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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웃음사냥꾼이 간다-박명수의 몰락? 최악의 특집 알면서도 방송한 이유

by 자이미 2015.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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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사냥꾼이라 자신하던 박명수가 웃음 사망꾼이 되었다. 자사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웃음 사망꾼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병수는 <무한도전>을 통해 만회를 하려 했다. 기획안 5위로 방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웃음 사망꾼이 된 박명수를 위해 특별하게 준비된 특집은 역대급 졸작이 되었다. 

 

난공불락 만두 이행시;

박명수 웃음 장례식과 찰리 채플린의 명언에 담긴 폭망한 무도 특집

 

 

 

점오라고 지칭하며 살아온 박명수가 최대 위기에 처했다. 왜 나갔는지 알 수 없는 <마리텔> 출연은 악수가 되었고, 그런 박명수를 위한 <무한도전>의 특집마저 인공호흡이 될 수는 없었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확신만 심어준 <무한도전 웃음 사냥꾼이 간다>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과거 가상의 장례식을 다룬 예능이 있기는 했다. 가상의 장례식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돌아본다는 취지는 충분히 의미 있음으로 다가왔다. 무도 역시 웃음 사망꾼이 되어버린 박명수의 장례식을 준비했다. 엄밀하게 박명수의 장례식이 아닌, 박명수 웃음이 사망한 것에 대한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웃음 사망에 대한 조의를 표하는 이들의 모습은 참 아이러니 하지만 섬뜩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웃음이 그들의 존재 이유인 개그맨들에게 웃음이 사망했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박명수의 '웃음 사망 장례식'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타인의 죽음 앞에 조의를 표하는 행위는 단순함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형식적인 행위도 있지만 핵심은 그의 죽음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명수의 잃어버린 '웃음'에 대한 장례식은 그들에게는 절대적인 것일 수밖에는 없었다.

 

웃음이 사라져 사망한 박명수를 위한 그 장소는 웃음의 장소가 되었다. 웃으면 안 되는 장례식 장이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조문객 중 뒷모습만으로도 표현한 네 명의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재미였다. 아이유와 지디, 그리고 길과 노홍철의 모습을 한 그들의 조문 상황은 그 자체가 웃음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조문 행렬 속에서 숨죽인 채 있던 박명수를 분노하게 한 것은 바로 <마리텔> 담당 피디들의 등장이었다. 그들이 조문을 하러 오는 순간 뒤에 있던 박명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박명수의 등장에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극 자체가 곧 재미라는 점 역시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웃음을 잃어 사망 선고까지 받은 이를 위한 자리가 가장 재미있는 장소가 되는 아이러니는 우리의 삶이기도 하니 말이다. 무도 멤버들도 알지 못했던 박명수의 <마리텔> 출연. 그가 그곳에만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자책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박명수는 명예회복을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했다.

 

시청자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5위로 평가 받았던 <웃음 사냥꾼이 간다>라는 특집을 진행했다. 직접 제작진들을 찾아 강요하듯 준비한 이 특집은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의 역대급 실패작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이 특집을 강행한 이유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이 지점에 있다.

 

단순하게 박명수의 명예 회복을 위해 그가 제안했던 <웃음 사냥꾼이 간다>를 방송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 공을 들여 정교하게 준비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이렇게 급하게 특집을 이어간 것은 실패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패를 위해 진행된 특집은 바로 그 실패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예고된 실패 뒤에는 '웃음'이라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한다. 웃음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담아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반인들의 추천을 받아 웃기는 사람을 찾아가는 형식 속에서 진짜 웃음을 던져주는 존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일상 속에서 재미를 던져주는 이들이 방송이라는 틀 속에서 그런 재미를 던지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더욱 갑작스럽게 웃겨야 하는 상황은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들이 출연하기는 했지만 그 누구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악으로 내몰린 그들은 주변 사람들 중 웃기는 이들을 만나기까지 했지만 차려진 멍석 위에서 웃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박명수의 재기는 실패했고, 다시 돌아간 곳은 그의 '웃음 사망 장례식'장이었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명언은 이번에도 등장한다. 너무 유명한 그 말 뒤에는 "그러므로 나는 멀리서 보려고 노력 한다"는 말을 했다. 비극적인 현실을 희극으로 풀어내는 채플린의 이 말 속에는 여러 함의들이 존재한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채플린은 또 이런 말도 했다. "사람들은 나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 웃기기 위해 최소 100번은 연습을 합니다. 당신은 100번을 연습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채플린의 말은 <무한도전 웃음 사냥꾼이 간다>가 이야기하고 싶은 가치로 가장 적합해 보인다.

 

웃음을 대중들에게 선사하며 살아가는 그들은 노력 없이 현재의 위치에 올라설 수 없었다. 그들은 100번 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없는 연습을 통해 그런 웃음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무도 멤버들 스스로도 우리도 준비하지 않으면 웃길 수 없는데 일반인들이 어떻게 갑자기 웃길 수 있느냐는 말 속에 그들의 애환과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 물론 이런 원칙을 깨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모든 것을 더 엉망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노력만이 곧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박병수의 '불통'은 <마리텔>에서 무능으로 다가왔고,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불통의 시대' 박명수는 역설적이지만 적나라하게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그런 불통이 만든 현실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고 다시 몰아붙이는 현실은 누군가와 너무 닮았다. 그렇게 몰아붙인다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음을 흥미롭게도 무한도전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페이소스를 담아내는 무한도전은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역설의 재미는 이번에도 통했다. 졸작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만 실패 속에 의미를 찾는 과장의 힘은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명수를 통해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 무한도전의 이번 특집은 역설적인 명작으로 평가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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