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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94 마지막 회-지독한 첫사랑 콤플렉스마저 반가웠던 이유

by 자이미 201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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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결과로 <응답하라 1994>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나정이의 남편은 칠봉이가 아닌 쓰레기였고, 그들은 모두의 축복 속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신촌 하숙에서 만났던 각기 다른 고향을 가진 친구들은 그렇게 평생을 의지하는 친구로 남았습니다. <응답하라 1994>가 보인 지독할 정도로 애착을 보인 첫사랑 콤플렉스마저 반갑게 다가온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순수한 마음과 열정을 보여준 드라마;

막장이 지배하는 드라마 시장에 응사가 보여준 담백한 사랑이 반가웠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정이의 남편이 누구인지 숨기려 노력했지만, 결국 많은 이들이 바라던 혹은 제작진들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쓰레기가 김재준이었습니다. 친남매처럼 평생을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이 끼어들고, 그렇게 연인이 되었던 그들이 사랑과 가족 사이 묘한 상황에서 한 번의 헤어짐을 경험했던 이들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 상황은 극적인 그 무엇보다는 담담하지만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2002년 6월 22일 대한민국과 독일의 월드컵 8강전 결혼을 하게 된 재준과 나정의 결혼식을 시작으로 과거 추억을 되돌아보는 식으로 이어졌던 <응답하라 1994>는 지방에서 살다 서울에 있는 학교에 입학한 일곱 명의 청춘들의 이야기를 하숙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사양길로 접어든 하숙집이었지만, 당시에는 당연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주거지가 되었던 하숙집에서 벌어질 법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색다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고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랑도 어떤 식으로 풀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이 드라마는 잘 보여주었습니다.

 

막역한 친구들이 어느 순간 연인이 되고 결국 결혼한 부부로 살아가기도 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고 당연했습니다. 더욱 이 드라마가 풍성하고 흥미롭고 애착을 가지게 만든 이유는 막장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입니다. 막장 코드는 하나의 유행이 되었고, 그런 막장이 시청률까지 끌어올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순수한 사랑을 무기로 한 이 드라마의 성공은 반가웠습니다.

 

사회적 분노를 막장 드라마를 보며 비난하는 맛으로 보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막장이 지배하는 시장의 지독한 상황을 <응답하라 1994>는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욕 나오는 드라마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말도 안 되게 순수해서 밋밋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분명 큰 감동 그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과 호주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와 서로 일에 치여 살아야 했던 그들의 공식적인 이별 없는 이별은 당연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무한 배려가 만들어낸 상대에게 오해를 불러왔습니다.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지만, 그런 모습이 결국 사랑이 아닌 가족이라는 인식이 만든 문제로 생각한 것은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편한 가족이기 때문에 나쁜 것도 싫은 것도 보여주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냐는 나정이의 질책은 재준이를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평생 처음 걸린 지독한 감기는 멀어졌던 이들을 다시 만나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와달라는 재준이의 부탁 메일을 받고 그의 집으로 향하는 나정이의 모습은 긴장과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보인 재준이를 보고 쏟아지는 눈물을 어쩌지 못하는 나정이와 그런 그녀를 안고 서럽게 우는 재준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말이 필요 없는 이들의 화해는 "사랑해"라는 한 마디로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평생 처음 하고 들었던 그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는 그들이 그토록 하고 싶었고,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관계를 회복한 그들은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완결보다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그들의 우정이었습니다. 메이저리거가 된 선준과 의사가 되고, 공무원이, 회사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나뉘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우정은 단단하기만 했습니다. 부상을 당하고 돌아온 선준이를 위해 그의 집을 찾아온 친구들의 모습은 <응답하라 1994>가 왜 좋은 드라마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돈과 사회적 지위가 친구들의 관계마저 등급을 매기는 한심한 사회에서 그들이 보여준 우정은 어쩌면 너무 현실적이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의 일을 위해 자신의 일 이상으로 신경을 쓰는 이들의 모습은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픈 선준이가 수술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시즌을 치르는 것이 중요한지 토론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선준이가 행복해하는 것은 그에게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 존재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 국민이 사랑하는 슈퍼스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라면이나 끓이라는 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단단하게 다가왔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된 그들이지만 그런 자신의 현재 위치가 아닌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관계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소중한 자양분으로 자리합니다. 그런 친구들이 있기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점에서 <응답하라 1994>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나정이의 결혼보다는 그들의 변하지 않는 우정일 것입니다.

 

재준이가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어렵고 힘든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 죽은 훈이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사실과 친아들로 생각했던 재준이와 나정이의 결혼을 반대하던 동일이 사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신촌 하숙의 첫 하숙생이자 마지막 하숙생이 된 그들과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진한 정이 존재했습니다.

 

 

 

나정이를 보내며 슬픈 눈물을 흘려야 했던 선준이는 자신을 누구보다 대단하게 봐준 나정이가 고마웠습니다. 비록 선준이의 사랑을 받아줄 수는 없었지만, 가장 소중한 친구임을 확인하는 장면은 <응답하라 1994>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습니다. 마운드라는 선준이에게는 신성한 공간을 경계로 사랑과 우정을 논하던 그들의 뜨겁고 아름다웠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2002 월드컵이 열리던 그때 선준이는 나정이를 닮은 운명의 여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사실 역시 <응답하라 1994>가 보여주는 순수한 감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지독한 첫사랑 콤플렉스에 빠진 드라마였지만, 그럼에도 환하게 웃으며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순수함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를 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족보를 따지기도 어려운 막장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사랑이란 그렇게 복잡하고 지저분한 것은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사랑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의한 <응답하라 1994>는 순수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너무나 소중한 드라마로 기억될 듯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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