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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나의 해방일지 2회-김지원은 왜 손석구에게 자신을 추앙하라 했을까?

by 자이미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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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은 왜 구씨를 찾아가 자신을 추앙하라 했을까요? 평소에 잘 사용하지도 않는 단어를 사용해 구씨에게 강요한 것은 미정이 이제 임계점을 넘어 더는 이런 삶을 살지 않고, 자신에게서 해방되겠다는 선언과 같았습니다.

 

더는 떨어질 곳도 없어 보이고, 이대로 바보처럼 살기 싫은 미정이, 겨우 목 밖으로 내뱉은 말이 ‘추앙’이라는 것은 중요합니다.작가가 캐릭터를 깨트리면서까지, 이런 단어를 선택하게 한 것은 변화로 읽어야 하기 때문이죠.

첫 이야기부터 2회까지 삼형제가 임계점에 다다르는 과정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조용하고 아무런 일도 없이 무난할 거 같았던 막내 미정이 먼저 폭발했다는 것은 이어 창희와 기정 역시 임계점에 다다라 더는 참지 못하고 폭주하는 상황이 찾아온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을 살아낸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버겁기만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마음껏 살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는 세상에서 버티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취라 생각해야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는 없죠.

 

기정은 남자를 사귄 적이 없는 모쏠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화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관계의 문제는 존재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은 잘 하는 직장인입니다. 팀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추진력과 판단력이 있다는 의미니 말이죠.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기정에게는 일은 쉬웠지만 남자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는 사이 나이는 먹었고, 그렇게 되자 모든 것이 자충수가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 되고 말았습니다.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박 이사의 연애가 분노로 이어지게 만든 것은 회사 여직원들과 모두 만나면서 유일하게 자신에게만 접근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연애 감정에 문제가 있을수록 이 문제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고, 그건 과한 집착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현아 생일을 위해 서울 술집에 모인 친구들 앞에서 집중 공격을 당한 이유는 스스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동기부여가 되어 스스로 알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기정의 분노는 스스로를 갉아먹게 될 뿐입니다.

목소리에서 화가 묻어나는 창희 역시 연애에서 문제가 발생하지만, 직업인으로서 그는 많은 이들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편의점 주인들에게 창희는 슈퍼맨 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신들이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 나타나 해결해주는 존재이니 말이죠.

 

편의점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상담사로서도 최고이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존재로서도 큰 위안과 의지가 되는 든든한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집에서도, 연애 상황에서도 항상 문제입니다. 일하는 서울과 거주하는 경기도 사이 거리만큼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언젠가는 깨져야만 창희 역시 알에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자라다 서울로 이사 갔던 현아 생일을 맞아, 모두 모인 친구들과 염씨 삼남매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자유 연애주의자인 현아는 거침없이, 기정의 연애에 팩폭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꽂히는 현아의 공격이 오늘 따라 너무 날카롭고 거침이 없습니다. 이는 현아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고,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기정은 알아채죠. 2년 동안 사귀던 남자가 침대를 산다고 해서 헤어졌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는 생각은 주변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의 개입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게 해줬죠. 결혼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혼수로 장만하면 될 일인데, 굳이 싱글 침대를 사귄지 2년 만에 사겠다는 것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선언임을 현아는 알아챘습니다.

 

남들 연애에 훈수 두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연애 박사처럼 군림하고 있는 현아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쉽게 풀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남들의 문제는 쉬워보여도, 막상 자신에게 닥친 문제는 풀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절대 객관화되기 어려운 자신의 문제는 남들이 개입하지 않으면 자신을 바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정은 가족에게 알릴 수 없는 빚을 구씨의 집에서 우편물로 받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부탁에 들어주기는 했지만, 철저하게 타인과 접촉을 끊고 살았던 구씨로서는 훅하고 들어온 미정으로 인해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일이 없으면 술로 시간을 채워가는 구씨에게 미정이란 존재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영역에 들어와 문제를 공유하게 만든 미정으로 인해 구씨의 세계도 조금씩 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필수적으로 누군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물들어가는 존재니 말이죠. 그런 점에서 미정이 구씨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것은 두 사람의 변화가 함께 이어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잔잔하기만 했던 미정이 큰 파도를 만난 것은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었습니다. 사귀던 남자를 위해 은행에서 신용으로 돈을 빌려 줬지만, 그 남자가 옛 연인이 사는 태국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미정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죠.

 

그저 기계적으로 사람들과 대면하고, 표정마저 기억된 값으로 답이 나오듯 미정에게는 자신은 존재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미정이 보기에는 거침없는 현아가 롤 모델처럼 다가왔지만, 자신은 이미 막차를 탔다고 합니다.

 

말로 사람을 홀리는 상황은 마지막 단계라며 자신의 말 속에 건질게 없다며, 그래서 미정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귀하다 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현아가 되고 싶다는 미정에게 순진한척 하지 말라며, 서로 수없이 반복해 태어났다는 현아는 현자인지도 모릅니다.

기정이 원하는 만남은 그저 남녀가 아니라, 쉬는 것 같은 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절실했습니다. 그건 기정이 무척 지쳐있다는 반증이겠죠.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상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인간관계가 기정에게는 절실합니다.

 

조용하고 단단했던 미정은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액을 빌려가 과거 연인 곁으로 떠나버린, 남자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라, 직장에서 가장 친하다 생각했던 친구 역시, 정규직들끼리 괌 여행을 준비하며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한꺼번에 다가오는 배신감은 미정을 흔들었습니다. 여기에 상사의 비웃음과 조롱에 가까운 행동들은 미정을 더는 버틸 수 없는 벼랑으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런 미정이 결국 폭발한 곳은 그와는 관계가 가장 적은 행복지원센터였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회사 적응을 더욱 쉽게 도와주는 부서는, 미정을 배신한 이들과 다르게 그를 도우려던 곳이었죠. 그런 곳에서 미정이 결국 무너지며, 지쳤다고 오열하는 것은 아이러니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자연스럽습니다. 갑작스럽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치면 담담해지기도 하죠.

 

적대적 공간이 아닌 우호적인 공간에서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그래서 당연했습니다. 쓸쓸하고 고독한 이들을 위한 낭독회에 들라는 소 팀장은, ‘염미정 씨는 낭독이다’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미정은 눈물을 쏟아냈습니다.당 황하는 상대와 달리, 미정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은, 소 팀장은 적당히 가까운 남이기 때문이었죠.

미정은 어린 시절 20점 맞은 시험지에 안절부절하며, 숨겨야 했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하필 이 순간 그 지우고 싶은 기억이 떠오른 것은, 자신을 속인 남자를 숨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빌려준 자신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이 소환한 기억이었을 겁니다.

 

임계점을 넘어선 미정이 다른 누구도 아닌 구씨를 찾아가 술을 왜 마시냐며 화를 내기 시작했죠.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며, 자신을 추앙하라고 합니다. 사랑으론 안 된다며 추앙해야 한다는 미정은 자신도 한 번은 채워져야 한다고 합니다.

 

뜬금없는 미정의 추앙이라는 발언은 구씨에게도 당황스러웠습니다.가족에게는 비밀을 만들고, 자신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을 공유하는 미정의 행동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결계를 치듯 자신의 공간을 지키던 구씨에게 갑작스럽게 들어와, 자신을 추앙하라는 미정의 행동은, 구씨가 그 미묘한 거리를 두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정의 폭발은 시작되었습니다.70% 정도는 임계점에 다다른 기정이나, 최소 50% 이상은 넘어선 창희 역시, 미정처럼 폭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정의 분노는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기 위한 시작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사내 동아리에 속하지 않은 삼인방이 자신에게서 해방되는 모임을 만들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자 자신의 벽에 갇혀 살던 미정과 박 부장, 그리고 태훈은 해방일지를 통해 스스로 벽을 허물고 자아를 되찾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잔잔해 보이지만, 인간 내면의 변화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분석해 이야기로 풀어낸 박해영 작가의 능력은 이번에도 탁월했습니다. 미정을 시작으로 주변의 모든 이들이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나의 해방일기’는 이제 그들의 성장기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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