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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도 명수는 12살-형광등 100개 켠 미모 준하의 쥐잡이 놀이

by 자이미 201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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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30년 전 혼자 놀았던 명수에게 추억을 남겨주기 위한 무도 멤버들의 시간여행은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김태호 피디의 풍자가 흐르는 피는 이번에도 어쩔 수 없었나봅니다. 깨알 같은 자막으로 전하는 풍자들은 그 상황이 너무 그윽해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상황극의 대가들, 추억을 품고 현재를 이야기하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명수는 12살'이라는 제목으로 30년 전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흥미로웠습니다. 잊혀진 과거를 통해 우리가 살아왔던 시절을 회상하고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과정들은 충분히 흥미롭고 의미 있었으니 말입니다.

무도 멤버들이 가장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상황극입니다. 그런 상황극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끄는 존재 역시 명수옹이고 오늘 방송에서 보여준 '하와 수'의 무한변신이 주는 재미는 특집 안에 숨겨진 최고의 볼거리였습니다.

공병을 줍느라 친구들과 지낼 시간이 없었던 어린 명수가 서울로 이사했지만 쉽지 않은 서울 생활로 친구가 없기는 군산 시절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어린 시절 명수에게 새로운 기억을 심어주겠다는 제작진과 동료들은 의기투합해 과거로 회귀해 명수와 함께 놀아주기 시작합니다.

30년 전 현재처럼 컴퓨터나 학원에 대한 압박이 적었던 시절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것은 함께 노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그런 놀이들을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지만 모두가 어울려 놀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다양한 놀이 문화는 철저하게 함께 해서 의미 있는 놀이들이었습니다.

야외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놀이 문화는 아마도 80년대 이후 태생들에게는 생경한 문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80년 후반 태생 일수록 그들은 그 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놀이 문화와 함께 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산업화가 더욱 치열해지며 경쟁은 모두를 지치게 하고 그렇게 지친 삶을 살아야 하는 부모 세대들은 아이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 세대들도 자식들이 자신보다는 나은 삶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의 바람들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시대의 변화가 이질적인 존재들을 양산해 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지상 최고의 과제가 되어버린 어린이들에게 미래의 적들과 노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학원들을 전전하며 그들이 할 수 있는 놀이는 잠깐 동안 즐길 수 있는 전자기기들이 전부였습니다. 짧은 시간 틈틈이 놀 수 있는 게임들의 가치는 무한 경쟁으로 내몰린 아이들의 유일한 피난처가 되었고 때론 그 피난처가 너무 안락해 안주하기를 원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할 정도로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들에 대한 피해는 커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무조건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나 이외의 타인에 대한 부정에서부터 모든 가치관이 형성됩니다. 이런 가치 기준의 변화가 근본적으로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겠지요. 과거 우리들 혹은 형, 누나, 부모님 세대들이 함께 어울리며 놀았던 문화들 속에는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어울려야만 하는 놀이 문화들이 존재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가 아니면 그 진수를 맛볼 수 없는 놀이 문화. 그 놀이 문화의 차이가 곧 근본적 차이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무한도전-명수는 12살>은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과거는 현재 우리의 삶과 비교해보면 결코 풍성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풍성하지 않아서 더욱 풍성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우리와는 너무 달랐습니다. 물질만능주의 사회 속에서 풍요는 미덕이 아니라 증오로 바뀌고 그런 증오들은 사회를 불균형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풍성하다는 것이 곧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다는 것은 당연한 듯합니다. 부족해서 서로 나누고 그래서 모두가 풍성해질 수 있었던 시절과는 달리, 너무 많아서 더욱 독식하려 들고 자신의 곳간에서 쌀들이 썩어나는 일이 있어도 주변의 굶어죽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현재와는 너무 달라 보이니 말입니다. 빈부의 격차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모든 가치의 기준이 모든 것을 가진 1%에 집중되는 사회 속에서는 모두 불행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모든 권력과 부가 모인 1%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부와 권력을 지켜내기 위해 안절부절 하고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99%는 현실의 팍팍함에 고달프고 이런 세상에 대한 분노는 사회 전체에 균열을 불러올 수밖에는 없게 합니다. 상생의 사회가 구현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따라 올 수밖에 없는 파괴에 대한 본성은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만들 뿐입니다. 현 정권 들어서 절대 가치를 가진 자들이 더욱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그들의 하해와 같은 아량에 기대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현 정권은 모든 것을 가진 1%에 더욱 많은 것들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이른바 '낙수효과'가 모두를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들의 곳간이 차고 넘치면 자연스럽게 모두가 풍요롭게 될 것이라는 바보들도 생각하기 힘든 정책은 당연하게도 그들에게 다른 곳간들을 만들게 부추겼습니다. 아흔아홉 석을 가진 부자들은 한 석을 가진 이들의 곡식마저 빼앗으며 새롭게 지은 곳간을 채우기에 바빴고 그렇게 모든 것을 가진 1% 만이 배부를 수 있는 사회가 곧 선진 사회라 주장하는 위정자들로 인해 사회는 망가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끊임없는 탐욕들은 세상을 나락으로 빠트렸고 벼랑 끝으로 몰린 99%는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1%는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거세게 99%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려 하는 상황은 그들이 주장한 '낙수효과'가 얼마나 파렴치한 조작이었는지를 깨닫게 하기도 합니다.

1%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여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줄 것이라 믿은 종편을 만들어내기까지 했습니다. 스스로 증오한다고 했던 북한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종편은 예상했던 대로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고 실체가 들어난 오합지졸들의 한계는 현 정권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준하의 집에 놀러 간 친구들은 너무나 닮은 준하 가족들로 인해 정신이 없습니다. 엄마도 누나도 형과 아빠도 모두 준하와 판박이인 이 가족들의 등장과 명수 아버지의 등장 등은 무도가 가장 적극적이며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상황극이었습니다. 이런 상황극들은 자연스럽게 풍자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누나로 분장해 등장하는 준하와 함께 자막은 '형광등 100개 켜 논 미모'라고 나가며 종편 방송이 내세운 박근혜를 풍자하는 상황은 많은 이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죽은 독재자를 찬양하고 그 딸이 대권주자로서 다음 정권을 잡기를 바라는 종편들의 찬양극은 웃지 못 할 상황을 만들었고 그들이 그토록 증오한다던 북한의 독재자 찬양을 그대로 재현해내며 스스로 놀림감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준하 집에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고 이런 상황에 등장하는 무조건 '고소'는 현 국회의원의 무분별한 고소를 풍자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개그맨을 고소한 상황은 그들에게도 자연스러운 비판을 하게 만드는 듯했습니다. 오징어 놀이를 하면서 가장 힘이 센 준하가 보여준 쥐잡이 놀이는 풍자의 끝이었습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준하는 아이들 세상에서 왕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지략이 떨어지는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막강한 힘 밖에는 없었고 그 힘으로 나약한 상대를 '쥐'잡듯 하는 상황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힘으로 모든 것을 장악하고 그런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이들의 무지막지함이 준하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준하는 일차원적인 힘으로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30년이 지난 후 권력을 가진 이들은 보다 정교해진 방식으로 무한해진 권력들을 행사하기에 급급합니다. 정교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권력 집착과 탐욕은 변한 게 전혀 없습니다. 본질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정교함은 '악랄함'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집요해졌을 뿐입니다.

너무 가진 것이 없어 행복해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 <무도 명수는 12살> 특집은 그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과거를 바라보며 추억을 떠올리든 현재의 문제를 지적하든 그 모든 것은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과 가치로 다가오는 무도는 항상 흥미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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