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량도에서 이어진 두 번의 이야기가 끝났다. 4계절을 보낸 득량도의 삼시세끼는 이제 끝이다. 다음 여정지가 어디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삼시세끼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루 세끼를 해 먹는 너무 단순히 형식이 즐거울 수 있을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삼시세끼는 가고 알쓸신잡2는 오고;
에릭의 요리 성찬과 다양한 게스트가 함께 한 득량도, 새로운 멤버와 함께 하는 알쓸신잡2
바다목장을 운영한 득량도는 풍성했다. 뭐든지 풍성했던 여름 바다는 그만큼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낚시로 만나기 어렵다는 돔을 연이어 잡아낸 득량도는 이름처럼 풍성한 곳이었다. 매일 잡히는 문어로 인해 처치곤란이 될 정도였던 득량도는 만재도와는 달랐다.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의 마지막은 감독판이었다. 방송에서 다 나올 수 없었던 뒷이야기와 수없이 만들어진 다양한 음식들의 향연이었다. 에릭의 요리가 빛이 나는 순간들이었다. 득량도에서 첫 에릭은 요리는 잘 하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굼뜬 요리사였다.
화가 나다가도 음식 맛을 보는 순간 행복해지는 일의 반복은 에릭을 특징 지었다. 조금 더디지만 맛은 인정받은 에릭이 두 번째 득량도에서는 시간 단축이라는 엄청난 기술을 획득한 채 왔다. 그렇게 시작된 득량도에서 에릭의 요리는 경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일식, 한식, 양식 모두를 섭렵해 수많은 요리들을 만들어낸 에릭으로 인해 득량도의 삼시세끼는 언제나 풍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에릭의 극한의 능력은 결과적으로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의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화덕이 존재한다는 것은 밀가루를 언제나 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다. 여기에 냉장고는 신선한 재료를 언제나 비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리를 하는 이들에게는 필수다. 그리고 어렵게 획득했었던 고기들이 풍성했다. 요리 재료에 대한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며 풍성함을 가질 수는 있었지만, 간절함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득량도는 말 그대로 에릭이 하고 싶은 요리를 모두 할 수 있도록 지원한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다양한 메뉴들이 등장하고 풍성하게 밥상은 차려질 수 있었다. 득량도에서 함께 하는 형제들은 언제나 만찬이었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요리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모습들에 흥분해야 했다.
일부에서 쿡방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에릭의 요리에만 집중하게 된 것은 제작진들의 선택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에릭이 그렇게 많은 요리를 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에릭의 뛰어난 요리는 결국 두 번째 득량도를 그를 위한 쿡방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 이미 방향을 정했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에릭의 요리가 없었다면 기괴한 득량도가 될 수도 있었다. 이서진만 원년멤버였지 에릭과 균상은 득량도에서 처음 만났다는 점에서 서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친근해졌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란 확신을 주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푼수끼가 있었던 택연과 뭔가 부족했던 광규의 부족함이 주는 자연스러움에 에릭과 균상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다. 앞선 이들이 촌스럽다는 느낌이라면 이들은 도회적이었다. 그만큼 거리감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다. 심리적 거리감은 어쩌면 그만큼 오랜 시간 이어온 시리즈라는 점에서 비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방송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어촌편의 원조인 차승원과 유해진 조합을 떠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요리 잘하는 차승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적 구성까지 유사하다. 큰 차이는 차승원과 유해진이 만들어내는 케미의 재미다. 이는 누구도 흉내 낼수 없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즐거워한 이유는 단순히 삼시세끼를 해 먹는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눈빛만 봐도 알아서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이들이 보여주는 궁합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으니 말이다. 준비해서 만들어낼 수 없는 즉흥적인 만담에 가까운 그들의 분위기 만들기는 예능으로서 재미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완벽해 보였지만 뭔지 모를 아쉬움이 강하게 들었던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은 차승원과 유해진과 같은 조합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노동은 축소되고 요리에만 집중된 이번 이야기는 초심을 많이 언급한다. 과거 부족함에서 주는 간절함과 그 속에서 담겨질 수밖에 없는 재미가 풍성함이 모두 가져가 버렸으니 말이다.
아재들의 지식 여행기인 <알쓸신잡2>가 새롭게 전열을 구축했다. 김영하 작가와 정재승 박사는 이번 시즌 2에서는 빠졌다. 각자의 일이 바빠 합류하지 못한 그 자리에 건축학 교수 유현준과 뇌과학자 장동선이 합류한다. 두 출연자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평가 받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두 교수 모두 이미 CJ 계열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유려한 말솜씨에 깊은 지식을 활용한 모습은 화제였다. 건축과 뇌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들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여행하는 과정에서 건축은 중요한 요소다. 어느 곳을 가든 건축물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건축은 단순하게 지어진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유명한 뇌과학자가 풀어놓는 인간 본연에 대한 이야기는 이들의 여행에 깊이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시즌1 멤버와 달라지기는 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들이 합류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삼시세끼>가 가고 이제 <알쓸신잡>이 돌아온다. 같은 여행이지만 지향점이 다른 이들 이야기가 어떤 재미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아재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시즌 1보다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다 다채로워질 이들의 여행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담아낼지 궁금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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