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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맑은 눈의 광인으로 증명된 긴 논쟁의 끝, 나영석은 진화 중이다

by 자이미 2022.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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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예능을 선도하던 두 명의 천재 피디가 있었습니다.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와 '1박 2일' 나영석 피디가 바로 그들이죠. 명실상부 대한민국 예능의 판 자체를 뒤집어버린 그들에게 많은 이들은 천재라는 칭호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예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갈림길에 선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평가는 그저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김태호 식 예능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테니 말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평가입니다. 질량적인 지표가 나올 수 없는 부분이니 말이죠. 김태호 피디의 전성기는 '무한도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예능은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기 때문이죠.

 

긴 시간 다양한 도전들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성취는 쉽게 폄하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예능 피디라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한도전' 이후 그의 행보는 새로운 도전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유재석을 활용한 부캐 방송이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유재석이라는 절대 강자를 앞세운 활용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들을 언급했지만,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음악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울 뿐 신기하지는 않습니다.

 

국내 최고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하고, 몇달 동안 매주 해당 음악에 대해 언급하고 들려주는데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죠. 김 피디가 MBC를 나가 새롭게 추구하던 예능도 다를 게 없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스타마케팅에 편승한 이야기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죠.

 

김 피디가 편애하는 유재석과 노홍철에 대한 애착은 그의 작품들에서도 잘 보여집니다. 노홍철과 비의 먹방에 이효리를 앞세운 예능은 철저하게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기본적으로 진화하지 못한 시청률 확보를 위한 선택지처럼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나영석 피디의 예능도 퇴보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포맷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체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무한도전'처럼 매번 새로운 도전들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죠.

이 상황에서 나영석 사단의 선택의 의외였습니다. 그동안 나영석 예능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남자와 달리, 여자 게스트들과 일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여성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선택은 당연하면서도 과거의 발언들을 생각해보면 의외였습니다.

 

더 의외이자 감탄이 나오는 부분은 바로 새로운 얼굴들을 내세웠다는 겁니다. 기존 익숙한 스타들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김 피디가 이효리나는 절대자를 선택한 것처럼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여배우나, 다른 스타들을 내세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 피디의 선택의 의외였습니다.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을 대거 등장시켰기 때문이죠.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익숙했던 이은지를 시작으로, 걸그룹이지만 예능에는 처음은 미미, 김 피디 방송에도 잠깐 등장했었던 래퍼 이영지, 그리고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이브의 안유진까지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을 발탁한 것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습니다.

 

제대로 망하거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나영석 사단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해도 그건 실패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나아가야 할 길이었습니다.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예능 피디의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예능을 보면 10년 전이나 20년 전에 봤던 인물들이 여기저기 나올 뿐 새로운 얼굴을 만나보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색다른 예능도 전무하다보니, 어떤 예능을 보든 특별할 것 없는 방송으로 전락한 것도 사실이죠. 

 

과거 세대교체를 했던 이들이 여전히 20, 30년 동안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변별성도 떨어지는 그저 그런 그들의 잔치처럼 전락해버린 예능에서 새로운 인물 발굴은 절실했습니다. 과거 '무한도전'에서도 신인 발굴을 위해 노력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예능인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인물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위한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실제로 이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나영석 사단의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은 그 어려운 것을 해낸 대단한 예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피디의 전략처럼 최소한 이 스타만 나오면 일정 수준의 시청률이 보장되는 인물을 내세워 의미를 부여하면 쉽습니다. 그동안 많은 예능들이 그런 식으로 준비되고 제작되어 방송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식을 나 피디가 포기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이 출연하는 예능은 시청률을 포기한 실험작이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나영석 사단이 아닌 다른 예능 피디가 시도했다면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죠. 아니 제안서조차 통과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벽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패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를 밀어붙였고, 그렇게 세상에 나온 '지락실'은 새로운 예능 스타들을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도 대성공이었습니다. 단순 시청률을 넘어선 화제성 등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통한 예능은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 어떤 예능 스타들보다 더 예능인다운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왜 이제야 출연했는지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이 결과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습니다. 콜럼버스가 달걀을 세우니, 모두가 쉽다고 했지만 그 전에는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젊은 여성 연예인들을 앞세워 익숙함 속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나영석 사단의 이 선택은 과거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 한국 예능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김태호 피디는 익숙함에 익숙함을 더한 것과 달리, 나영석 피디는 익숙함 속에 새로움을 부여해 변화에 성공했습니다. 이 선택지에 대해서도 시청자들 각각의 선택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저 익숙함에 익숙함을 더해 변화 없는 그 일정 수준의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죠.

 

'맑은 눈동자의 광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되는 나영석 사단의 발직한 도발은 새로운 시대에서 그들이 앞서 나갈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 단순하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던 선택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문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증명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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