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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유 퀴즈 온 더 블럭-김태호 나영석 피디가 들려준 방송 이야기

by 자이미 2019.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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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기들이 떠난 곳은 상암이었다. 방송사들이 다 모인 그곳은 당연하게 방송일에 종사하는 이들과 만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다양한 이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관심을 모은 것은 어쩔 수 없이 김태호 피디와 나영석 피디였다. 현재도 최고라고 불리는 예능 피디다.

 

방송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높다. 물론 과거처럼 신비함이 가득한 공간이 아닌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그런 동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를 듯도 하다. 1인 미디어가 일상이 되면서 나도 피디가 되고 배우, 아나운서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방송사는 가장 힘든 도전 속에 놓여 있다. 모두가 기자가 되는 시대가 되면서 기성 언론들이 위기를 맞았듯, 방송도 1인 미디어가 담당하는 시대가 되면서 방송사도 위기에 처했다. 이런 격변기에서 방송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흥미로웠다. 

 

조연출과 드라마 연출 등 방송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존재들인 그들이 생각하는 방송의 현실. 다른 이들이 느끼는 감정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른 직업들과 비교해 개인 시간이 적은 방송 현장은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정시 출근과 퇴근이 지켜질 수 없는 산업 현장이 바로 방송이니 말이다.

 

방송국이라고 대단할 수는 없다. 연예인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들은 녹화 현장에 있지, 방송국에 상주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김수현과 같은 피디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피디의 발언 속에 피상적으로 느끼는 방송사와 현실은 다르단 사실도 깨닫게 한다. 단순한 비유로 말이다. 

 

오늘 방송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한 프로그램에 김태호 나영석 피디가 동시에 나왔다는 것이다. 김태호 피디는 전화 통화만 하고 나영석 피디는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차이는 있다. 하지만 최고의 스타 피디 둘이 한 프로그램에 같이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형은 처음에는 힘들다고 해도 사람들의 호응이 좋으면 시작은 까맣게 잊고 기분 좋아하더라. 연탄 같은 삶을 살지 않나. 성냥처럼, 연탄처럼 나를 태워 남을 기쁘게 한다"

 

김태호 피디와 전화 통화를 한 유재석은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도전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 관련해 김 피디는 현답을 내놨다. 유재석은 뭐를 줘도 사람들 호응이 좋으면 시작은 잊고 기분 좋아한다고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대중들이 좋아하면 행복해한다는 유재석은 말 그대로 진짜 방송인이다. 성냥이나 연탄처럼 자신을 태워 남을 기쁘게 해준다는 이 표현은 참 좋다. 자신을 하얗게 태워 타인들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갑작스럽게 아이돌이 탄생해 바쁘다며 섭외 과정을 이야기하는 김태호 피디는 "나에게 영향을 준 대중문화 스타가 있냐?"는 질문에 바로 유재석이라고 밝혔다. 더 노골적으로 유재석이 있는 예능과 없는 예능만 있다는 김 피디의 발언은 그저 하는 립 서비스는 아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대중문화 스타에 대한 질문에도 유재석만 이야기하는 김태호 피디에게 그는 특별한 존재다. <무한도전>을 마치고 새롭게 <놀면 뭐하니?>를 하면서 그의 의지는 더욱 명확해졌다. 그런 점에서 김 피디는 솔직하게 인터뷰에 응한 셈이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상암 tvN 건물로 들어온 유재석과 조세호는 나영석 PD와도 만났다. 대어를 낚았다며 좋아하는 유재석과 나영석 피디는 오래 전부터 잘 알던 사이다. 조연출을 하던 시절 자주 봤으니 말이다. 다만 나 피디가 메인이 되면서 단 한 번도 함께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한도전>의 그늘이 너무 큰 탓도 있다. 

 

KBS를 떠나 tvN으로 옮긴 그는 <꽃보다 할배>가 탄생한 계기를 솔직하게 밝혔다. 여행 예능을 피하고 싶었지만, 두려워 다시 잘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국내 여행은 많이 했으니 해외를 생각했고, 이럴 경우 누구와 함께 하면 가장 행복할까? 생각하고 나온 결과물이 바로 할배들의 세계 여행이었다. 

 

나 피디는 의외로 솔직하게 소신을 밝혔다. 예능을 만드는 것에 첫 조건은 시청률이라고 밝혔다. 시청률이 낮게 나오면 당연히 프로그램은 사라진다. 수많은 이들이 함께 노력해 만들었는데 시청률이 낮아 사라진다면 그보다 처참한 일은 없으니 말이다.

 

40억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연봉이 아닌 그동안 성과급의 개념이었다. 엄청난 수익과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준 나영석 피디에게 그 금액은 사실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태호 피디에게 했던 나에게 영향을 준 대중문화 스타와 관한 질문에 강호동이라고 답했다.

성향이 달라 친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한 연예인이다. <1박2일>부터 시작해 <신서유기>까지 많은 프로그램을 강호동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모든 과정을 다 알고 있는 나 피디는 노란색 옷을 입고 코끼리 코를 하는 강호동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대단한 사람이 대단해보였는데 이제 오랫동안 꾸준한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

 

나영석 피디가 강호동을 보면서 느낀 이 감정 역시 솔직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한순간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꾸준하게 하는 것은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꾸준한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는 나 피디의 발언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김태호 나영석 피디가 나온다고 특별한 비책 같은 것들이 나올 수는 없다. 이들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홍보하고 애틋함을 보였다. 특별한 비법이 아닌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최적화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그 능력은 분명 이들을 최고로 만들었다. 그 과정이 힘들었지만, 소위 시청률로 능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도전이기도 하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찾은 상암동도 흥미로웠다. 고물상 아저씨의 흥겨운 춤도, 화가 많다며 환하게 웃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그리고 꿈꾸던 방송국 사람이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방송국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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