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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놀면 뭐하니-유산슬과 한국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by 자이미 2019.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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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있다. 전 세계 음악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던 노장들의 연주는 감탄 그 자체였다. 국내에는 그와 견줄 수 있는 오랜 시간 연주를 해왔던 한국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리듬인 트로트는 그렇게 장인들에 의해 전수되고 있는 중이다. 

 

드럼 독주회까지 했던 유재석은 이제 유산슬로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트로트 신인 가수가 되기 위한 도전에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플래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오히려 '뽕포유'를 통해 균형을 잡았다는 점에서 김태호 피디의 선택이 다시 빛을 발했다. 

짧은 시간에 작곡을 하고 여기에 편곡까지 이어지는 과정인 낯설게 다가오기는 한다. 고뇌를 하고 오랜 시간이 걸려 곡 한곡이 탄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에게 트로트 생산 과정은 너무 빠르니 말이다. 박현우 작곡가가 가사를 받자마자 곧바로 작곡을 하는 과정은 유산슬 표정이 곧 시청자 입장이었다. 

 

40년 동안 함께 작업을 해왔다는 편곡자 정경천과 티키타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은 흥미로웠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싸우는 것이지만, 그들은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에 나오는 행동들이기도 했다. 고수들은 고수들을 알아보고 그렇게 최고수들은 완벽하게 트로트 부흥을 위해 나섰다.

 

티격태격하던 모습과 달리, 편집을 마치고 전문 세션들과 함께 곡을 연주는 과정에서 정경천 편곡자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한국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 불러도 좋을 최고의 세션맨들은 척하면 척이었다. 현장에서 편곡자가 요구하는 방식을 곧바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3, 40년 동안 연주를 해왔던 이들은 조용필부터 이승철과 나훈아까지 최고의 무대에서 함께 연주를 하는 최고수들이었다. 그들의 연주가 이어지며 밋밋한 듯 보였던 '합정동 5번 출구'는 풍성한 모습으로 채워졌다. 노련한 연주자들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방송은 흥미로웠다. 

 

쿠바의 전설과 같은 연주자들이 우연하게 영화 감독의 카메라에 담겨 세계적인 밴드가 되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트로트라는 감성과 리듬은 쿠바와 다르면서 닮았다. 한국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같은 느낌을 이들에게서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노련한 연주자들의 모습도 그리 오래 볼 수는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김 피디가 이들을 흥미롭게 담아낸다면 우리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만나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트로트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음악들을 섭렵하며 연주해왔던 그들은 그 자체로 음악의 역사이고 자산이다. 

 

트로트도 곡만 완성된다고 끝나지는 않는다. 트로트 가수들이라면 다 안다는 의상 디자이너를 만난 자리도 흥미로웠다. 배일호와 40년 지기라는 의상 디자이너의 티카타카도 재미있었다. 반짝이를 입어야 한다는 배일호와 조금은 다른 의상이 필요하다는 의상 디자이너의 대립 속에 과연 어떤 의상이 나올지도 궁금해진다.

 

구성진 노래만 조용하게 서서 부르는 것이 트로트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미 트로트가 자리를 잡으며 다양한 안무가 기본으로 사용되었다. 유산슬 역시 자신의 의지는 아니지만 안무를 위해 연습실을 찾았다. 트로트 안무는 아이돌 댄스와는 전혀 달랐다.

 

가사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복잡하거나 과격한 춤을 출 이유는 없다. 정확하게 포인트만 잡아 가사를 전달하는 방식의 댄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리가 보는 트로트 가수의 그 손동작들 모두 안무 연습실에서 탄생한 작품이었던 셈이다.

<놀면 뭐하니-뽕포유>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명확하다. 그저 유재석의 무한도전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유재석이 유산슬이 되어 트로트 가수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가 꿈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저 재미 삼아 트로트 도전을 하는 것일까?

 

유재석이 출연했던 <일로 만난 사이>와 비슷한 괘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직업들을 직접 그 안에 들어가 체험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흥미로웠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을 통해 김태호 피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그안의 사람들이다. 수많은 과정을 통해 한곡의 노래가 나오고 대중들 앞에 선다.

 

작사 작곡과 편곡, 연주만이 전부가 아니다. 의상과 댄스 등 수많은 이들이 모여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트로트 가수가 무대에 설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들을 조망하는 김 피디의 선택은 반갑고 고맙다. 장난스럽고 우습게 보이는 대목도 있겠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트로트 붐이 다시 조금씩 불고 있는 상황에서 <뽕포유>는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트로트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그런 점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유산슬을 돕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 트로트계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김태호 피디와 유재석이 만들어가는 이 기묘한 도전들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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