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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그 해 우리는 3회-최우식 김다미 싫어하는 이유가 좋아하는 이유

by 자이미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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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고 사랑하는데도 이유는 존재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랑하고 헤어졌다는 말은 헛소리일 뿐이다. 그저 그 변명거리를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그저 회피하고 싶은 이유가 존재할 뿐 모든 것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학교에서 찍은 다큐 하나로 연결된 인연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5년 동안 사귀던 이들은 갑자기 헤어졌다. 연수는 밝히지 않은 이유가 있었고 웅이는 이유도 없이 헤어져야 했다. 일방적인 이별을 경험한 웅이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우연히 재회한 이들은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은 못했다. 그저 악연이라 생각했겠지만 그들 마음에 남겨진 지독한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하지 않아 헤어진 것이 아닌 그들에게 사랑은 애증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져 있었으니 말이다.

 

웅은 연수를 싫어하는 열 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곱씹어보지만 그 뒤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맞닿아 있었다. 연수를 사랑하는 이유이자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한 이들의 감정과 관계는 그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을 뿐이었다. 

 

10년 만에 리마인드 웨딩도 아니고 다큐를 찍자고 아니 찍어야 한다고 나선 친구 지웅의 제안에 매니저인 은호가 나서 막기에 여념이 없었다. 연수와 헤어지고 웅이가 한 일은 전 연인이 싫어하는 일들을 골라서 하는 것이었다.

 

술 마시고 고성방가하고 과소비하는 그리고 은호가 알려준 주식 투자해서 쫄딱 망하고 그 이유로 열심히 일을 하기도 했던 웅은 며칠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고 칩거하는 시기까지 왔다. 모두가 우려하던 그 상황은 웅이가 그림에 몰두하던 시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겪었던 은호로서는 웅이 다시 연수와 만나 다큐를 찍는 것 자체를 위험하다 생각했다. 지웅은 왜 은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직접 다큐를 찍겠다고 섭외에 나선 것일까? 10년 전 이들의 다큐를 다시 꼼꼼하게 확인한 지웅은 꼭 해야만 한다고 확신했다.

 

이는 그 안에 답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편집되어 방송되지 않았던 원본 파일에 담겨 있던 그들의 진짜 마음을 지웅이 엿봤다는 의미일 것이다. 헤어진 절친들이 다시 만나 사랑하기 바라는 친구의 바람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버릴 수 있는 거 너 밖에 없어"

 

연수가 웅이에 이별을 선언하며 밝힌 이유다. 그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건 정말 연수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유일하게 자기 방식으로 버릴 수 있는 것은 웅이 외에는 없다. 친구도 없는 연수에게 연인인 웅이를 버려야 할 정도의 사연이 연수에게는 존재한다.

 

엔제이가 웅이에게 빠진 이유는 멍한 표정의 바보 같은 모습 때문이라고 했다.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뛰어난 그림 솜씨만이 아니라 귀여운 외모에 바보 같은 모습이 주는 매력이 엔제이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최고 아이돌 스타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웅은 유일한 희망처럼 다가왔을지 모른다.

 

그가 그린 그림이 주는 편안함은 결국 웅이라는 작가에 대한 인간적 관심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필 5년 만에 연수와 재회한 시점 엔제이의 사랑도 함께 타올랐다는 사실이 문제다. 지독한 외로움 속에 갇힌 엔제이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도 궁금해진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구였던 지웅은 웅이를 잘 안다. 맹해 보이고 순둥이 같은 웅이가 화를 낼 때도 있다.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을 가진 웅이를 지웅은 자극했다. 아홉 살 무렵 장난치며 괴롭히던 자신에게 어느 날 찾아와 아이스크림을 먹자던 웅이는 미친 짓을 했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웅이가 자기를 괴롭힌다며 같은 알레르기를 가진 지웅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알레르기로 목이 부어 병원 응급실에 간 상황에서도 씩 웃던 웅이 모습을 보고 다시는 장난치지 않았다고 했다. 타인의 고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고통은 참는 자가 바로 웅이라는 사실은 무서운 거다.

 

누구보다 웅이를 잘 아는 지웅의 이 자극은 결국 웅이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날 차 버린 상대가 싫어하는 것들을 하며 자신을 오히려 힘겹게 했던 웅이는 상대인 연수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헤어진 5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두 사람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난 이후 반복해서 마주친다. 골목길에서 그리고 사고가 난 순간과 목발을 하고 도착한 택시에서도, 심지어 슈퍼에서도 둘은 만났다. 같은 동네에 살다 이사 갔던 연수는 멀리 간 것은 아니었다. 행동반경이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5년 동안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신기할 정도다.

이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타인의 행동 패턴을 알고 피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런 반복된 만남들 속에서 웅이는 연수를 괴롭힐 수 있는 것은 그가 정말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 확신했다. 지웅이 판 함정 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연수가 제안했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한 달 동안 다큐를 찍겠다고 나선 웅이. 설마 했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것에 당황한 연수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벌어진 일에 충실하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알레르기가 있는 복숭아 한 움큼을 입에 물고 있는 웅이는 그렇게 연수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연수는 말하지 못한 비밀이 존재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지도 모른다. 불 꺼진 방안에 인사하는 연수의 모습이 그저 떠나보내기 힘든 할머니의 잔상과 함께 하는 것처럼 다가왔으니 말이다.

 

남들 앞에서는 이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고 외쳤지만 연수에게도 그 기억은 아프기만 했다. 헤어지자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울 수밖에 없는 연수의 아픔은 이제 다큐를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다. 

 

19살 초여름 한 부분의 기억을 가졌던 연수는 10년이 지나 29살 여름 기억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궁금해진다. 헤어진 연인이 10년 전 처음 만났던 시절 방식으로 회상하는 다큐는 그들이 재회하고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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