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 방송 말미에 쓱 밀고 들어온 러브라인은 중요한 테마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청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러브라인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뜬금없고, 개연성도 부족해 보이는 급격한 러브라인은 독이 되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법부가 한몸이 되어 온갖 패악질을 가하고, 이에 맞서는 고졸 출신 변호사의 정의 구현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지만, 첫 회를 제외하고 흔들리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을 이끌고 사건 해결에 나서는 형식 역시 유명한 미드와 궤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유명 미드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오마주에 가깝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열애 모드가 가동되며 기묘하게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뜬금없지만 훅 빠져들어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진 오수재의 감정선도 이상하기만 합니다.
과거 자신이 도왔던 청년이란 사실은 모르면서 그저 훅 하고 들어온 감정에 빠져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은 결과적으로 오수재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렵게 합니다. 여기에 연기 못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 것도 문제입니다.
사건은 제법 흥미롭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형식에 부합해 매력적입니다. 거악들이 정치와 경제, 사법을 주무르는 존재들이라는 점도 이 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그런 자들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 고졸 여자 변호사라는 설정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죠.
더욱 옥상에서 추락한 여성이 임신 중이었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며, 진범 찾기에 집중하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사망한 술집 여자 박소영을 수재가 만난 것부터 철저하게 짜인 작전이었습니다.
박소영이 근무했던 곳은 한 회장이 실질적인 주인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곳의 VVIP들이 바로 한 회장과 최 회장, 그리고 이 의원이었습니다. 이들 모두 박소영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셋 중 하나가 아이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흥미요소였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듯이 이들이 사실 서로의 욕망에만 집착하는 인물들이라는 점도 현실적입니다. 그런 그들이 결국 자멸하듯 서로를 공격할 수밖에 없고, 그런 자중지란을 이끄는 인물이 오수재라는 점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함께 한다는 설정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정교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지느냐가 관건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이 드라마를 점점 싸구려로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그저 오수재만 존재하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죠.
서현진이 연기하는 오수재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은 충분합니다. 첫 회 방송 후 많은 이들이 호평을 쏟아낸 것도 서현진의 연기에 대한 찬사였습니다. 그리고 오수재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흥미로운 존재라는 점에서 기대 역시 컸습니다.
10대 로펌 중 하나에서 여성 최초로 대표 변호사가 되는 순간 나락에 빠진 오수재가 로스쿨 교수로 향하게 된 것은 추락입니다.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이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성공하는 설정은 기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삶을 살았던 로스쿨 학생들과 함께 한다는 설정도 익숙하지만 흥미롭습니다.
경찰 출신과 로펌 사무직원 출신, 아이돌 출신, 수재가 근무하던 로펌 회장의 아들, 그리고 수재가 첫 변호를 맡았던 살인 용의자까지 로스쿨에서 만난 이들의 면면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는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런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증거들을 모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 등이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지만 전개 과정도 좋은 드라마가 가지는 긴장감과 몰입도를 가지지 못한 연출이라는 점에서 한심스럽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공찬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과한 무게 역시 부담스럽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사랑고백하고 손을 잡고, 그런 공찬에게 갑작스럽게 키스를 하는 오수재는 그렇게 사랑에 빠집니다. 그 과정이 전체적인 흐름과 너무 달라 기괴함으로 다가올 정도입니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깨는 오수재와 공찬의 러브라인은 과연 무엇을 위한 설정인지 기묘합니다. 과거 인연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설정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사건은 전개되고 흐름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갈길을 잃어버린 듯한 오수재의 러브라인은 본질을 흐리는 듯한 느낌만 듭니다. 그리고 오수재 어머니와 남자 형제들의 모습 역시 곁가지 같은 존재감으로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게 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할 이야기가 LP판에서 바늘이 튀듯, 집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몰입도를 깨는 연출이나 러브라인 등 도대체 이 드라마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소재로 출발했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듯한 작가와 연출자,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뭐하나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왜 오수재인가'는 왜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지 알 수 없게 합니다. 얼마 전 종영한 '나의 해방일지'가 보여준 그 완벽함은 결국 다른 드라마의 한계만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게 하는 듯합니다.
항상 좋은 연기와 안목으로 사랑받았던 서현진이지만 이번 작품은 다른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무너트리고 흔들기 위해 노력하는 제작진들의 노고로 인해 서현진의 오수재는 왜 자신이 오수재인지 스스로 묻게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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