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대한민국은 세월호 침몰로 인해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선거에 뛰어든 이들에게는 한시가 다급하겠지만, 여전히 풀어내지 못한 세월호 정국은 이들에게는 힘겨운 시간들의 연속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무한도전이 던진 선거특집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무한도전의 선거 특집이 반갑다;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외치고, SNS 알바단을 비꼬는 무도가 반갑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무한도전의 선거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무한도전 10년을 앞으로 책임질 리더를 뽑는 이번 선거는 시청자들에게는 흥겨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국 10개 투표소와 인터넷 투표로 이어지는 이번 무도 선거는 무도 특유의 풍자가 가득 담겨져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선거 운동을 하는 과정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선거 방식이었습니다. 선거 홍보 영상을 찍고 거리에 나서 유세를 하는 무도 멤버들의 모습에서 일상적인 우리의 선거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특집이었습니다. 선거란 국민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가올 6.4 지방 선거에서 진정한 후보자에게 바른 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되도록 독려하는 무도의 선거 특집은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선거 특집을 진행하면서도 제작진이 준비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사회에 대한 화두였습니다. 그렇게 제작진들은 무도 멤버들을 상대로 특별한 실험을 준비했습니다. 과거 '양심 냉장고'에서 정지선을 지킵시다! 라는 캠페인을 펼치듯, 이번에는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멤버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과정은 예능으로서 재미와 함께 시사까지 확보한 특별한 기획이었습니다.
가정의 달 특집을 위한 추격전을 한다는 이야기로 멤버들에게 특정한 장소로 오도록 한 제작진들의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규정 속도는 30이라는 원칙이 존재하지만 이를 지키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 우리 역시 머리로는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상황에서는 이를 잊는 경우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무도 멤버들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작진들이 예고했던 추격전에만 신경에 곤두서있던 그들에게는 '어린이 보호구역'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유재석은 자신이 진입하는 도로가 무엇이고 속도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알면서도 정확하게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30km로 속도를 줄여야 하는 이 구간을 정확하게 지킨 멤버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유재석이 32km를 지켰을 뿐 이후 다른 멤버들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며 누구도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원칙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제작진들이 건넨 메모를 보고 나서야 무슨 상황인지 알고 부끄러워하는 무도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원칙'에 얼마나 충실한지에 대해 반문을 하게 했습니다.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강조한 무한도전의 선택은 중요했습니다. 세월호 역시 원칙만 지켜졌다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지독한 인재였습니다. 권력이 원칙이 아닌 원칙을 버리면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원칙을 지키는 존재들이었다면 결코 이런 말도 안 되는 참사는 벌어질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더욱 참혹해했던 것은 참사만큼이나 지독했던 권력자들의 독선이었습니다.
권력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단순히 형식적인 사과만 하는 가식적인 권력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어린이 보호구역' 실험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정형돈은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을 이용해 아이돌들을 모아놓고 선거 유세전을 하는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아이돌들을 매주 보면서 두터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정형돈은 아이돌을 불러놓고 그들에게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예능으로 바라보면 참 재미있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아이돌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이 장면에서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흥겨운 축제가 끝난 후 정형돈은 모든 아이돌들에게 SNS에 자신을 지지한다는 글을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140자 이내로 작성한 글을 올리라는 정형돈의 모습에서 지난 대선을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국정원까지 나서서 조직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든 사건은 여전히 국민들을 멘붕으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권력은 그렇게 국민들을 우롱하고 민주주의의 원칙과 근간마저 흔들어놓았습니다.
이런 부정하고 부당한 선거를 하고도 이에 연루된 이들의 사법처리가 이토록 엉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원칙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부당함이 일상이 되고, 이런 부당함을 이유로 자신의 부당함을 정당하다고 외치는 권력자들이 판을 치게 되었다는 사실은 슬프기만 합니다.
정형돈의 SNS 알바단은 지난 대선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비판한 무도만의 힘이었습니다. 무도가 아니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이런 풍자의 힘이 곧 무한도전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그들이 보이는 선거전에서 우리 사회의 정치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홍보영상 제작 과정의 허와 실을 보여주는 모습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노홍철의 치부발성 공약에 1위라는 위상을 전한 시청자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허상을 쫓는 추악한 선거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선거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무도 선거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풍자라는 점은 반가웠습니다.
예능다운 재미를 만끽하게 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선거 풍속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한도전은 역시 무한도전이었습니다. 예능의 재미를 담는 것에도 최선을 다하던 그들은 재미만이 아니라 큰 의미도 함께 담았습니다.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와 조작이 판을 치는 선거판에 대한 조롱은 그래서 더욱 뜻 깊게 다가왔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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