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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88 14회-선우가 전한 감동, 아버지와 이별하는 방법

by 자이미 201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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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감동이라는 코드가 매 회 등장하는 <응답하라 1988>은 시리즈의 완결판다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청춘들의 이야기에서 가족으로 확장한 그들은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와 가치들을 매번 보여주고 있다. 

 

선우의 아픈 성장기가 반갑다;

모든 사랑은 엇갈림과 오해를 극복하는 순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후지쓰배 우승으로 택이는 명실상부 최고의 바둑기사가 되었다. 그런 택이에게 전달된 고급스러운 과일 바구니는 집에 들어오는 순간 해체된다.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눠서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택이 아버지 무성의 과일 나누기는 재미있다. 그 귀하다는 바나나 한 손을 모두 진주 주겠다는 무성의 모습은 명확하다.

 

진주를 위한 바나나 중 하나만 달라는 택이는 그 바나나를 덕선이에게 전한다. 이들 부자의 사랑 방식은 참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곰 같은 부자들도 사랑은 시작되었고, 그런 사랑마저도 우직해서 좋다.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하나만을 위해 집중하는 이 부자가 과연 사랑에서도 승리할지는 아직 모른다.

 

덕선이가 하라는 것만 철저하게 지키는 택이는 오직 덕선이 밖에 없다. 과일을 전해주며 행복해하던 택이가 노을이가 들어오자 살짝 표정이 어두워지는 모습에서 택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기도 했다. 선우가 왜 하필 덕선이가 좋냐는 질문에 "그냥"이라는 말은 정답이었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고 그럴 듯한 포장도 무의미하니 말이다. 진짜 사랑은 '그냥'이 모든 것을 규정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택이가 사랑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 속에는 그의 성격과 복선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친구에게 보증을 서주고 기울기 시작한 동일네. 그렇게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동일네 집은 항상 불편하고 힘들기만 하다. 그날따라 친구를 만난다며 늦게 돌아오는 동일에 일화는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친구 좋아하고 그래서 힘든 길을 선택해야 했던 만큼 불안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고3이 된 딸 덕선이를 위해 '타이거' 신발을 사준 엄마 일화와 외제 신발도 아닌 운동화에도 흥분해 행복해 하는 덕선이의 모습은 참 아름답기까지 했다. 투정도 부리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뭐든지 해주고 싶은 동일과 일화 부부는 그래서 아팠다.

 

신문지에 싼 고기를 들고 온 남편을 타박하고 친구 홍식이를 만났다는 사실에 분노까지 하는 일화. 잘못된 보증이 바로 홍식이라는 점에서 일화의 분노는 당연했다. 그 나쁜 친구 홍식이 은행에 가서 빚 다 갚았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일화의 표정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 역시 당연했다. 월급까지 차압당하며 힘겹게 살아야 했던 동일 가족들도 이제는 최소한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남편은 부인에게 고생했다고 이야기하고, 부인은 자신이 아닌 자식들이 고생했다고 하는 이들 부부의 마음이 참 예쁘다. 부모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 시대의 초상은 조금씩 엷어져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가 되며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뿐이니 말이다.

 

교과서를 달력으로 감싸고 직접 글씨를 써주는 동일의 모습에서 지금은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거대한 탑을 이룬 밥상은 잔칫상이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노을은 파산이냐며 야반도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할 정도다. 그런 아이들에게 빚 청산되었다며 행복해하는 가족들. 노을은 운동화 하나 사 달라 하고 덕선은 용돈을 달라고 한다.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호사에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이제는 커버린 보라의 다른 모습. 그게 곧 동일네 가족이었다. 

 

보라에게 동일과 일화는 미안하다고 한다. 그리고 보라에게 다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그 깊은 뜻을 모르는 덕선과 노을이는 자신의 기준에서 고민을 할 뿐이다. 부부가 딸 보라에게 한 선물은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원했던 법 공부를 마음껏 해보라는 제안이었다. 그동안 딸의 꿈을 지원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부모의 마음은 그랬다. 

 

 

7수를 하게 된 정봉에게도 사랑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용기를 내서 미옥의 병실을 찾아 편지를 전달했던 정봉은 그렇게 첫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종로에 있는 반줄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그들의 첫 데이트는 잔혹했다. 반줄이라는 이름으로 커피숍과 경양식집이 한 곳에 모인 그곳에서 그들의 엇갈림은 잔인함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이 엇갈림의 끝은 더욱 강렬한 이끌림을 만들어냈다. 커피숍과 경양식 집에서 기다리다 엇갈리며 서로를 찾아 헤매던 그들은 그렇게 끝날 수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울기만 하던 미옥은 덕선이의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종로 반줄로 향한다. 우직하게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꽃을 들고 있던 정봉의 모습에 미옥의 사랑이 단단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손이 다 얼 정도로 차가운 날씨에 심장병까지 앓고 있는 정봉의 이 우직한 사랑에 감동한 미옥에게 "확인"이라는 말과 함께 첫 키스를 하는 정봉은 완벽한 사랑꾼이었다.  사랑은 정봉이처럼 해야만 확실하게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덕선이를 둘러싼 정환과 택이에게도 그대로 주어진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엇갈림은 정환과 덕선이 사이에서도 등장했다. 정환이 생일을 위해 덕선이는 아빠에게 받은 용돈으로 과감한 선택을 했다. 백화점에서 분홍색 셔츠를 사서 준 덕선은 그것으로 자신의 마음 표현은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일날 정환이네 집에서 나오는 정봉이가 자신이 사준 셔츠를 입고 있음을 알고는 절망했다.

 

덕선이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사랑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고 믿었으니 말이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 정환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반응이 없는 정환의 모습에 답답해하던 덕선은 생일 선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준 선물을 거부한 것은 자신의 사랑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같았으니 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오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정봉은 동생의 이 선물에 탐을 냈다. 실제 정환에게 옷을 달라는 말도 했지만 정환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안 된다는 정환의 명확한 의사표현은 형에게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정환에게 덕선의 선물은 중요했다.

 

 

정봉이 그 옷을 입은 이유는 미옥이 덕선과 함께 쇼핑을 하면서 선물로 같은 것을 샀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는 당연히 풀어줘야 하지만 정환은 말을 하지 못한다. 이 답답함은 결국 덕선이가 정환에게서 멀어지거나 경계를 가지게 만들게 한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풀어주는 동룡은 덕선에게도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준다.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동룡의 말이 답이기 때문이다. 선우나 정환에 대한 덕선의 감정은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말에서 시작되었던 감정이다. 이런 감정은 결국 사랑일 수는 없다. 몽룡의 이 말은 덕선에게 각성을 주고 진짜 자신의 사랑을 찾는 과정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법고시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부모와 돌아가신 아버지가 선우에게 준 목걸이를 받은 보라.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 커플의 위기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위기에서도 결국 사랑은 위대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응답하라 1988>이 보여줄 수 있는 가치일 것이다.

 

고3이 되어 반장과 짝이 된 덕선이는 답답하기만 하다. 까칠하고 공부만 생각하는 반장으로 인해 티격태격하던 덕선은 반장 엄마가 찾아왔다. 무슨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반장 엄마가 직접 찾아오는 것은 일반적인 해석만 하도록 했다. 하지만 부자에 공부도 잘하는 반장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는 사실은 얼마가지 못했다.

 

간질을 앓고 있던 반장은 교실에서 쓰러졌고, 이런 상황을 발견한 덕선은 곧바로 문을 닫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기도를 확보하고 양호실로 옮긴 덕선. 언제나 그랬듯 교실에서 벌어진 상황으로 인해 답답해진 반장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선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병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라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한 반장과 달리, 덕선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야기한다.

 

 

특별한 위로가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반장을 받아주는 덕선과 친구들의 모습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왕따는 존재하기는 했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친구들을 돕고 이해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어설픈 이야기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이는 덕선이와 친구들의 모습은 돌이키고 싶은 모습이다.

 

신자유주의가 사회를 바꾸었고, 수많은 괴물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런 괴물들이 서식하는 사회에서는 결코 이런 배려와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가진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는 신자유주의가 사람들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은 가장 감성적인 방식으로 그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선우는 조금씩 변하는 모습에 당황스럽다. 비밀이 없던 엄마는 언제부터인가 택이 아버지인 무성과 이야기가 많아졌다. 과거라면 자신에게 했을 걱정을 이제는 무성과 나눈다. 자신만 따르듯 진주도 이제는 무성을 더 의지한다. 계단에서 굴러 쓰러진 진주가 병원으로 옮겨진 후 깨어나서 처음 찾은 사람도 오빠가 아닌 "아저씨"였다.

 

무성이 싫지는 않지만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복잡하기만 한 선우는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와 대화를 한다. 비행기를 만들며 밥풀이 아닌 물풀로 붙여야 하는 이유. 보라에게 목걸이 선물을 하려는 상황에서도 아버지에게 먼저 묻는 선우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컸다. 아버지와 함께 캐치볼을 하던 기억들이 생생했던 선우에게 무성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 무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선우는 조금씩 아버지 대신 무성을 그 자리에 채우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어린 동생 진주의 변화를 보면서 선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는 아버지의 기억을 붙잡고 어머니와 여동생의 행복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보라는 보였던 아저씨에 대한 미움은 바로 선우가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상상 속 아버지는 선우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지만 이제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그 마음이 곧 사랑임을 선우는 뒤늦게 깨달았다. 사랑이란 소유가 아닌 배려라는 사실을 말이다.

 

공부를 잘 하는 것과 똑똑한 것은 명확하게 다르다. 공부는 못하지만 친구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덕선은 이제는 사라져가는 보물과 같은 존재다. 모든 것이 획일적으로 규정되고 하나로 정의되는 사회에서 덕선과 같은 존재는 더는 사랑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문세와 고은희가 부른 '이별이야기'를 배경으로 정봉과 미옥의 사랑을 담은 장면은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가 커피숍에서 이별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흘렀던 장면이 오버랩이 되었다. 여기에 '비바 청춘'이라는 방송에 출연한 유재석의 모습도 재미있게 다가왔다.

 

보라가 선우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사법고시 공부를 하겠다는 이야기일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자신이 포기한 사시를 선우에게 해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그 상황에서 선우의 선택은 그들의 사랑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체적인 사랑을 할 이유가 된 덕선. 택이의 비밀 서랍에서 발견한 덕선이와 찍은 사진. 말도 하지 못하는 정환의 이 답답한 행동 역시 변화가 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격정적인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는 <응답하라 1988>은 남은 여섯 번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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