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회를 남기고 있다. 영은수 검사를 죽인 범인은 이 회장의 수행 비서인 우 실장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말 그대로 진범에 대한 수사는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시목은 이 모든 큰 그림을 이창준이 그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모든 것은 한 곳으로 흐른다;
이창준의 빅피처, 이윤범 일가 몰락을 위해 윤 과장 이용했다
윤 과장은 공항에서 검거되었다. 여권까지 가지고 있는 윤 과장은 그렇게 모든 범죄의 주범으로 인식되었다. 실제 그의 집에는 피가 잔뜩 묻은 옷까지 발견되었다.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시목은 이상하다. 이 모든 것을 윤 과장 홀로 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윤 과장이 박무성을 죽인 것은 명확하다. 그가 박무성을 죽이려 했던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6살 어린 아들이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평범했던 아침. 아들을 배웅하며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는 윤세원은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세원은 출근하는 길에 교통사고 소식을 뉴스로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사망한 그 사건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광버스 타이어가 폭발하며 유치원 차량을 덮쳐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단순해 보였던 그 사고에는 불량 가드레일이 있었다.
가드레일만 정상적이었다면 최소한 이런 대형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무마해준 인물이 바로 브로커 박무성이었다. 박무성이 중간에서 불량 가드레일을 무마 시켰다. 2년 전 검사장이었던 배상욱 의원이 박무성의 로비를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박무성을 죽이기 위해 1년 동안 준비를 했다고 했다. 아니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꼬박 보냈다. 회사까지 쉬면서 범인을 찾던 세원은 그렇게 모든 문제의 핵심에 서 있던 박무성을 제거하는 것이 최소한 아들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윤 과장은 시목의 취조 앞에 박무성을 죽인 것은 자신이라고 자백했다. 그리고 가영을 그렇게 전시한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박무성은 돈으로 김가영은 자신의 몸을 무기로 세상을 살아갔다. 둘 모두 똑 같다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이야기하지만 살인은 그저 살인일 뿐이다.
문제는 윤 과장은 자신이 영 검사를 죽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패턴의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세 사건 모두 윤 과장의 범죄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윤 과장은 앞선 두 사람에 대한 범죄는 상세하게 밝혔지만 영 검사는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을 수색하고 조사했던 경찰 측에서도 박무성과 김가영의 피를 윤 과장의 옷에서 발견했다. 하지만 영 검사의 피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윤 과장과 영 검사의 인과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경찰이 찾은 윤 과장의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처럼 황폐했다. 먼지가 가득하고, 언제 잤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침대, 오래된 커피 자국만 남겨진 커피 잔, 너무 말라버린 양말만 있는 그곳은 사람 사는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창준은 자신의 아내인 이연재를 딸이 있는 미국으로 보냈다. 배웅을 하다 창준은 연재에게 공직자 재산 공개와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800억을 이연재 이름의 재단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거액을 옮기고 아내를 미국으로 보낸 창준은 은행장을 자신의 공관으로 불렀다.
그 자리에서 창준은 자신의 장인이 이미 꼼수를 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아들을 대주주로 만들어 모든 돈을 그쪽으로 돌려 놓으려는 계획이었다. 창준은 여전히 허수아비였다. 자신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장인의 행동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부당한 방법으로 엄청난 돈을 모은 이윤범은 이창준이 사위로서 탐탁지 않았다. 고작 검사 정도로 자신이 벌인 일들을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 연재가 너무 사랑한 남자를 그저 버릴 수도 없었다. 강직했던 창준은 그렇게 연재와 연애를 하며 윤범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윤 과장과 이창준은 공범이다. 윤 과장이 박무성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 창준은 그에게 큰 그림을 그려주었다. 누구보다 박무성과 이윤범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창준은 단순히 박무성 하나를 무너트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악의 시작 점인 이윤범을 무너트리겠다는 그림을 제시했다.
철저하게 이윤범을 무너트리기 위해 긴 시간을 준비했던 창준. 박무성의 죽음은 그 시작이었다. 박무성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 당연하게 그 모든 것의 끝에 이윤범이 있다는 것이 밝혀질 수밖에 없다. 이를 노리고 시작한 일이지만 이윤범은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모든 것이 막힌 상황에서 김가영 사건은 언론이 이 사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가장 보수적인 성문일보를 통해 사건을 쟁점화 한 것 역시 내부 문제를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이 모든 것은 이윤범을 무너트리기 위한 이창준의 그림이었고, 아들의 복수를 꿈꾸었던 윤 과장이 실행한 사건이었다.
영은수 검사를 죽인 것은 윤 과장이 아니다. 이윤범의 수행 비서인 우병준 실장의 짓이었다. 영 검사를 김가영 집으로 유인하고 그곳에서 윤 과장 수법을 이용해 잔인하게 죽인 것은 바로 우 실장이었다. 윤 과장이 그날 공항으로 향한 것 역시 우 실장이 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창준에게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윤범의 약점을 얼마나 알고 있고, 세상에 알릴 수 있을까? 이창준이 쥐고 있는 패 중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일까? 윤 과장이 검거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이창준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위험을 무릎 쓰고 진행된 그 큰 그림은 이윤범으로 대표 되는 거악에 대한 처벌이다.
재벌과 정치, 검찰과 경찰 등 우리 사회의 모든 권력 집단이 총망라된 <비밀의 숲>은 그래서 섬뜩할 정도로 흥미롭다. 정교하게 짜여졌던 그 사건은 그렇게 조금씩 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재벌 이윤범으로 흘러가고 있는 그 도도한 물이 과연 썩은 권력을 씻어낼 수 있을까?
텅 빈 가슴을 공포가 채웠다. 아들이 잔인하게 죽은 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버지. 그 아버지의 분노가 만들어낸 범죄는 이해하면서도 안타깝기만 하다.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가 만든 필연적 사고의 희생자가 된 윤 과장은 그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라도 내가 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강렬하게 감정이입을 하게 한다.
한 번도 범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윤 과장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허탈해 하는 한여진의 모습 역시 이 드라마가 얼마나 세밀한지 알 수 있게 한다. 취조를 받던 윤 과장이 감정이 고조되며 눈물을 쏟아내는 과정. 과하지 않지만 그 아픔이 얼마나 깊은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 연기는 압권이었다.
시목의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하는 여진의 모습 역시 <비밀의 숲> 배우들이 얼마나 대단한 연기력을 가졌는지 잘 보여준다. 목 부위까지 빨갛게 변해 애써 눈물을 참으며 시목과 통화를 하는 여진의 감정이 절제된 연기는 시청자들을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비밀의 숲>은 이제 한 회 남았다. 범인의 윤곽이 드러났고, 정리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지막 이야기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윤범 일가는 과연 정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재벌의 몰락을 드라마에서는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정교하고 완벽한 이야기의 마지막 퍼즐은 이제 곧 시작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Drama 드라마이야기 > Korea Drama 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만난 세계-여진구 활용법도 존재하지 않는 밋밋한 이야기 (4) | 2017.08.03 |
---|---|
비밀의 숲 최종회-유재명을 통해 보여준 가장 합리적이고 영특했던 결말 (4) | 2017.07.31 |
다시 만난 세계-열일 하는 여진구 드러난 실제 범인의 정체 (1) | 2017.07.28 |
크리미널 마인드 첫 방송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게 다가왔다 (0) | 2017.07.27 |
조작 1, 2회-남궁민 기레기가 되어 사회 거악을 잡는다 (2) | 2017.07.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