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5개월 동안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와 과도한 언론 보도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고소 고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5개월 동안 그 어떤 수사도 받지 않았다. 기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사건의 본질은 특권이 만든 특혜 논란임에도 엄청난 온도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MBC <스트레이트>는 세 번째 특집 기사로 나경원 자녀 비리를 추적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안들이기도 하지만, 취재 과정을 통해 드러난 나 의원의 거짓말과 억지 주장, 그리고 IEEE에서 본격적으로 나 의원 아들 포스터 논란에 대한 의견을 정리 중이라는 사실도 반갑게 다가온다.
IEEE 측에서는 나 의원 아들 포스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는 너무 당연하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를 통해 예일대 합격을 했다면 부정을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니 말이다. 문제의 포스터는 서울대 윤현진 교수팀에서 작성되었지만, 나 의원 아들의 몫이 되어 예일대 입학 프리패스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IEEE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보인다. 소속 회원들과 석학 회원들 모두 동일하다. 최고라 자부하는 석사급 이상의 전문가들이 매년 논문을 작성해 IEEE에 제출하지만 채택되는 경우는 50%가 안 된다고 한다.
1년 혹은 6개월 이상의 연구 결과 통과율이 그렇다. 그런 자리에 고등학생의 논문이 채택되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만든 결과라면 당연히 대단한 성과다. IEEE 관계자가 취재진과 처음 만나 고교생 논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천재'냐고 묻는 것에 답이 있었다.
서울대는 여전히 윤현진 교수의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윤리위에서 징계도 내리지 않은 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윤 교수는 논란이 커진 직후 KBS와 인터뷰에서 나 의원 아들이 직접 논문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론 논란이 커지자 이후 전혀 다른 발언을 하고 있는 윤 교수는 이미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자체 표절을 하고, 고등학생 신분을 서울대 대학원생이라 속여서 IEEE에 출품한 포스터. 나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포스터는 논문이 아니라는 희한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나 의원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IEEE는 규격을 정해 포스터를 받는다. 그 포스터는 논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논문은 대학 졸업 논문 정도로만 생각한다. 나 의원은 이런 편견을 등에 업고 거짓말로 논점을 흐리려 했던 것이다. 아무나 선택되지도 않은 논문으로 인정받는 포스터를 고등학생 수준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나 의원의 행태를 보라.
나 의원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나 의원이 그런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 노트가 존재하고, 이는 30년 동안 보관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 연구 노트를 보면 윤 교수 팀의 연구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 의원 아들 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연구 노트만 제출하고 이를 분석하면 모든 논란은 끝나지만 윤 교수는 그렇지 않고 있다. 실험 노트도 존재하지만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사안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이 정도 논란이 일었고, 그들이 정정당당했다면 반격하면 정리될 일이다. 그럼에도 나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레닌과 같은 방식으로 좌파들이 '거짓말'을 하며 자신을 공격한다고 했다.
절대다수 국민들은 나 의원이 레닌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뻔한 거짓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알겠다. 이미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게 된 현실 속에서 거짓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아들 문제 이전에 딸 문제는 심각했다. 성신여대 입학 과정부터 문제였던 나 의원 딸 논란은 성신여대 국제교류처장이 보낸 이메일로 인해 더욱 처참함으로 다가온다. 2015년 위스콘신대에 있는 한국인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은 충격 그 자체였다.
국제교류처장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 나 의원 딸을 받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한다. 토플 점수도 없지만 대학이 받아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그 아이가 나경원 의원 딸이라는 문장까지 작성한 것은 청탁 협박이나 다름없다. 나 의원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특별 입학 규정을 만들고, 나 의원 딸을 위해 '장애 학생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해당 연도에만 진행한 성신여대의 행태가 정상일 수는 없다.
스페셜 올림픽 코리아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조건이나 능력도 되지 않는 나 의원 딸이 임원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 어떤 원칙도 필요하지는 않았다. 나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아들 딸에게 스펙을 쌓는 기회를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친인척과 남편의 상사 딸까지 SOK를 활용했다.
심각한 비리 상황에서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던 검찰이 이제 조금씩 수사를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부터 무수히 고발을 해왔음에도 수사를 하지 않고 버티던 검찰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조 전 장관 가족에게 행했던 방식으로 나 의원 자녀 논란을 수사했다면 이미 모든 논란은 끝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입학 비리와 취업 비리, 여기에 논문 표절과 거짓말 등 말 그대로 비리 종합 선물세트 같은 나 의원 사건은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나 의원의 거짓말로 예일대 마빈 천 교수는 피해다니기 급급하고, 다시 학장은 마빈 천이 아니라는 황당한 발언을 할 뿐이다. 증명도 하지 못하는 거짓말이 늘어간다는 것은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대와 예일대라는 두 국가의 명문대가 얽힌 희대의 사건은 결국 큰 파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SOK를 나 의원을 위한 사조직으로 만든 사안 역시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딸에게 세습하려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다. 장애인 조직을 자식들과 친인척들의 스펙 쌓기로 만들고, 측근들의 자리를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는 사실 역시 경악스럽다. 나 의원은 SOK에서 완전히 발을 빼야 한다.
서울대의 어설픈 침묵, 예일대의 당황스러운 외면, 성신여대의 분노는 우리 사회 부조리의 끝판왕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레닌을 앞장세워 공격하지만 자신이 레닌의 말을 섬기고 따르는 이 기괴한 현실 속에서 진실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 늦어도 5월 안에는 IEEE에서 최종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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