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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뿌리깊은 나무 10회-가리온이 정기준이었다? 식상한 반전이 아쉽다

by 자이미 201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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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던 정기준의 정체가 가리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너무 드러내놓고 정기준은 가리온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제작진들은 의도적인 떡밥 투척이거나 나름의 반전 아닌 반전을 꾀했다고 볼 수 있지만 드러나는 과정에서 보인 언론 플레이는 아쉽기는 합니다.

세종을 죽이고 싶은 두 남자 똘복이와 가리온, 그래서 흥미롭다




윤제문이라는 존재감은 역시나 정기준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그리 대단한 반전이 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복선들을 강조하며 그가 정기준이라는 암시들을 끊임없이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드러날 대로 드러난 상황에서 제작진들이 행한 언론 플레이가 문제였던 듯합니다. 정기준의 정체에 대해서 함구라는 이야기가 4회 이상 시청자들에게 정기준 찾기에 몰두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리온이 정기준이다라는 정체 드러내기는 반전이라기보다는 식상함으로 다가옵니다. 

가리온이 채윤에 의해 무죄방면 되는 장면에서 다리를 절며 가는 그의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주며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식상하게 다가왔습니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반전의 고전이 되어버린 카이저 소제를 이 상황에서 대입시켰다는 것 자체가 진부하게 다가올 정도로 식상한 반전은 아쉽기만 합니다. 가리온이 정기준이라는 사실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또 한 번의 반전을 위한 속이기가 아니라면 그런 의문들은 완성도라는 측면에 대한 의문으로 넘어갈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반전 아닌 반전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뿌리깊은 나무>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드러난 얼개로 봤을 때 윤제문이 연기하는 가리온이 무게감이라는 측면에서 정기준이어도 무방한 상황이었기에 반전이 없었다 해도 극의 흐름상 재미는 이제부터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리온이 밀본의 3대 본원인 정기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 역시 단순했지만 흥미로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남사철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를 통해 가리온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 흥미로웠습니다. 

가리온을 범인으로 몰아가며 세종의 어명을 받들기 싫어하는 남사철로 인해 위기에 봉착한 밀본이 이신적에게 '가리온을 구하라'라는 밀명을 내리는 과정 등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종 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신적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이후 진행되는 반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가리온이 정체를 드러내는 것보다 흥미로웠습니다.
  
가리온이 정기준이라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공개됨으로서 이들의 관계들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가리온이 위기에 빠져있었음에도 세종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는 가리온을 더욱 신임하게 됩니다. 소이를 통해 가리온에게 한글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일임한 존재가 가장 큰 적인 '밀본'의 3대 본원인 정기준이라는 사실은 짜릿할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진정한 왕으로서 자리할 수 있게 했던 존재는 똘복이었습니다. 아버지인 태종과는 다른 왕이 되고자 했던 세종에게 길을 알려준 존재가 똘복이였지만, 그런 똘복이는 자신에게 칼을 겨누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복수심으로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그를 바라보며 새롭게 마음을 다잡게 되는 세종의 모습을 보면, 이 작품에서 가장 외롭고 힘겨우며 불쌍한 존재는 세종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글을 반포하기 위한 마지막 점검을 가리온에 맡긴 세종은 그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능력에 반해있습니다. 그가 비록 최하층인 백정이라는 신분이지만 가장 가까운 곳까지 불러들여 어명을 내리는 모습은 대단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 가리온 역시 어긋난 공명심과 자기위주의 사명감만 가진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대부들을 규합하고 이런 힘을 통해 반란을 준비하는 그가 과연 무엇을 위해 그런 일을 하는지가 모호해집니다. 단순히 아버지와 백부에 대한 복수심에서 세종에 대한 반란을 준비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함인지가 모호합니다.

백성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세종과는 달리, 사대부들의 권력을 강화하고 왕권을 약화시켜 그들의 정치력을 높여 기득권 세력으로서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반란이라면 쉽게 호응하거나 납득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가리온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세종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그의 행동을 보면 모순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세종이나 가리온, 채윤 등이 꿈꾸는 세상은 동일합니다. 권력을 가진 소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정치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같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막연한 왕이라는 지위에 대한 부당함에 대한 반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계급인 백정으로 살아가던 가리온이 사대부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반론을 도모한다면 이 역시 모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신분제도가 뚜렷한 사회에서 백정의 역할을 도모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거짓된 본심만 가득한 가리온에 대한 응원을 보낼 이는 이제 없을 테니 말입니다.

가리온이 세종의 어명을 받고 일을 하고 있음에도 세종을 무너트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점과는 달리, 채윤의 경우는 세종이 진정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것이 왕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무조건 원수가 되었던 존재. 그 존재에 대한 복수심만이 있을 뿐 세종에 대한 지식이 미미한 것이 채윤이라는 점에서 이후 급반전을 이룰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더욱 아버지의 유서를 정기준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밀본의 정체를 밝히려는 채윤과 방어하려는 가리온간의 대립 구도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런 대립 구도는 무휼과 그를 시기하는 심종수, 그리고 절대 강자인 이방지에 이르러 화려한 무술 경연이 예고되고 있어 박진감 넘치는 재미로 다가올 듯합니다.

가리온이 정기준이라는 사실을 소이는 알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소이가 고이 간직하고 있는 복주머니는 바로 정기준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유서가 담긴 복주머니와 밀본지서가 바뀌면서 복주머니의 주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었을 것은 자명합니다. 그럼에도 어떤 이유로 소이에게 복주머니가 전해졌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리온과 소이의 관계는 의문으로 다가옵니다.  

자신이 가장 증오하던 임금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한글 반포에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정기준. 증오의 대상인지도 모른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기 시작하는 세종. 이들 사이에서 복주머니를 찾고자 하는 채윤의 노력과 자신이 알고 있는 소이가 바로 어린 시절 그녀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시점 드라마는 비로서 절정에 올라서게 될 것입니다. 정기준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는 것은 <뿌리깊은 나무>가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과연 그들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들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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