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테네리페 섬에 위치한 작은 마을 가라치코에 차려진 윤식당은 아름다웠다. 이국적이면서도 아담하고 아름다웠던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그들을 위해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서로 소통하는 그 모든 과정이 <윤식당2>의 가치였다. 한식을 알렸다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차오 가라치코 그라씨아스 가라치코;
윤식당 마지막 영업, 여행객들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행복했던 시간들
지역 신문인 엘 디아 신문에 '윤식당'에 대한 기사가 나오며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날은 마지막 영업 일이고 이를 아쉬워하는 이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라치코에 사는 많은 이들은 평생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어쩌면 갈 수도 없는 한국, 그리고 그곳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일 수밖에 없다.
도전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서 낯선 경험을 통해 추억을 만들려는 이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다. 언제 맛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열린 마음도 좋았던 가라치코였다.
마지막 날이라는 점에서 다른 날과 크게 다를 바 없던 그 날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예약을 한 손님들, 그리고 신문을 읽고 뒤늦게 찾은 손님들로 인해 정신 없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영업 시작과 함께 야외와 홀이 가득 차고 그렇게 만들어진 한식들은 가라치코 주민들과 함께 좋은 추억이 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추억을 나누기 위해 모인 가라치코 주민들의 모습은 그래서 반가웠다. 10일 동안의 촬영. 그 짧은 시간 동안 그곳에 거주하며 그들과 함께 했던 '윤식당' 식구들에게도 그 모든 것은 큰 의미와 가치로 다가왔을 것 같다.
서양인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음식이지만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었다. 입맛에 안 맞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그들의 입맛에 맞을 수 있는 양념의 조화는 좋은 평가를 이끌 수 있었다. 정식 영업 전 마을 주민을 상대로 음식 평가를 하던 상황을 보면 명확하다.
윤여정은 최대한 밋밋한 자연 그대로 맛을 좋아했다. 그렇게 내놓은 비빔밥은 현지인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줄 수 없었다. 보다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짜고 단 맛을 좋아하는 서양인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맛은 고문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원래 레시피 대로 바꾸며 현지인들은 엄지척을 하기 시작했다.
서양 음식들을 보면 의외로 짜고 달다.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너무 짜서 먹기 힘든 음식들도 즐비하다. 한국인들이 너무 짜고 달게 먹는다고 지적하지만, 사실 서양인들의 음식들은 우리도 쉽게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지인들 입맛에 맞춘 간 조절 후 순항을 한 '윤식당'의 최고 메뉴는 역시나 '닭강정'이었다. 닭요리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하는 이도 없다. 그런 점에서 닭은 온 인류가 공통적으로 좋아하고 잘 먹는 식재료임은 분명하다.
서양에도 닭요리는 많다. 하지만 한국식 닭요리는 서양인들에게도 최고다. 최근 끝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환호를 질렀던 요리도 닭이었다. KFC라는 고유 명사화된 이 명칭이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으로 바뀔 수밖에 없게 된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도 한국식 치킨이 최고라는 의미일 것이다.
닭강정의 단짠의 매력에 빠진 가라치코 사람들은 한 번으로 멈출 수 없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든 분들까지 닭강정의 매력에 빠진 그들의 모습은 신기하기도 했다. 서양은 특별하게 인식되던 시절. 그리고 그렇게 각인되었던 우리에게 서양인들이 우리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를 신기해하고 즐기는 과정은 여전히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니 말이다.
유미가 매일 빨래를 널면 만나던 옆집 할머니가 마지막 날 윤식당을 찾았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그 할머니에게도 채식 비빔밥은 딱 이었다. 적당한 간에 채소가 가득한 음식은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그들의 모습은 참 정겨웠다.
마지막 영업이라는 말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들. 그리고 그 마지막을 남기기 위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그들의 모습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윤식당과 가까운 곳에 있는 정육점 사장 가족도 마지막 날 마지막 예약 손님으로 식당을 찾았다. 한국 음식을 맛 본 적 없던 그들에게도 그 마지막 식사는 특별함 감흥이었을 듯하다.
정육점 사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졌던 "그리울 거야"라는 말은 큰 울림처럼 다가왔다. 제작진들의 사전 점검까지 합하면 거의 한 달 가까이 그 작은 마을에 낯설었던 한국에서 건너온 사람들과 함께 했다. 여행객들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함께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윤식당' 운영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식재료를 사던 정육점, 과일 가게 등은 매일 만날 수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그리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고, 나이든 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가라치코는 가장 이상적인 풍광을 지녔다.
작은 마을이지만 인구 구성을 보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나이든 이들의 천국 같아 보이는 그곳에는 항상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서준에 흠뻑 빠져 매일 가게 앞을 서성이는 소녀들의 모습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갓난 아이들과 산책을 하고 식당을 찾아 어린 아이들에게 낯선 음식을 맛보게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아이를 능숙하게 대하는 아빠의 모습도 성장한 딸과 함께 식당을 찾은 노부부들도 가라치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족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갓난 아이와 어린 아이들, 그리고 청년들과 중년, 그리고 노인들까지 모든 연령대가 적절하게 어울려 사는 이 작은 마을 가라치코는 그래서 더욱 특별해 보인다.
윤여정은 관광객들이 들리는 것도 좋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찾아줘 고마웠다고 했다. 평생을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 낯선 음식을 맛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윤여정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던 듯하다. 시청자들에게도 가라치코 주민들의 그 정겨움이 반갑고 행복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숙소와 가까운 커피숍 주인과 친구 내외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돈 보다는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우린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부모님과 함께 왔던 여성이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는 씁쓸했다.
인도에서 만났던 한국 친구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과도하게 일만 하는 한국인. 그런 삶을 살 수 없다는 가라치코 사람들. 균형을 찾아가는 그들에게서 우리의 현재를 바라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급격한 경제 성장에는 국민들의 노력이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일만 하면 평생을 살아야 했던 그들의 노력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20유로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카페 주인의 말과 일보다는 삶의 균형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던 손님의 진지한 고민은 우리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나가야 할 문제니 말이다.
마지막 영업을 마치고 이제는 친구가 되어버린 광장 앞 식당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던 윤식당. 왠지 모를 아쉬움을 토로하며 "정들었나봐"라는 말 속에 <윤식당2>가 모두 담겨져 있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꽃집 주인도 제작진들을 위해 달콤한 간식을 싸온 주민도 모두가 정겨운 이웃 같았다.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연과 너무 닮았다. 따뜻한 날씨에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사는 그들이 악해질 수는 없다. 모든 세대가 어울려 사는 그 작은 마을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차오 가라치코, 그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그라씨아스 가라치코를 건네고 싶게 만드는 <윤식당2>는 충분히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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