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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동이 3회-이병훈의 운명론이 재미를 반감 시킨다

by 자이미 2010.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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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부작으로 기획된 <동이>는 이제 3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시청률에 따라 연장이야기가 나오겠지만 50부작이면 결코 짧지 않은 길이입니다. 통상적으로 보는 16부작의 3배 가까이 되는 분량이니 일반 드라마를 세 번 보는 셈입니다. 그 분량을 따라가려면 긴 호흡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운명론이 지배하는 드라마 아쉽다


드라마 초반을 지배하는 것은 운명론이었습니다. 동이가 왜 숙종의 부인이 되고 영조의 어머니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다른 게 아닌 하늘이 택한 운명 때문이었다는 논리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겠지만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운명적이라는 말처럼 허망한 게 없을 텐데 드라마는 시작부터 운명만을 이야기하며 극 전개에 따른 몰입을 방해할 뿐이었습니다. 천민들의 조직인 검계의 지도자인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은 어린 동이를 모진 삶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처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검계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가치를 세기며 살 수밖에는 없고 그런 그녀의 의식은 <동이> 전편을 아우르는 중요한 의미로 자리 잡겠지요. 그런 모든 것을 운명론으로만 귀결시키는 것이 드라마적인 재미를 반감시켜 아쉽지만 말이죠. 

신통한 도인 김환과의 우연한 만남 속에 귀인의 상을 가진 동이의 운명과 후에 희빈이 되는 장옥정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과정은 굳이 반복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김환이라는 인물을 통해 명명되어지는 운명론은 향후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힌트이겠지만, 그 정도의 정보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특별한 감흥이나 드라마적인 장치로서도 유용하지 못합니다.

<동이>라는 드라마 전체를 투영하는 검계의 이른 좌절과 파멸은 보다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함이기에 이해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검계의 지도자가 될 자천수의 최후 아닌 최후의 모습은 식상함으로 다가옵니다.

시청자가 아닌 극중 인물들 간의 관계를 위해 극적인 죽음처럼 포장되어진 천수의 모습은 현재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검계의 일망타진으로 여겨지겠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극적인 감흥이나 안타까움이 아닌 저런 부상을 입고도 살아날 그를 생각하며, 역시 주인공들은 쉽게 죽을 일이 없다는 드라마의 익숙한 클리셰를 경험할 뿐입니다.

어린 동이의 무모한 움직임들은 극이 그녀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이겠지만 위태롭게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들은 긴박함보다는 짜증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아역이 사랑스러워 재미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동이>의 아역 부분은 운명론에 휩싸여 이리저리 흔들리는 아이의 모습이 위태롭기만 할뿐 재미를 느끼기는 힘듭니다.

천민에서 후대 왕의 어머니가 되는 동이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하려 할 뿐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동이가 궁에 들어서면서 부터이겠죠. 태어나면서 운명 지워진 '천인들의 왕은 바로 동이'라는 도사 김환의 이야기처럼 드라마 <동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천인들의 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귀족 양반들의 이야기가 아닌 천인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아픔과 고뇌를 함께 하겠다는 의지 표명은 초반의 아쉬움을 감내하고서도 봐야할 이유가 될 듯합니다. 남자 노비가 양인의 여자와 낳은 자식을 양인으로 인정하는 '노비종모법'이 영조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유도 왕의 어머니인 동이 '화경숙빈 최씨' 때문 이였죠.

후에 노비제 해체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노비종모법'은 자신의 어머니가 천민이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동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요한 화두는 누가 왕이 되느냐 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왕이나 대통령은 귀족 양반들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

좋은 집안의 명문가 규수 사이에서 태어난 태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는 그들의 바람은 현대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좋은 학벌과  대단해 보이는 포토폴리오가 대통령의 자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일부의 생각은 이미 많은 폐단을 불러 왔습니다. 

서민의 대통령은 서민들이 환영해도 그를 옥죄는 정치 무리 배와 언론을 장악한 이들에 의해 한없이 흔들려야만 했습니다. 영조 역시 천민 어머니라는 굴레 속에서 왕위에 오르지만 당쟁이 심했던 조선시대 왕권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 탕평책을 내놓기도 했지요. 비록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그런 당쟁 속에서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희대 사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영조는 아이러니 하게도 조선시대 가장 강력한 왕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52년간 집권하며 조선왕조의 중흥의 꽃을 피운 영조의 삶은, 질긴 운명 속에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운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다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운명론을 초반에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운명처럼 휩쓸려간 동이의 인생을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겠지만, 과도한 운명론은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하고 있습니다. 어떤 식의 접근이 좋으냐는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 각자의 몫이겠지만, 운명을 거부하고 개척하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보는 이들에게 운명적인 만남과 삶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50부작 중 이제 3회가 진행된 드라마에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겠죠. 동이가 궁궐로 들어가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이기에 드라마의 재미도 궁궐에 들어서며 시작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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