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미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프랑스로 떠나버린 정선과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현수는 그렇게 완전히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썸만 타다 사랑에 이르지 못한 그들은 시간이 흐른 후 본격적인 사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감독 교체해주세요;
엇갈린 현수와 정선의 사랑, 힘들었던 만큼 신중하게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피하려고 해도 운명은 쉽게 피하기 어렵다. 어떻게든 만나야 하는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운명이니 말이다. 어느 한 쪽은 대비도 하지 못한 이별을 한 후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영원한 이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들은 다시 만났다.
최악의 상황에서 정선을 보자마자 도망치기 시작한 현수. 정선은 그렇게 여전히 그녀 곁에 있었다. 현수는 알지 못했지만 정선은 꾸준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비록 잘못된 정보지만 말이다. 비록 이별 아닌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정선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현수가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고 다른 사람을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게 미련이라는 단어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선에게는 그게 곧 사랑이다.
현수는 원하던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첫 드라마가 시작되며 진정한 작가로 발을 떼기 시작했지만, 자기 멋대로인 감독으로 인해 고통만 심해진다. 마음대로 대본을 바꾸고 작가를 무시하는 감독으로 인해 마음 고생은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로서 호된 신고식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선을 만났다. 좋은 모습으로 만나고 싶었던 남자를 하필 촬영 현장에서 최악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던 상황에서 만났다. 이건 아니다 싶어 순간 뛰어 현장을 벗어났던 현수로서는 그래도 반가웠다. 정선이 셰프로 있는 '굿 스프' 앞에서도 현수는 반가웠다.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 알지 못하는 정우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남녀가 썸을 타던 그리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으니 말이다. 너무 좋은 두 사람이 사실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 그리고 현수에게 프러포즈까지 했던 정우는 모두가 선망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현수에게 정우는 남자로 다가오지 않았다. 모든 것을 갖췄다고 사랑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현수의 마음을 흔들었던 정선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그게 사랑이었다.
현수를 누구보다 좋아했던 홍아는 사실 그녀를 증오하고 있다. 작가가 되기 위해 같이 시작했던 두 사람은 상황은 달랐지만 절친이 되었다. 홍아는 인간적으로 현수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어떤 측면에서든 넘어서는 순간 그녀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랑을 해주고 친하게 지내주는 것이지, 상대가 나를 능가하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홍아라는 인물이니 말이다. 먼저 작가가 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정선마저 현수를 좋아하게 되자 홍아의 이런 생각들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간질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정선과 현수를 멀게 만들려 노력했지만, 그 노력은 무의미하다. 아무리 감추려 하고 거짓으로 상황을 흔들어 놓아도 변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진짜 사랑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홍아는 절대 알 수 없었다.
정선을 다시 보는 순간 현수는 더는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정선을 찾아간 현수는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며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수의 생각과 달리, 정선은 제안을 받아주지 않았다. 현수는 정선이 이런 태도를 보일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
정선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 사랑이라는 감정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을 것이다. 후회하고 아파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했다. 누군가에게 고백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정선의 말과 모든 말을 들어주는 남자 믿지 말라는 정선은 그렇게 냉정해지고 싶었다.
물론 '굿 스프'가 위기인 상황에서 당장 일이 중요했다. 그렇게 냉정하게 현수의 제안을 거절한 정선은 어쩌면 과거 현수가 했던 방식으로 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리고 그 고백의 힘겨움을 조금은 느끼게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확실히 거절하지 않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현수. 그런 현수를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정선. 그들은 그렇게 새롭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감정은 다시 타오를 수밖에 없는 일이니 말이다. 변수로 내재되어 있던 홍아는 구체적인 방식으로 현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늦었지만 방송사 공모에 합격하게 된 홍아는 정우를 찾아가고, 정선에게 보다 당당하게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자기 확신만 있는 홍아에게 정우와 정선이라는 남자는 너무 멀고 힘든 존재일 수밖에 없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진짜 사랑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제멋대로 신인 작가를 악용하는 감독을 현수는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자신과 상의도 없이 다른 작가를 붙여 대본을 쓰는 이 한심한 작태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CP가 있는 자리에서 현수는 감독을 교체해 달라 요구했다. 감독만이 작가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역시 감독을 교체시킬 수 있는 권리는 존재한다. 그 선택은 결국 그 윗선이 결정할 문제지만 말이다.
통쾌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낸 현수. 오직 현수만 바라보는 정우와 애써 자존심을 세웠지만 그 사랑이라는 불씨가 그렇게 다시 심하게 타오를 것이라 상상도 못했던 정선. 그들의 관계 속으로 들어서고 싶어하는 홍아까지 얽힌 사랑은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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