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이야기의 연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범인이 누구인지 더욱 모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전개되었습니다. 역으로 이런 상황은 보다 명확하게 진범이 누군지 드러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덫을 다시 역이용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는 합니다.
피투성이로 쓰러진 영민 사망 현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하빈의 모습을 보고 태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빈은 그 상황에서도 아버지에게 "내가 다 뒤집어쓰라고"라는 말로 날카롭게 대응했습니다. 이 말은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선 회차에서 언급했듯, 이 장면은 어린 시절 동생 하준이 죽던 날 하빈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말이죠. 이 데자뷔 상황에서 하빈이 아빠에게 이런 말을 던진 것은 분명한 목적과 의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태수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압니다.
과거처럼 자신이 다시 살인자 누명을 쓰라는 거냐는 말입니다. 이 말보다 더 명확한 진실은 태수나 하빈에게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두 사람의 이 대립각은 회차 말미 더욱 강렬하게 서로를 압박하는 상황이 전개됩니다.
하빈은 아버지의 대립하며 이수현만 죽지 않았다면 엄마가 주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분노했습니다. 영민을 통해 엄마가 자신이 죽였을 것이라 생각해 묻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 하빈은 그래서 진범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커졌습니다.
하빈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허벅지를 찌르는 등의 행위를 하기는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장소에 함께 있었던 자가 범인일 수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죠. 바로 오토바이맨 두철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특한 민아는 경찰서라 속이고, 민아 부모가 있는지 확인하지만 이모만 존재함을 알게 됩니다. 이는 두철이 민아 아버지라는 것은 명확한 거짓말이란 의미입니다. 하빈은 이 사실을 근거로 다시 한번 대범하게 경찰서를 찾아 신고를 합니다.
자신이 신고했던 그 시간을 이용해 오토바이맨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습니다. 남자 순경이 자리를 피하도록 만들기 위해, 마치 성범죄라도 당한 듯 여자 순경을 찾고 자리가 비자 두철이란 인물이 누군지 그리고 그의 주거지가 어딘지까지 확인합니다.
두철이 거주하던 모텔 방으로 들어가 흔적들을 뒤지는 하빈은 형사 못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드라마와 다른 철저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 주었죠. 휴대폰 불빛으로 방을 비추는 과정에서 조명을 쓰지 않은 것은 너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통상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보니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이례적이죠. 하지만 하빈이 두철의 방을 뒤지는 과정은 철저하게 휴대폰 불빛에만 의지해 현실감을 더욱 극대화했습니다. 그렇게 현장을 뒤진 하빈은 중요한 증거를 둘이나 찾게 됩니다.
자신이 산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편지를 주고받은 자가 바로 1학년 담임이었던 준태라는 사실도 밝혀냅니다. 성은 다르지만 충분히 이들이 부자관계라고 추측할 수 있는 증거였습니다.
민아가 사망한 그날 시체를 유기하던 장소에 두철이 존재했고, 현장에 있었던 추가 인물은 하빈이었습니다. 두철은 차를 몰로 하빈을 추격했고, 벼랑 끝에서 뛰어내려 추적을 피했습니다. 그저 목격자만 처리하려던 두철은 나무에 추돌하며 잠시 정신을 잃게 되죠.
벼랑에 떨어져 상처를 입은 하빈은 자신을 추격하는 범인을 따돌리기 위해 서둘러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문제는 그곳에 휴대폰을 흘렸다는 겁니다. 두철이 하빈을 은밀하게 추적했던 이유는 바로 그 휴대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알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두철은 왜 하빈에게 영민이 있던 장소를 알려준 것일까요? 그건 함정이었습니다. 수현과 민아를 죽였다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하빈을 제거하기 위해 영민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목걸이를 발견한 태수는 어진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목걸이가 낯익었던 것은 사망한 아내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진은 태수의 행동이 딸 때문이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파출소에서 사망한 민아와 싸운 것으로 기록되어 있던 이가 하빈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에서 발견된 목걸이로 인해 의심을 받는 것은 성희였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날 그는 영민을 만났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유력한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진은 하빈의 짓이라 확신하고 있었지만, 형사들은 연결고리가 많은 성희를 의심했습니다.
성희는 경찰의 의심만이 아니라, 자신을 민아 아버지라고 속이고 찾아온 두철에 의해 협박을 당했습니다. 집에 있는 아들을 해할 듯한 태도로 그날의 진실을 캐려고 노력했습니다. 성희가 본 것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민아와 그를 바라보며 당황해하는 준태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성희가 본 것은 민아의 옷이 말려 올라가 가슴 부위까지 이르렀다는 겁니다. 그날 민아는 성희에게 전화해 영민이 집에 없음을 알고 자기 물건들을 가지러 가겠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하필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에서 준철이 왔고, 그에게 부탁을 하고 병원에 갔다 온 직후 뭔지 모를 이상한 느낌에 방문을 열어보니 그 상황이었던 것이죠. 앞선 기억 속에서는 준철이 민아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살인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성희의 눈에는 민아의 가슴 부위까지 말려 올라간 옷과 잠든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희는 그날 일을 떠올리며 민아 아버지라는 자의 협박에도 준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영민이 죽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성희는 이 자가 민아 아버지라고 믿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이 모든 상황을 속이고 있는 것일까요?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들을 보면 진범은 성희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준태의 행동을 보면 무기력합니다. 그는 태수가 찾아온 후 자책하며 "비겁한 새끼", "버러지 같은 새끼"라며 자신을 비하하는 모습은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준태를 만나는 태수와 성희를 만난 두철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줬습니다. 이 장면이 흥미로운 이유는 태수와 두철이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다는 겁니다. 앞선 회차에서 아버지들의 대결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교차 장면은 이를 강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준태의 행동도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태수가 찾아와 추궁하는 상황에서 자신은 정말 말도 안 되는 협박을 받아 그곳에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준태가 영민을 죽인 것 아니냐고 압박하자, 그는 하빈을 그곳에서 봤다고 대응합니다.
태수를 꼼짝못하게 하는 방어기제는 당연하게도 딸 하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태수는 경찰에 와서 이야기하라며, 오늘 중으로 오라는 말을 남깁니다. 아버지 두철은 준태가 살인했다는 말을 믿지 못합니다. 왜 그런지 명확하지 않지만 그가 죽이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범죄를 저질러봤기 때문에 범인이 가지는 특징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살인범치고 아들 준태가 보이는 행동은 절대 범인이라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두철의 확신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민이 사망한 현장을 추적하던 형사들은 성희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영민이 있던 곳을 찾았고, 그날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수가 성희를 취조하는 사이, 준태는 흉기를 들고 자수했습니다. 그것이 진짜 증거물이라면 준태는 분명 살인자를 알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준태가 영민을 만난 후 다시 돌아갔다는 것은 성희에게도 말해 사실임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돌아간 준태는 진범이 누군지 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혼동스러울 수 있겠지만 영민이 하빈의 공격으로 쓰러지고, 그렇게 의자에 묶인 후 허벅지 공격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하빈이 나간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훌쩍 건너 영민이 의자에서 풀린 채 사망한 모습만 등장했습니다. 두철도 하빈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추격했습니다. 정신없이 찾다 사망한 영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하빈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을 사진까지 찍어 놨습니다.
두철이 놀라는 그 순간 태수가 현장에 도착했고, 하빈을 목격한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두철의 상상이나 누군가에게 증언하는 과정이 아닌, 태수가 자수했다는 발언을 듣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라는 점에서 그건 사실입니다.
두철은 하빈의 엄마 지수처럼 아들이 민아를 죽였다는 말에 시체를 유기했습니다. 그건 아들을 지키기 위한 잘못된 부정이었습니다. 지수는 딸을 지키기 위해 모정으로 그 일을 했지만,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했습니다. 하지만 범죄자였던 두철은 그 정도의 감정선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건 현장을 들어가는 오토바이를 확인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는 형사들은 뒤에 타고 있는 이가 하빈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딸의 모습은 흐릿한 영상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버지입니다. 태수는 딸이 여전히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에 집으로 향합니다.
식탁에 서로 마주보며 앉은 태수는 하빈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정리합니다. 역지사지로 자신이 하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봤다고 합니다. 의심하고 거짓말하는 아버지에게 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 했습니다.
자신이 살인자로 누명을 쓸 정도로 감정적이지 않은 딸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하나라고 봤습니다. 그건 자신이 딸인 하빈보다 범인을 먼저 찾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 손으로 범인을 먼저 찾아 죽이려는 것이 하빈의 생각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수갑을 꺼낸 태수에게 하빈은 역공을 합니다. 아버지가 자신을 체포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려준다며, 만약 자신이 체포되면 아버지는 수사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건 사실이죠. 딸이 개입된 사건이라면 아버지는 완전히 제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범인 못찾으면 내가 끝까지 찾아 죽일 거 알고 있으니까"라는 하빈의 분노는 태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정확하게 서로를 분석해 낸 태수와 하빈의 이 대립 과정은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집착에 가깝게 사건에 매몰되어 있는지 잘 보여준 대사였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홀로 취조실에 앉아 있는 준철과 딸과 마주한 태수의 모습은 극단적인 대비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는 두철은 홀로 있는 준철을 살리기 위해 하빈을 이용해 태수를 협박하는 그 과정은 정교합니다.
너무 똑똑하고 집요하기까지 한 하빈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태수는 경찰서 로비에서 사진을 전송받습니다. 딸의 전화로 보낸 그 사진은 영민을 바라보고 있는 하빈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태수가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오해할 수밖에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두철은 태수에게 이 사진을 보내며 준태를 풀어주지 않으면 하빈의 인생도 끝이라며 분노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고 했는지 충분하게 알게 합니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누군가에게는 친밀한 배신자들입니다.
어진이 하빈에게 집착하는 것은 태수에 대한 존경심 때문입니다. 이를 알아본 대홍은 그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프로파일링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은데 안될 때 의심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내 판단을 스스로 믿지 못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 그것 역시 지독하게도 친밀한 배신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누가 세 건의 살인을 저지른 범인일까요? 한 사람이 셋을 죽인 것일까요? 아니면 각자 다른 범인이 있는 것일까요?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성희가 가장 유력한 존재입니다. 차분하고 상대를 두려워하기만 하는 인물이지만 그건 타인을 속이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수현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영민에게 주장한 자가 성희였습니다. 그리고 민아를 죽인 자가 준태라고 여기도록 만든 것도 성희입니다. 그리고 영민이 죽은날 택시를 타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이지만, 집에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CCTV가 없는 다른 곳으로 돌아가 살해했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여전히 변수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성희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그리고 준태는 성희가 살인을 목격한 목격자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준태는 성희를 사랑해 스스로 자신을 죄인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 준태는 아버지 두철에게는 친밀한 배신자입니다.
성희가 범인이라면 아들에게도 어머니는 친밀한 배신자입니다. 그리고 아들 도윤이 수현의 죽음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머니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수현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홍이 수현을 언급한 후 도윤이 한동안 밥을 먹지 못한 것도 그가 목격자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벽'을 이용해 화면 전환을 하고, 감정의 교류를 연결하고 끊어내는 과정들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과 영화학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을 차분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송연화 감독의 연출도 백미입니다. 당연하게도 한아영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좋은 의미로 충격적입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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