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임에도 해결 방안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회. 그런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는 권력으로 인해 그 지독한 분노의 고통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의 고리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는 '못난이 송편'은 마음이 시리도록 아픈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보지 않으려 했던 못난 송편, 그건 우리의 이야기였다
지독한 열풍처럼 학교 폭력과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하게 파고들어 있는 왕따는 이제 그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두렵게 다가옵니다.
신참교사 주희(김정화)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갑기만 합니다. 그토록 원했던 교사로서의 생활이 그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어느 날 주희 반 학부모가 교장실을 찾으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세진(조정은)의 어머니가 학교를 찾아와 학교 왕따 문제에 대해서 분노하는 모습은 신참교사에게는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교사들이 이제 진정으로 교사가 되어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저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인성까지 책임져야 하는 교사라는 직업은 특별한 사명감이 없으면 수행할 수 없는 직업임을 주희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합니다.
너무나 조용하고 귀여운 반 아이들이 이런 무서운 왕따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주희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나 밝은 아이들이 세진이로 인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주희는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현재 자신이 왕따를 하고 있다는 유민(김보라)을 통해 진실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세진이 그동안 학급 친구들 중 자신보다 공부를 못하거나, 못사는 이들에게 못되게 굴어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문제로 인해 유민이 세진에게 왕따를 당해왔고, 그렇게 혼자가 되어버린 유민은 스스로 반 친구들을 왕따시키며 홀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진을 왕따시키고 있는 인물이 다름 아닌 절친 예빈(주다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주희는 당혹해합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반장이 세진이를 왕따시킨 주범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 지독한 세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 한 모두가 불안해지고 그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 필연적인 희생자가 되어야만 서로가 편해지는 불안한 동거는 우리 사회의 지독한 고통 중의 하나입니다.
각박하고 힘겨운 삶이 되면 될수록 서로를 위하는 것이 아닌, 나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동물적인 본능만 살아나게 됩니다.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면서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누군가를 왕따시켜야만 편안해지는 정신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학창시절의 기억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런 되물림되는 왕따의 기억을 공유하고 현재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운 것일 겁니다.
주희가 자신의 반 아이들의 왕따 문제에 고민하면서부터 과거 자신의 기억이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세진을 둘러싼 아이들의 대립은 과거 자신도 경험했던 아픈 추억이었으니 말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 왔던 순복(경수진)이라는 여자. 그 여자는 누구이기에 자신과 같은 반 친구였던 소정(장지은)이를 찾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순복이를 떠올린 주희는 그녀가 바로 중학교 동창이었던 아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됩니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잔인한 추억들. 그 기억 속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는 소정과 아영이라는 인물들 속에 주희가 현재 겪고 있는 반 아이들의 왕따 문제의 해법도 존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친구 사이였던 소정과 아영. 시골에서 수재로 소문났던 아영이 서울로 올라와 투박한 이름을 아영으로 바꾸고 나서 잘 지내는 듯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은 그들을 모두 망가트리고 말았습니다. 학교 백일장에서 '못난이 송편'이라는 글로 아영이 아닌 소정이 대상에 당선되며 의아해하던 주희는 그들의 관계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항상 당하기만 하는 아영은 언제나 소정을 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아영이 정신을 놓고 과거의 고통 속에서만 살아가는지 주희는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소정. 이혼한 부모로 인해 유학을 가야했던 소정은 여전히 헤어진 아버지와 관계가 불편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남처럼 되어버린 오빠의 관심도 싫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완전히 파괴되어버린 소정은 자신의 고통만 소중했지 정작 친구인 아영에게는 무관심했습니다. 아니 자신의 고통을 아영을 통해 풀어낸 소정으로 인해 그녀는 여전히 과거의 나쁜 기억 속에 갇힌 채 살아야만 했습니다.
왕따가 어떻게 발현되고, 모두를 주눅 들게 하는지 수치로 혹은 해법서처럼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문제로 시작된 관계의 흔들림은 단순히 둘 만의 관계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못난이 송편>에서 보여주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는 부모의 이혼으로 무너진 가정에서 그 원인을 유추하고 있습니다.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문제로 인해 망가진 마음이 학교라는 틀 속에서도 그대로 발현되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추론은 <못난이 송편>이 취하는 특별한 이야기의 한 형태입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복합적인 문제들이 왕따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니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왕따라는 문제가 한 개인의 마음이 망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에서 이런 접근은 무척이나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마땅한 사회적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그 치유를 스스로 해야 하는 그들에게 왕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습니다. 가족의 문제가 학급의 문제가 되고, 이런 학급의 문제가 학교의 문제로 확장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런 학교의 문제는 다시 아무런 치료도 없고 사회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왕따의 경험을 지닌 대다수의 국민들은 학창시절에나 존재하는 문제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왕따문화는 사회생활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스스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왕따시키고, 그런 왕따에 동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그런 왕따의 기억을 잊으려 노력하며 스스로 그 기억을 망각해버리는 우리들. 그런 망각은 결과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할 수밖에 없다고 <못난이 송편>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해 당사자들의 화해만으로 왕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회 전체에 만연한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점검과 보안을 통해 사회 시스템 자체가 왕따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치유하는데 집중해야만 할 것입니다. 치유와 함께 이어져야만 하는 예방 역시 사회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으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왕따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던지는 소재의 무게감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게 가슴에 내려앉습니다.
비록 2부작으로 준비된 브릿지이지만,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인 '왕따'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못난이 송편>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왕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드라마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다름없었습니다. 진한 공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 모두가 예쁜 송편을 기대하는 못난이 송편들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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