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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더킹 투하츠 9회-절대악이 된 이순재에 숨겨진 의미들이 두렵다

by 자이미 201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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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과오를 감추기 위해 점점 악마가 되어가는 비서실장 은규태의 모습은 경악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열한 지식인의 초상이 바로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낯설지는 않습니다. 그로 인해 남과 북은 혼란스럽게 변하고 재하와 항아는 급기야 이별을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절대악은 존 마이어가 아닌 은규태였습니다. 

 

권력에 미친 이들이 만들어낸 우화가 씁쓸하기만 하다

 

 

 

 

'더킹 투하츠'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이유는 드라마 안에 우리의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어떤 드라마가 현실을 벗어나 있을까요? 다만 이 작품은 결코 만만찮은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무기밀매업자인 존 마이어는 어린 시절부터 권력에 대한 존경과 함께 그보다 더한 열등감이 시달렸던 인물입니다. 왕인 재강과 학교 동창이었던 그는 재하를 볼펜으로 찌르고 자신이 곧 왕이 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적었던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왔던 거대한 권력을 쥐게 된 그가 도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거대한 권력을 쥔 그가 극단적인 독재자의 전형을 내보이는 것은 인간이 가지는 속성이니 말입니다. 무기를 팔아 거대한 부를 쌓고 이를 통해 세계를 호령하는 권력까지 가진 그가 넘어서야만 하는 존재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입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지만 그래서 증오할 수밖에 없는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해 모드는 결국 자신이 지향하는 절대 권력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의 지독한 모습들은 극악함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거대한 부를 가진 어둠의 황제인 존 마이어를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그가 가진 악의 본질이 아닌 그가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그가 남과 북을 이야기하고 자칫 드라마의 지향점으로 인해 흐트러질 수 있는 현실 감각을 바로잡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 중 존 마이어는 분명 악랄한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한 국가의 왕을 암살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하고 남과 북의 화해를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어 놓은 증거물로 그들을 흔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바라보는 남과 북의 현실입니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모습으로 자신들의 몫만 챙기기 위해 실질적인 평화와는 거리를 두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비꼬는 존 마이어의 이야기들은 바로 우리 현실 속 권력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먹잇감으로 던져준 거짓된 증거를 가지고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 속 정치인들 그 자체였습니다.

 

본질은 보지 않은 채 오직 자신들의 권위와 안위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그들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함축적으로 드러나며 시청자들에게 쓴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생각이라고는 하지 않는 단발마처럼 행동하며 오직 자신의 논리에 모든 것을 맞춰내려 노력하는 정치인들의 청문회 모습은 뉴스에서 일상적으로 보는 우리 현실 속 모습을 다큐멘터리처럼 재현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자신의 과오를 감추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불안을 조장하는 비서실장의 모습은 어쩌면 처량한 우리시대 지식인의 나약함을 꼬집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 지식인들의 모습 속에 분명 극 중 비서실장 은규태와 같은 존재가 있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절대명제 자체를 인위적으로 틀어내고 모두를 위협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가 사는 2012년의 현실이니 말입니다.

 

비서실장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했습니다. 뇌물을 받고 왕의 휴가지를 알려줌으로서 암살당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모두 알고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왕의 비서실장이라는 임무를 망각한 채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분쟁을 이끌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고지식한 아들인 은시경에게 노발대발하며 진실이 곧 현실이 아니라는 말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던 그의 모습에서 절대악을 봤다면 앞으로 그가 행할 악행들이 조금은 이해가 갈 수도 있을 듯합니다. 재하와 항아가 굳은 믿음으로 위기 상황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와중에도 둘을 이간질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 은규태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정치를 보여주는 표상이었습니다.


북한이 왕을 죽인 증거가 철저하게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서로의 자존심을 이유로 서로를 탓하는 남과 북의 권력자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속성이 그러하듯 남과 북이라는 경계가 문제가 아니라 그 권력을 가진 자들이 문제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자명해지기만 합니다.

 

수준 이하의 국회의원들과 오직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는 그들에게 쓴 소리를 아낌없이 보내는 재하의 모습이 통쾌한 것은 그를 통해 보여준 모습이 곧 국민들이 하고 싶어 했던 행동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들의 월급을 올리는 것이 국가 중대사보다 앞서서 행해지는 일이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옥죄는 도구가 임금 인상안을 틀어쥐고 비틀고 있는 재하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심스러운 국회의원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는 듯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야기는 다양한 복선들을 깔아두고 있어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은규태의 이간질을 벗겨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줄 왕의 비망록은 모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 되 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단어를 비밀번호로 만들어 보관 중인 왕의 일기를 보기 위해 재하가 다양한 단어들을 쏟아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습니다. 그 비밀번호가 곧 '더킹 투하츠'가 추구하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조금씩 기억을 되찾기 시작하는 공주 재신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녀가 기억을 되찾게 된다면 진정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클럽 M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모든 사건을 풀어내는 핵심이라는 점에서 재하가 재강의 일기에서 얻고 싶은 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들 담고 있습니다.

 

항아가 임신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들의 이별은 곧 자연스러운 재결합과 함께 남과 북이라는 관계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의식과 이를 드라마로 풀어내는 과정이 대중적인 지지를 받기 힘들 수밖에 없음에도 흔들림 없이 주제 의식을 잃지 않고 이끌어가는 제작진들의 노고가 대단함으로 다가옵니다.

 

 

성숙한 연기로 보는 내내 놀라게 만드는 이승기의 연기력 역시 점점 물이 오르고 있고 이런 그의 역할은 곧 극의 흐름과 주제를 명확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이후 진행될 이야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현실의 민감한 문제를 능숙하게 드라마로 가져와 매끄럽게 풀어내는 홍자매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습니다.

 

이순재가 연기하고 있는 비서실장의 모습이 경악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단순히 진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문제를 불러온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극 중 지위와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순재가 연기한 은규태가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이 두렵게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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