져 있다. 설계 잘못이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 건설사의 잘못임에도 모든 책임을 아버지가 받고 숨졌다는 점에서 주원도 피해자다.


건설사 회장 딸이었던 유진이라고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주원 아버지의 죽음과 주원 어머니와 자신의 아버지 관계. 이 모든 것을 알고 주원을 떠나야만 했었던 유진은 모든 것을 잃었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왔던 주원을 잃은 유진에게는 남은 것이 없다. 그 황량하기만 한 이들을 누구도 위로하지 않는다. 


유택이라고 맘 편한 갑질 회장 아들이 아니다. 아버지 뒤를 이어 청유건설 이사로 일을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모든 꿈을 빼앗긴 채 살아갈 뿐이다. 마음도 여리고 기댈 곳이 없어 찾던 유택은 마리에게서 유일하게 위로를 받는다. 가장 악질로 다가오는 자마저도 깊은 상처 속에서 힘겨워할 뿐이다. 


의사의 꿈을 키워가던 재영도 상처 투성이다. 사고 이후 재영에게는 생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쇼핑몰 붕괴한 날이자 아버지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그런 날 생일은 지독한 아픔과 상처일 뿐이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재영은 그렇게 오빠에게 미안하다. 그런 오빠가 '외상성 간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간에 지독하게 안 좋은 파란약은 머리 속 고통을 잠시 멈추게 만들지만 간을 파괴한다. 강두가 코피를 흘리는 이유 역시 그 지독한 약 때문이다. 강두가 살기 위해서는 지독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한다. 시체와 있던 시간들 그 지독한 시간에서 살아남은 강두는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자책(그리고 그 안에 있던 분노까지)은 그렇게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다시 상처를 준다. 자신의 잘못으로 딸을 잃었다는 자책으로 평생 술로 버티는 윤옥은 살아남은 문수에게 화풀이를 했다. 문수라고 어머니인 윤옥에게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기 싫다는 그곳에 억지로 떠민 것이 엄마다. 그리고 평생 연수만 생각하는 엄마를 보며 자신의 감정마저 숨기고 살아야 했던 문수는 힘들다. 


집을 나온 문수. 추운 겨울 외투도 못 입고 슬리퍼를 신도 아빠 가게 앞에서 앉아있는 문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는 강두였다. 문수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강두. 집에 가길 싫다며 도망가고 싶다는 문수는 강두의 등에 업힌 채 잠이 들었다. 


멀리 갈 수도 있었지만 강두는 원진의 집으로 향했다. 아픈 상처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악을 하며 버텨왔던 문수. 원진의 집을 그렇게 찾은 것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강두의 품에서 잠이 든 문수는 행복했다. 불안하고 힘들기만 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믿고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사람 강두는 문수에게는 유일하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존재다. 


"그 일이 없었다면 분명 다 좋았을 테니까" 행복마저 불안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느끼는 문수에게 강두가 한 말이다. 사고 직전으로 돌아가 만약 사고가 없었다면 우린 어땠을까? 그 상상 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첫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가던 문수는 만나던 오빠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축구 선수였던 강두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최고 스타로 성장했다. 건축학과 CC였던 주원과 유진은 함께 공사 현장에서 강두가 맹활약한 경기를 지켜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휴대폰의 강두 경기를 지켜보던 문수는 촬영 현장 미술 감독이 되어 있었다. 


사고 희생자 가족도 가해자 가족도 모두 불행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사고만 없었다면 상처 받고 힘겨워하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꿈꾸던 꿈을 향해 나아갔을 테고, 그 일을 하며 행복했을 것이다. 지독한 트라우마에 갇힌 채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살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우린 거대한 참사와 함께 해왔다. 여전히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세대가 존재한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그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간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같은 거대한 사건은 해당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마음에 다시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모두가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 지독한 고통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아주 따뜻한 시각으로 그 상처들에 다가가고 있다. 완벽한 해법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함께 고민하고 그 고통을 공유하며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기 바라는 드라마의 힘은 그렇게 강렬하게 전해지고 있다. 


강두와 문수, 주원과 유진, 유택과 마리, 윤옥과 동철은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불안한 현실과 더 불안한 미래 앞에서 이들은 사랑하고 아파하고 있다. 상처 입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행복은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지독한 트라우마와 싸우는 이들을 위한 이 드라마는 그렇게 모두 상처 투성이인 우리를 향해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고 묻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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