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작으로 준비된 <쓰리데이즈>가 이제 마지막 한 회를 남겨두었습니다. 16년 전 양진리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사건을 다시 재현하려는 김도진 회장의 도발. 그런 도발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막으려는 대통령의 모습은 이제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무한 책임감의 결과였습니다.
자본권력 광기의 끝이 보인다;
대통령의 자세, 현실에는 없는 자신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책임감
16년 전 자신의 제안으로 시작된 양진리 사태는 의도하지 않은 인명사고까지 이어졌습니다. 보다 큰 이득을 보기 위한 김도진 회장의 도발로 인해 거대한 인명사고까지 일어난 이 사건은 결국 지독한 고통으로 새겨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이동휘 대통령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대통령 직을 내놓고 양진리 위령탑으로 향했습니다.
양진리 위령탑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동휘 대통령의 모습에는 그 진심이 강렬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동휘 대통령의 추모는 편하게 이어질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탐욕을 방해하는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용병들까지 투입시켜 전쟁을 시작한 김도진 회장의 행동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특검을 피습하고 도피를 감행한 김 회장은 자신들의 용병을 앞세워 대통령을 저격하는 초유의 도발을 시작했습니다. 스와트 팀과 경호관들이 대통령을 보호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김도진 회장의 용병들로 인해 위령탑은 피투성이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많은 희생으로 인해 겨우 대통령은 현장을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악랄한 그들의 추격은 그곳에서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 암살이 지상과제인 김도진 일당과 무조건 대통령을 구해야만 하는 경호관들의 대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비상대피처로 향하느냐 아니면 제 3의 장소로 향하느냐는 결국 현장 요원들의 선택이었고, 이런 그들을 뒤늦게 도착해 찾아가는 한태경의 활약 역시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목숨보다는 VIP의 안전이 최우선인 경호관들이 처참하게 숨져 있는 현장에서 한태경은 실종된 VIP를 찾기 시작합니다. 비상대피소로 향한 한태경은 그곳에서 CP장을 만나지만 그가 이미 김도진 회장의 조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CP장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한태경은 총을 앞세워 추격하는 김도진 용병을 치해 대통령을 찾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양진리에서 다시 시작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16년 전과 다름없이 일방적으로 학살 수준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미 군수업체인 팔콘과 김도진 회장이 하나가 되어 탐욕을 위해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더니, 이번에는 대통령 암살만이 아니라, 양진리 전체를 폭발하려는 잔인한 계획까지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김도진은 양진리로 향하며 폭탄 트럭을 이미 전날 그곳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그가 팔콘과 통화를 하면서 마지막 시나리오를 시행하라는 지시는 바로 양진리 폭파 사건이었던 셈입니다. 양진리 위령탑에 조문을 가는 대통령의 행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김도진은 그곳을 마지막 무덤으로 삼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입니다.
대통령을 안전하게 보호 하며 피신시키는 경호본부장 김상희와 사라진 대통령을 찾아가는 한태경.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대통령을 먼저 찾아야 하는 김도진과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군대까지 합세한 양진리의 현장은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거대한 돈의 힘으로 청와대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자신의 사람을 심어 놓은 김도진은 이런 돈이 만든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대통령 암살에 주력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혹시나 다시 인명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양진리 마을로 들어서지 않으려는 대통령을 위해 경호관들은 아무도 없는 초등학교로 향합니다. 그리고 청와대에 현재 위치와 상황을 보고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김도진 일행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자신들에 이롭게 작용할 뿐이었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현장으로 향한 김도진 패들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경호관들을 사살합니다. 그 와중에도 대통령만은 보호하려는 그들의 희생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대통령을 보호하던 본부장은 홀로 남아 대통령을 피신시키려다 사망하고 맙니다. 뒤늦게 도착해 본부장을 발견한 한태경은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대통령을 보호해"라는 그의 말에 울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목숨보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대통령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들의 사명감은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에 충실한 그들에게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권력의 헤게모니와 타락한 도덕심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침몰로 드러난 현 정권의 부도덕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거대함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책임을 져야하는 직위의 권력자들은 모두 자신에게 불통이 떨어지지 않기를 원하고 피하기에만 급급할 뿐입니다. 진심어린 사과하나 하는 이가 없는 정치권. 그리고 부당함에 젖어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하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한심한 공권력은 처참함으로 다가올 정도입니다. 만약 그들이 <쓰리데이즈>에 나오는 경호관들 같은 책임감이 반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허망한 현실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자비한 죽음에서 겨우 피한 대통령은 양진리 주민의 도움으로 무사히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주민은 16년 전 무장공비의 총탄에 맞아 숨진 택시기사의 부인이었습니다. 한 눈에 자신 앞에 있던 이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안 그녀는 오히려 대통령에게 감사했습니다. 자신의 남편과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이 있는 대통령에게 그녀가 감사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솔직하게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었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감추고 부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사실 앞에 당당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그런 진정성은 곧 피해자 가족에게도 그대로 전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모든 피해자 가족이 이 여성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진정성은 통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잘못에 대해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요즘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수장된 끔찍한 사고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동조하고, 외면했던 어른들은 모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외치기만 합니다. 그저 남들 탓만 한 채 아이들의 숨져가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는 현실은 그래서 끔찍하기만 합니다. <쓰리데이즈>의 이동휘 대통령의 분노와 눈물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대단하게 다가오는 것은 너무 다른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현실의 부도덕함과 강렬하게 비교되는 드라마 속 대통령의 강직함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더욱 아프게 할 뿐입니다. 자신의 책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심어린 사죄를 하는 책임자와 오직 면피를 위해 타자화법을 통해 타인의 잘못만 강조하는 현실 속에서 이 강렬한 괴리감은 우리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입니다.
자본 권력의 상징인 김도진의 광기는 양진리에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폭탄들과 그런 폭탄 앞에서 절규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마지막 회가 어떻게 될지 더욱 궁금하게 합니다.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면서도 탁월한 방식으로 대통령을 찾아가는 박유천이 마지막 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됩니다.
극중 대통령 역을 연기하는 손현주의 분노와 눈물이 서럽게 다가온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 보여 지고 있는 지독한 분노가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나 다른 드라마와 현실의 간극 속에서 우리의 바람은 모두가 손현주 같은 대통령을 다시 만나기를 원할 것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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